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7시30분 재검토→밤 11시53분 불허…'7분 전' 막힌 대장동 항소

대장동 항소 불발까지 무슨 일 있었나
정성호 법무부 장관 오늘 오전 출근길 문답

류영주 기자

대장동 사건 항소는 마감 시한을 불과 '7분' 앞두고 최종 무산됐다. 수사·공판팀이 만장일치로 항소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대검의 재검토 지시와 법무부 반대 의견 속에 결국 항소 불허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검찰 내부에선 "납득할 수 없다"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장동 수사·공판팀 검사들은 지난달 31일 1심 판결을 분석한 뒤 지난 3일 회의를 통해 "항소가 필요하다"고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 특경법상 배임 등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부분이 있고 대장동 일당 수익 7800억 원 중 470억 원만 추징돼 상급심 판단이 필요하다고 봤다.

검사들은 항소 제기 보고서 등을 작성해 보고 했고 이를 확인한 서울중앙지검 수뇌부도 5일 항소 제기 방침을 정했다. 항소장은 항소 시한인 7일에 마련돼 공판5부장과 이준호 4차장을 거쳐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 결재까지 이뤄졌다.

그런데 7일 오후 7시 30분쯤 박철우 대검 반부패부장의 재검토 지휘가 내려왔다. 항소 시한을 불과 4시간 반가량 남긴 시점이었다. 4차장 등은 대검 설득에 나섰지만 추가 지시는 없었다. 그 사이 수사팀 실무진은 오후 10시 20분쯤부터 항소장을 들고 접수를 위해 법원 사무실 앞에서 대기했다.

시간이 흘러도 소식이 없자 다급해진 공판검사들은 오후 11시 20분쯤 4차장실을 찾아가 "이미 항소를 결정한 사안이므로 결단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4차장은 "대검과 중앙지검장 불허에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검사들이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했고 4차장은 정 지검장을 설득하려 했지만, 결국 오후 11시 53분쯤 수사팀에 항소 불허가 통보됐다. 항소 마감 시한을 7분 앞둔 시점이었다. 검사들이 재차 재고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 박종민·윤창원 기자

이와 별개로 대검은 서울중앙지검 의견을 수용해 항소 필요성이 있다며 법무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공소 유지를 맡았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대검이 법무부에 항소 여부를 승인받기 위해 보고를 했고, 검찰과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항소의 필요성을 보고했으나 장관과 차관이 이를 반대했다고 전해 들었다"고 적었다.

다만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대검찰청 차장)은 지난 9일 입장문을 통해 항소 포기 결정 과정을 설명하면서 "이는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에 대해 내부 반발과 비판이 이어지자 이례적으로 당사자가 직접 설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노 대행의 입장문이 공개된 지 불과 1시간여 만에 이번 사태와 관련해 사의를 밝힌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다른 입장을 내놨다.

정 검사장은 "대검의 지휘권은 따라야 하고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중앙지검의 의견을 설득했지만 관철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검의 지휘를 수용하지만,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번 상황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노 대행은 정 검사장과의 협의를 통해 항소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정 검사장은 대검이 중앙지검 및 수사팀의 의견을 사실상 묵살하고 항소 포기를 지시했고 이에 동의할 수 없어 사의를 표명했다는 의미로 반론한 셈이다.

한편 법무부는 "항소에 대해 보고는 받았지만 지휘는 안했다"며 선을 긋고 있다. 항소 포기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30분쯤 출근길에 도어스테핑 방식으로 관련 입장을 직접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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