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절망 속의 사랑…이영은 첫 시집 '영원불변 유리병 아이'

문학동네 제공
"너를 안고 쓰다듬으며 / 내일이 오지 않길 바랐던 것."

섬세하고 투명한 언어로 사랑과 상실, 멸망의 감정을 포착한 신예 시인 이영은의 첫 시집 '영원불변 유리병 아이'가 출간됐다.

2022년 '문학동네신인상'을 통해 등단한 이영은 시인은 "섬세하고 치밀한 문장, 유려한 언어 전개, 음영이 짙은 시선"으로 주목받으며 등장했다. 그의 첫 시집은 문학동네 시인선 243번째 책으로, 제목이 암시하듯 '영원히 변치 않으리라 믿었던 사랑'과 '깨지기 쉬운 마음' 사이의 긴장을 유리병 속에 고요히 담아낸다.

시집은 "세상이 와르르 무너져내리는"(그리고 예견된 미래) 멸망의 감각 위에서 출발하지만, 절망 대신 잔해 속에서 사랑의 흔적을 길어 올리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영은의 시에서 사랑은 효용이 아닌 존재의 조건이며, "사랑 없이는 '나'도 존재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신념이 시편 전체를 지탱한다.

그의 시는 낭만적인 사랑의 찬가가 아니라, 실패와 이별 이후에도 사랑을 "다시 설정"하는 시도의 기록이다. 시인은 "모든 사랑을 실패했다. 실패하고 또 실패했다"(인간 생태 보고서)고 고백하면서도, 그 실패를 통해 다음 사랑과 존재를 향한 언어의 여정을 멈추지 않는다.

평론가 하혁진은 해설에서 "이영은의 시는 끝내 무너지고 흩어질 감정들을 응시하면서도 그 모든 것이 무의미하지 않음을 증명한다"며 "절망 속에서도 감정을 뚫고 나가는 언어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 시인"이라고 평했다.

시집은 사랑과 멸망이 교차하는 차가운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녹아내리는 빙하, 얼어붙은 바다, 투명한 슬픔 같은 장면들이 반복되며, 시인은 "멸망은 피할 수 없는 결말이자 차라리 함께 끝나기를 바라는 소망"이라고 말한다.

이영은 지음 | 문학동네 | 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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