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와 제주도, 부산광역시와 경기도 4곳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따른 분산에너지특화지역(분산특구)으로 지정됐다.
분산특구는 원거리 송전망을 이용하는 대신 수요지 인근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지역내 소비하도록 하는 지산지소형 시스템으로 조성된다.
전기사업법상 '발전·판매 겸업금지' 예외로 발전사업자와 전기사용자간 전력 직접거래가 허용되며, 규제특례로 다양한 요금제를 도입하고 전력신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게 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5일 제36차 에너지위원회 개최 결과 이 같은 내용의 분산에너지특화지역 지정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제주서 P2H·VPP·V2G 실험…전남 태양광 출력제어 줄인다
제주의 경우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와 실시간 시장 같은 혁신적 제도를 갖춰 분산에너지 시스템 실험의 최적지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지정으로 △피투에이치(P2H, Power to Heat: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히트펌프를 이용해 열에너지로 변환) △가상발전소(VPP, Virtual Power Plant: 사업자가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저장장치 등을 통합해 전력시장 참여 및 수익모델 발굴) △브이투지(V2G, Vehicle to Grid: 전기차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처럼 활용하고 전력시장 참여) 사업 등이 추진된다.
전남은 태양광 보급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지만 계통 부족으로 출력제어가 빈번한 곳이다. 태양광 발전소가 밀집한 해남·영암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유치해 지역내 생산-소비를 실현하고, 인공지능(AI) 기술로 전력 생산-소비를 최적화하는 마이크로그리드 기술을 산업단지와 대학교 등에 다양하게 실증할 예정이다. 재생에너지의 99.6%(호수 기준)가 위치한 배전망에 에너지저장장치를 보급해 재생에너지 접속대기 물량을 최소화하면서 배전망 운영을 효율화하는 사업도 추진된다.
부산·경기는 전력 공급 대비 수요가 높은 지역으로 수요 관리의 최적화가 필요한 곳이다. 부산은 에너지저장장치를 대규모로 설치하고 다양한 수용가(산업단지, 항만, 데이터센터)에서 활용해 전기요금을 절약하는 사업 유형(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한다.
경기도는 공원 안에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 전기차 충전소를 연결하는 마이크로그리드를 활용해 저장된 전기를 전기차에 충전하고 수익을 올리는 사업을 실증할 계획이다.
이번 에너지위원회에서 보류된 울산, 충남, 경북은 추가 논의를 거쳐 차기 위원회에서 조속히 재심의할 예정이라고 기후부는 전했다.
기후부로 개편 후 첫 에너지위…5년내 최종소비량 감소 전환 목표
이날 에너지위원회는 지난달 1일자로 에너지 정책 업무를 이관받은 기후에너지환경부 개편 이후 처음 열린 회의로도 주목받았다. 김성환 장관이 위원장을 맡아 주재했다. 위원은 당연직 위원인 기획재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외교부·산업통상부·국토교통부 차관과 민간 위촉위원 19명(2년 임기, 연임 가능) 이내로 구성된다.
이날 위원회에선 제7차 에너지이용 합리화 기본계획도 심의·의결됐다. 에너지이용 합리화 기본계획은 에너지 효율 향상 및 수요 관리 부문의 중장기 실행전략으로,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5년 단위로 수립하고 있다.
이번 7차 계획에선 △향후 5년 내 최종 에너지 소비량을 감소 추세로 전환(2024년 2억 1200만toe→2029년 2억 1100만toe)하고, △2029년 에너지원단위를 2024년 대비 8.7% 개선(2024년 0.092toe/백만 원→2029년 0.084toe/백만 원)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에너지원단위란, 국내총생산(GDP) 1단위(100만 원 또는 1천 달러)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양(1차 에너지 공급량, TOE 기준)을 의미한다. 수치가 적을수록 에너지 사용이 효율적이란 의미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할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소비부문별 에너지이용 합리화 시책 추진 △효율관리의 시장기능 강화 △열산업 혁신기반 마련 △데이터 중심 수요관리 시스템 구축 △스마트한 에너지 소비문화 확산 등 5개 부문별 과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오늘 논의한 분산특구 및 에너지이용 합리화 계획이 에너지 시스템을 전환·혁신하고 나아가 탈탄소 녹색문명으로의 대전환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