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정 관장 "복지는 지금보다 더, 함께 잘 사는 과정"

<로드인터뷰_사람꽃>한림교회 문은정 권사(서부종합사회복지관장)
2003년 개관, 한림교회의 기도로 세워진 복지관
한림교회가 품은 지역 돌봄 사역의 일환
"사회복지, 하나님이 맡기신 사명으로 여겨"
사람을 잇고 마음을 잇는 지역 복지 지향

문은정 관장. 본인 제공

■ 방송 : CBS 라디오 <로드인터뷰_사람꽃>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 방송일시 : 2025년 11월 1일(토) 오후 5시 30분
■ 대담자  : 한림교회 문은정 권사(서부종합사회복지관 관장)

◆ 김영미> 복지관 소개를 간단히 해주세요.
 
◇ 문은정> 서부종합사회복지관은 2003년 4월 개관해 올해로 23년째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도움이 필요한 주민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는 기관이에요. 전국에 약 480개의 종합사회복지관이 있고 제주에는 11곳이 있습니다. 저희는 위기 상황에 놓인 분들을 1:1로 지원하는 사례관리, 프로그램으로 복지 욕구를 해결하는 서비스 제공, 그리고 주민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지역조직화 기능을 함께 수행하고 있습니다.
 
◆ 김영미> 힌림교회와의 관계는 어떻게 됩니까.
 
◇ 문은정> 한림교회는 지역선교를 위해 10년 넘게 기도로 준비한 끝에 사회복지법인 '한림소망의 집'을 설립했습니다. 교회가 매입한 부지에 복지관이 세워졌고 지금까지 기도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김효근 목사님은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돕는 분이세요. 복음 선포와 함께 실제적인 복지 실천을 교회가 감당하고 있습니다. 복지관의 산하 시설 운영도 교회 장로님이 맡고 있고, 성도님들은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어르신 식사 지원 등 여러 활동을 해주고 있습니다.
 
◆ 김영미> 사회복지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까.
 
◇ 문은정> 초등학교 때 공무원이었던 아버지가 순직하시면서 어머니가 가장이 되셨어요. 여장부 스타일의 어머니께서 저희 남매를 믿음으로 키워주셨죠. 가난했지만 믿음의 끈은 놓지 않았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했지만 어머니가 기도하시더니 대학을 가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야간대학 사회복지과를 다니게 됐고, 졸업 후 복지관이 세워지면서 일하게 됐어요.
 
처음엔 그저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2007년쯤 제게 주신 '달란트가 무엇일까' 고민하며 3개월간 기도했어요. 그때 마음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나의 달란트'라는 확신이 왔습니다. 그 후로 이 일이 하나님이 맡기신 사명임을 깨닫게 됐고, '하나님 얼굴에 먹칠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후원 물품 전달 모습. 문은정 관장 제공

◆ 김영미> 복지관에서는 어떤 사업들을 하고 있습니까.
 
◇ 문은정> 돌봄과 자원연계 사업, 밑반찬 지원, 주거환경 개선, 안부 확인 등 맞춤형 사례관리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재난과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돌봄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주민들을 조직하고 교육합니다. 한림읍·애월읍·한경면에서는 공무원, 보건소, 의료기관 등과 함께 '이동복지상담'을 운영하며 복지서비스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 김영미> 이 일들 가운데 관장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어떤 건가요.
 
◇ 문은정> 예전엔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할까 고민했다면 지금은 '어떻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발굴할까'가 더 중요합니다. 지역의 사정을 잘 알아야 진짜 복지가 가능하거든요. 그래서 직원들에게 늘 "지역을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김영미> 일하면서 마음에 남은 사례가 있을까요.
 
◇ 문은정> 혼자 사시던 뇌병변 장애인분이 있었어요. 마음의 아픔이 크셔서 이야기를 듣다 복음을 전했는데, 얼마 뒤 가족과 함께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셨어요. 돌아가시기 전까지 신앙 안에서 평안을 누리셨죠. 그분을 통해 복지사도 복음의 통로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또 알코올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던 한 아버지는 술에 취한 채 자주 복지관을 찾아오셨어요. 하지만 자녀에 대한 사랑이 깊으셨죠. "때리는 것만이 학대가 아니다"라는 제 말에 충격을 받으시고 스스로 병원에 들어가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자녀를 위해 고통스럽지만 술과 이별을 선택하셨을 때 그 사랑이 참으로 깊게 느껴졌습니다.
 
◆ 김영미> 복지차원에서 서부지역은 다른 지역과 어떤 점에서 다를까요.
 
◇ 문은정> 제주는 1인가구와 노인 인구가 많고, 특히 서부지역은 초고령 지역으로 65세 이상 비율이 25%에 달합니다. 다문화 가정도 많아요. 이런 특성들이 복지의 우선 과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김영미> 복지관이 교회와 지역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한다고 보십니까.
 
◇ 문은정> 복지관이 교회와 지역사회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림교회가 지역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고 있어 주민들이 교회를 자연스럽게 신뢰합니다. 복지관은 전문기관으로서 교회가 지역 복지에 참여할 때 실질적인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 김영미> 모태신앙으로 자랐다고 들었습니다. 신앙이 일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 문은정> 저희 집은 5대째 이어온 신앙 가정이에요. 외증조할머니부터 저희 자녀 세대까지 믿음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너희는 신앙 유전자, 기도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다"고 말하곤 합니다. 제가 부족해서 말씀대로 살지는 못하지만, 하나님이 가르치신 대로 순종하며 살고 싶어요. 그런 마음이 제 업무의 기준이 되고, 결정과 태도에도 영향을 줍니다.

주민리더와의 생활복지운동 캠페인 활동. 문은정 관장 제공

◆ 김영미> 복지 현장에서 하나님의 손길을 느낀 적이 있을까요.
 
◇ 문은정> 매 순간 느낍니다. 올해는 특히 '채워주심의 은혜'를 많이 경험하고 있어요. 후원이 끊기면 다른 손길을 보내주시고, 시설 고장이 나면 도움의 자원이 채워집니다. 모든 일이 하나님의 타이밍 안에서 해결됩니다.
 
◆ 김영미> 가장 어려운 점이나 현재의 고민이 있다면 어떤걸까요.
 
◇ 문은정> 코로나 이후 후원자와 봉사자가 많이 줄었습니다. 복지사업비는 후원금으로 운영되는데, 월 후원자가 더 늘어나야 합니다. 또 14년 된 12인승 승합차가 노후되어 어르신과 아이들의 이동 안전을 위해 차량 교체가 시급합니다. 그 일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 김영미> 직원들에게 자주 강조하시는 가치가 있을까요.
 
◇ 문은정> "기본에 충실하자, 지역을 잘 알자, 질서와 예의를 지키자." 복지는 결국 관계의 일입니다. 우리의 태도 하나가 누군가의 마음을 회복시킬 수 있기에 기본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 김영미> 관장님이 생각하는 복지의 본질은 어떻게 얘기할 수 있을까요.
 
◇ 문은정> 복지는 '함께 잘 살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똑같이 살 수는 없지만,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지도록 함께 걷는 게 복지의 본질입니다.
 
◆ 김영미> 교회가 지역복지 속에서 감당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 문은정>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식사 조리, 밑반찬 나눔, 재능봉사 같은 활동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죠. 경제적으로는 1:1 결연 후원도 가능합니다. 한림교회는 홀로 사는 어르신 우유 지원, 청소년 지원사업 등을 복지관과 함께 했어요. 이런 섬김이 지역에 따뜻한 변화를 만듭니다.
 
◆ 김영미> 앞으로 이루고 싶은 비전이 있습니까.
 
◇ 문은정> 저희 복지관의 미션은 '사람을 잇고, 마음을 이어 행복을 여는 복지관'입니다. 공감하고 지지하며, 서로를 이어주는 복지관이 되고 싶습니다. 복지를 필요로 하지만 다가오지 못하는 분들을 먼저 찾아가고, 그분들에게 희망의 통로가 되고 싶습니다.
 
◆ 김영미> 개인적으로 품고 계신 신앙적 비전이 있습니까.
 
◇ 문은정> 말씀을 잘 듣고, 잘 깨닫고, 잘 실천하는 사람이 되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들었는데 잊어버릴 때가 많아요. 말씀을 삶으로 이어가는 것이 저의 가장 큰 바람입니다.
 
◆ 김영미> 마지막으로 청취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문은정> 시편 116편 8절 '주께서 내 영혼을 사망에서, 내 눈을 눈물에서, 내 발을 넘어짐에서 건지셨나이다' 이 말씀이 제 삶의 고백입니다. 혹시 지금 도움이 필요한 분이 있다면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가까운 종합사회복지관이나 읍면동 사무소를 찾아가세요. 복지는 함께 살아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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