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는 외롭고, 같이는 괴로운 시대".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신간 '당신은 연결되어 있습니까'를 통해 던지는 첫 문장이다.
화려한 K-컬처의 시대, 기술과 소통의 폭발적 확장 속에서도 사람들은 점점 더 고립되고 있다. 저자는 이 역설적인 시대에 "연결에도 공부가 필요하다"고 단호히 말한다.
이 책은 '고립과 단절'이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가장 본질적인 감각—'연결'—을 되찾기 위한 철학적 탐구이자 실천적 안내서다. 고미숙은 "고독과 고립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한다. 고독이 자기 성장을 위한 능동적 행위라면, 고립은 세상과 단절된 채 '에고(ego)'의 감옥에 갇히는 수동적 퇴행이다. 연결이 끊긴 인간은 생명력을 잃고 불안과 분노에 잠식된다.
저자는 그 원인을 '화폐제일주의'와 '빚 중독'에서 찾는다. "영혼까지 탈탈 털어야" 인정받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낮에는 스트레스에, 밤에는 감각적 쾌락에 의지하며 자의식에 중독된다. 이런 구조적 고립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만든 병리라고 진단한다.
그러나 '당신은 연결되어 있습니까'는 진단에서 멈추지 않는다. 고미숙은 고전으로의 회귀, 즉 '읽고, 쓰고, 말하기'라는 가장 인간적인 행위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타인의 언어를 읽고 자신의 말로 되새기는 '고전 읽기'는 단절된 사고를 복원하고, 자기 자신과 세계를 다시 잇는 가장 오래된 공부법이다.
책 속에는 장자와 불경, 주역 등 동양 고전의 사유가 녹아 있다. 저자는 "낡은 경계를 넘어 낯선 것들과 열렬히 조우하라"고 말한다. 자유란 제도나 구호가 아니라 "일상을 지배하는 화폐의 힘에 맞설 수 있는 밝고 명랑한 생명력"이며, 진정한 연결의 시작은 바로 거기에서 비롯된다고 역설한다.
책의 마지막에는 독자들이 실생활에서 '건강한 혼자'로 서고, 온라인의 연결을 오프라인의 관계로 확장하는 구체적 방법이 담긴 '묻고 답하기' 꼭지가 실려 있다. 고미숙은 말한다. "연결이 곧 자유다."
고미숙 지음 | 창비 | 10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