올해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 영예는 헝가리·캐나다계 영국 작가 데이비드 솔로이(David Szalay) 의 장편소설 '플레시(Flesh)'에 돌아갔다.
부커상 심사위원단은 10일(현지시간) 저녁 런던 올드 빌링스게이트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올해 수상작으로 '플레시'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플레시'는 헝가리 출신 청년이 주택단지, 이라크 전쟁터, 런던 상류 사회를 거치며 겪는 수십 년의 삶을 따라간다. 작품은 개인의 욕망과 계급 이동, 정체성의 변화를 통찰하며 "살아 있음과 그에 수반되는 고통의 본질"을 탐구한다.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은 어둡지만 놀라울 정도로 읽는 즐거움을 준다"며 "간결한 문체와 여백의 활용, 절제된 대화가 독자를 깊이 몰입하게 한다"고 평가했다. 심사위원장 로디 도일은 "이런 소설은 읽어본 적이 없다는 데 만장일치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올해 최종 후보 6편에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수전 최(Susan Choi)의 '플래시라이트(Flashlight)'도 포함됐으나 수상에는 이르지 못했다.
'플래시라이트'는 재일교포 출신 남성과 그의 미국인 아내, 그리고 딸이 격동의 동아시아와 태평양을 배경으로 세대를 넘어 경험하는 정체성과 이주의 역사를 그린 작품이다.
수전 최는 한국계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아메리칸 칠드런', '트러스트 엑서사이즈'등으로 미국 문단에서 주목받아 왔다. 특히 '트러스트 엑서사이즈'는 2019년 미국 전미도서상을 수상하며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았다.
한편, 수상자 솔로이는 캐나다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랐으며, 옥스퍼드대에서 영어를 전공했다. BBC 라디오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다가 '런던과 사우스이스트(London and the South-East)'로 데뷔했으며, 이번 수상작은 여섯 번째 장편이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이 책을 쓰는 과정은 쉽지 않았고, 압박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며 "소설은 미학적·형식적·도덕적 위험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하며, 문학 공동체가 그 위험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1969년 제정된 부커상은 최근 1년간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영어로 출간된 소설에 수여된다. 올해는 총 153편이 출품됐으며, 작가 로디 도일과 배우 세라 제시카 파커 등 5명의 심사위원이 심사를 맡았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5만 파운드(약 9600만 원)가 주어진다.
한국 작가로는 2016년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영어 번역 부문인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