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억원 규모의 '광주 인공지능 집적단지 2단계 사업'이 실질적 지역 환원 없이 전국 공모 형태로 분산될 가능성이 커, 광주가 단순한 실증 장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광주광역시의회 박수기 의원(더불어민주당·광산5)은 7일 열린 인공지능산업실 행정사무감사에서 "총 국비 3600억원 중 광주에 직접 귀속되는 금액은 306억원, 불과 5.1% 수준에 그칠 수 있다"며 "광주가 오히려 '속 빈 강정' 사업의 주체가 되는 상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총 사업비 6천억원 가운데 광주시 지방비 부담이 1476억원에 달하지만, 국비 중 지역에 실질 귀속되는 예산은 'AX 연구개발 혁신 기반 구축' 306억원뿐이다. 반면 사업의 핵심인 4천억원 이상 R&D 예산은 전국 공모 방식으로 추진돼, 전국 각지로 분산될 경우 광주 기업과 지역 경제에는 아무런 실익이 없을 수 있다.
박 의원은 "1단계 사업 당시에도 R&D 예산이 전국으로 흩어져 광주 기업 유치에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전북은 1조원 규모 사업에서 실증센터 4개를, 대구는 연구소 3곳을 지역에 설치하도록 명시했지만, 광주는 실증 의무조항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광주가 전국 R&D의 테스트베드로만 이용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특히 박 의원은 "AI 산업은 기술개발보다 실제 데이터 기반의 실증과 레퍼런스 확보가 핵심"이라며 "2단계 사업이 개발 중심으로만 추진되면, 1단계에서 구축한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등 핵심 인프라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업 추진 과정의 투명성도 문제로 제기됐다. 인공지능융합사업단이 지난 9월 별도 협의 없이 직제개편안을 이사회에서 통과시킨 데 대해 "50명 규모 조직에 3본부 체계가 효율적인지, 전문가나 의회와의 협의가 없었던 점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수기 의원은 "2단계 사업은 광주 기업이 자유롭게 실증하고 레퍼런스를 쌓는 '기회의 땅'이 돼야 한다"며 "현 구조대로라면 광주는 1500억원 세금을 부담하고도 6천억원 규모의 R&D 플랫폼을 전국에 헌납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금이라도 '적정성 검토' 단계에서 사업 구조를 전면 재검토하고, 사업제안요청서(RFP)에 '광주 실증 의무화'와 '지역 기업 쿼터' 조항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