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 기무간 "한국무용, 멈춤의 미학이 있는 아름다운 춤"

서울시무용단 '미메시스' 객원 무용수로 출연
전통춤과 국악의 현대화된 재해석 '미메시스'

기무간은 태평무를 재해석한 8장 '빛의 시간'에서 부드러우면서도 품격 있는 무대를 선보였다. 곽인숙 기자
"한국무용은 정서적으로 깊은 내면을 가진 춤이라고 생각하고요. 멈춤의 미학이 있는 춤이라고도 믿습니다. 아주 아름다운 춤이에요."


전통춤을 재해석한 서울시무용단의 신작 '미메시스' 초연에 객원 무용수로 참여하는 기무간이 개막 첫날인 6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기자간담회에서 한국무용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며 웃어보였다.

'미메시스'는 교방무, 한량무, 소고춤, 장검무, 살풀이춤, 승무, 무당춤, 태평무 등 8가지 전통춤의 본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무대다. 공연 제목 '미메시스'(Mimesis)는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것으로, 예술의 본질을 재현한다는 의미의 미학적 개념이다.

'미메시스' 중 승무를 재해석한 6장 하늘의 무늬의 한 장면. 곽인숙 기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한 기무간은 지난해 엠넷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스테이지파이터'에 출연해 큰 인기를 끌었다.

자신을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그는 "제가 배웠던 한국무용으로 다른 시도를 많이 해오다가 오랜만에 전통춤을 접할 기회가 생겨 반가웠다"면서도 "다시 해보려 하니 감을 잃었다고 해야 하나, 처음에는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다시 배우는 과정으로서 저 스스로를 꾸짖을 시간이 됐던 것 같다"며 "전통춤을 더 많이, 열심히 추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무간은 8개 장으로 나뉘는 '미메시스'에서 장검무와 태평무를 각각 재해석한 4장과 8장 무대에 오른다. 4장에서 북소리에 맞춰 비장하면서도 절도 있는 장검무로 객석을 압도했고, 8장에서는 부드러우면서도 품격 있는 무대를 선보였다.

무당춤을 재해석한 '미메시스' 7장 불의 즉흥의 한 장면. 곽인숙 기자
오정윤 서울시무용단 부수석 단원은 "현대무용이 채워서 에너지를 전달한다면, 한국무용은 채워진 에너지를 넘어 비움을 경험한다"며 "무용수가 감정으로 춤을 추는 게 아니라, 비워진 상태로 경지에 다다를 때 관객들을 동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미메시스'는 자연의 흐름을 은유했다.

윤혜정 서울시무용단 예술감독은 전통춤의 움직임과 자연의 흐름 사이에서 닮은 점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작품을 구성했다. 큰 칼을 절도 있게 휘두르는 장검무에서는 번개를, 하늘하늘한 한량무에서는 바람을, 부드러운 선이 강조되는 교방무에서는 물을 연결했다.

무당춤을 재해석한 '미메시스' 7장 '불의 즉흥'의 한 장면. 곽인숙 기자
윤 감독은 "본질을 고민하다 보니 (춤들이) 우리의 자연과 매치됐다. 각각의 개성들이 레퍼토리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며 "한국 전통과 민속의 종합 선물 세트라고 생각해주시면 된다"고 말했다.

고전의 아름다움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의 한복도 볼거리다.

김지원 의상디자이너는 "전통 복식의 가장 큰 실루엣의 특징이 '하후상박'이다. 상체는 굉장히 박하게 붙이고 하체는 되게 부풀리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제가 이번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바로 상체는 박하게 붙이고 하체가 부풀어지는 전통의 '하후상박' 실루엣으로 풀어냈다"고 말했다.

맨손살풀이를 재해석한 '미메시스' 5장 '허공의 흔적'의 한 장면. 곽인숙 기자
공연은 라이브 연주로 준비됐다. 거문고, 대아쟁, 대금, 태평소, 피리, 장구, 꽹과리 등 전통악기들의 연주가 생동감을 더한다.

각기 다른 8개의 춤 덕에 무대는 한층 다채로운 분위기를 띄면서 시간가는 줄을 모르게 된다.

'미메시스'는 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무당춤을 재해석한 '미메시스' 7장 '불의 즉흥'의 한 장면. 곽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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