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작된 민변 영화제는 '영화의 도시' 부산의 특색을 살려 법률가들의 관점으로 사회 문제를 조명하고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영화제 총연출을 맡은 정상규 부산 민변 사무국장은 "변호사 단체가 웬 영화제냐는 반응도 있었지만, 법률가의 관점에서 선정한 영화를 통해 그 주제에 관한 해석을 시민들과 나누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올해 영화제의 주제는 '해외 입양'이다. 정 사무국장은 "부산 민변 소수자 위원회에서 영화를 함께 본 뒤, 이 문제의식을 시민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데 뜻이 모였다"고 주제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해외로 입양된 아동들의 모습에서, 최근 이슈가 된 형제복지원이나 영화숙·재생원 같은 집단 수용시설의 아동들이 겹쳐 보였다"며 "그 누구에게도 선택권이 없었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상영작은 '잘 만들었지만 접하기 어려운 영화'라는 기준으로 두 편이 선정됐다.
첫 번째 영화는 다큐멘터리 <K-넘버>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1970년대 미국으로 입양된 주인공이 조작된 서류와 감춰진 기록에 발목이 잡히면서도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상영 후에는 조세영 감독, 영화에 출연한 김민정 활동가와 관객과의 대화(GV)도 진행된다.
두 번째 작품은 벨기에 입양인 융(Jung) 감독의 자전적 애니메이션 <피부색깔=꿀색>이다. 전 세계 79개 영화제에서 수상한 역작으로, 한국과 벨기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담담한 고백을 담았다.
정 사무국장은 해외 입양이 여전히 진행 중인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2024년에도 58명의 아동이 해외로 입양됐다"며 "세계 최저 수준의 합계 출산율과 대한민국의 경제적 위상을 고려할 때, 태어난 아이들을 국내에서 보호하지 못하는 것은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허위 기아(棄兒, 부모를 알 수 없는 아이) 발견 신고, 친생가족과의 강제 분리 등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2025년 헤이그 국제아동입양협약(국제입양 시 아동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입양에 의한 아동 탈취·매매·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국제입양의 요건과 절차를 규정한 국제협약)이 국내에서 공식 발효되는 등 제도가 정비됐지만, 덴마크, 노르웨이 등이 해외 입양을 전면 금지하는 추세에 비하면 아쉬운 대응"이라는 평가를 전했다.
정상규 변호사는 "영화제에 많은 분이 참석해 해외 입양의 실상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길 바란다"며 "사전 신청은 홍보 포스터 QR코드를 통해 가능하다"고 밝혔다.
녹취, 정리 : 김강민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