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전북 현대의 우승을 이끈 주장 박진섭이 최우수 선수(MVP) 수상 욕심을 드러냈다.
5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의 K리그1 우승 미디어 데이. 박진섭은 "아직 공식적인 축하 자리는 없었지만, 가족들과 함께 조용히 축하했다. 친구들도 많이 좋아해 줬다"며 "시즌이 끝나면 선수들과 크게 뒤풀이할 예정"이라며 웃었다.
전북은 지난달 18일 수원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풀리그 최종 33라운드 홈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하며 파이널 라운드 5경기를 남겨두고 우승을 확정했다.
이로써 전북은 K리그 최초로 10회(2009, 2011, 2014, 2015, 2017, 2018, 2019, 2020, 2021, 2025) 우승의 대업을 달성했다.
전북은 지난 시즌 K리그1 10위로 추락하며 K리그2(2부리그) 강등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올 시즌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거스 포옛 감독의 지휘 아래 한 시즌 만에 챔피언 자리로 올라섰다.
박진섭에겐 2022년 대전 하나시티즌을 떠나 전북으로 이적한 뒤 들어 올린 첫 트로피다. 그는 "전북에 온 뒤 첫 우승이라 감회가 남다르다"면서 "믿고 따라준 동료들에게 가장 먼저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며 씨익 웃었다.
시즌 초 전북을 향한 기대감을 그리 높지 않았다. 개막 후 5경기에서 1승 2무 2패로 부진하며 11위까지 내려앉았다. 하지만 5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전부터 27라운드 대구FC전까지 무려 22경기(17승 5무) 무패로 상승세를 달렸고, 결국 정상에 올라섰다.
박진섭은 "초반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는 선수들이 서로 소통하며 그 분위기를 바꾸려고 노력했다"며 "모두가 고민하고 대화하며 최적의 조합을 찾아냈던 게 큰 힘이 됐다"고 돌아봤다.
무패 기록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늘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박진섭은 "경기력이 안 좋을 때도 있었지만 교체 선수들이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해줬다"며 "선발로 뛰고 싶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그런 마음을 이해하고 선수들과 소통하며 팀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포옛 감독의 체질 개선도 한몫했다. 박진섭은 "감독님은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하신다. 평소엔 편하지만, 운동장에 들어가면 카리스마가 넘친다"며 "무패를 이어갈 때 선수들이 흐트러질 수도 있었는데, 감독님이 분위기를 잡아주셨다. 왜 명장인지 느낄 수 있었다"고 존경을 표했다.
올 시즌 기존 포지션인 센터백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한 박진섭은 "센터백으로 더 성장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지만, 중원에서의 역할도 즐기고 있다"며 "감독님이 세밀히 요구사항을 알려주셔서 많이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A매치 기간 대표팀에선 스리백 전술의 중심 역할을 맡았다. 11월 A매치에서도 경쟁력을 보이겠다는 그는 "대표팀에선 항상 경쟁이다.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갈구해야 계속 부름을 받을 수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진섭은 올 시즌 유력한 MVP 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후보에 오르려면 포옛 감독의 선택이 필요하다.
그는 "후보에 오르는 게 먼저다. 감독님께 어필해야 하는데, 1년 동안 고생했으니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며 "수상은 하늘에 맡기겠지만, 후보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성장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이에 포옛 감독은 "주장은 선수들을 잘 이끌 수 있어야 하고, 내 전술에 따라 동료들을 그라운드에서 지휘할 수 있어야 한다"며 "또 주전으로 뛰어야 하고, 선수들과 잘 소통해야 한다. 박진섭은 이런 요소를 다 갖추고 있어서 주장으로 임명했다"면서 박진섭을 칭찬했다.
그러면서 박진섭을 후보로 추천하겠냐는 질문에 그는 "후보로 확정이다"라고 밝혔다.
그러자 박진섭은 "우승이라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다. 개인 포인트는 부족할 수 있어도, 팀의 최소 실점 유지와 우승 프리미엄이 평가받길 바란다"며 MVP 수상 욕심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