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입이 결정된 핵추진잠수함(핵잠)의 쟁점으로 꼽히는 이른바 '필리 조선소 건조'에 대해 "그 부분까지 협상에서 이야기가 나온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잠 건조를 승인하며 큰 틀에서의 '대원칙'만 결정됐을 뿐 각론이 명확히 정리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안 장관은 "(건조 지역이) 어디 조선소다, '한국이다 미국이다' 등의 얘기는 나온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안 장관은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핵잠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하기로 한 계획은 유효한 것인가'란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과 별개로, 이번 사안이 미 의회 동의가 필요한 사안임을 지적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확실한 리더십을 갖고 영도적으로 추진을 한 사항이기 때문에 큰 틀에서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피트 헤그세스 전쟁(국방)부 장관도 전날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공감대를 표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헤그세스 장관도 본인이 미국으로 돌아가면 국무부·상무부, 또 에너지부까지 (포함)해서 많은 설득을 하겠다고까지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야당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미국 측 승인을 얻어낸 것을 성과로 평가하면서도, '이 대통령이 미국에 요청한 것은 핵연료에 국한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이 '잠수함 선체 건조나 소형 원자로 구축 등은 요청된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묻자, 안 장관은 "전반적인 내용이 다 포함돼 있다고 생각을 한다"고 답변했다.
유 의원은 또 "전직 미 국방부 고위관계자와 만났더니 '트럼프 대통령이 뭔가 착각하고 잘못 말씀하신 것 같다'며 '필리조선소에서 원자력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은 불가능(impossible)하다'고 하더라"고 지적했다. 건조 현실화를 위해선 필라델피아 해당지역의 환경영향평가 등이 선행돼야 하는데 그 과정만 몇 년은 걸릴 거란 취지다.
현재 잠수함 건조시설이 부재한 필리조선소가 아닌 국내 건조가 약속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유 의원은 "최소 5년 이상 걸릴 것이란 얘기들을 한다. 우리 입장에선 그동안 우리가 많은 돈을 들여 축적해온 기술도 있고, 설비도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안 장관은 "우리가 원자력추진잠수함에 대해 약 30년 이상 기술 축적과 노하우 연구를 해왔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건조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며 동의했다.
안 장관은 "현재 미국 필리조선소는 여러가지 기술력과 인력, 시설 등이 상당히 부재한 면이 있다고 저도 판단하기 때문에, 정부부처와 긴밀히 협의해야 될 사항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며 "의원님들이 더욱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란다"고도 했다.
그는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공식 명칭 변경 여부를 질문하자 '그렇다'고 답하며 "핵잠이라고 하면 핵폭탄을 탑재했다고 연상할 수 있고 국제사회에서 그런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했다. '평화적 이용'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용어라는 설명이다.
한편, 안 장관은 전날 헤그세스 장관과의 SCM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를 논의했느냐는 질문에는 "한국군의 주도적 능력을 인정하고 의미 있는 진전,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전했다.
전작권 전환은 △최초작전운용능력(IOC) 검증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 등 3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현재 FOC 평가를 마친 상태다. 다만, 안 장관은 'FOC 검증 마무리 목표시점을 내년으로 잡고 있는지'에 관해선 "그건 아직…"이라며 말을 아꼈다.
SCM 공동성명에 전작권 전환 시기가 명시되는지 물은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을 향해서도 "공식적으로 답변을 드릴 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전날 회의 직후 회견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하지 않은 것이 양측의 안보분야 이견이 있어서는 아니라는 점("No difference")도 강조했다.
안 장관은 "사실 어제 오전 (팩트시트) 정리가 끝날 줄 알고 (공동성명) 준비를 했는데 원자력잠수함과 협정 문제들이 미국 내에서 자체 조율이 필요해 시간이 좀 지체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