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재심 무죄에 상고 포기

"국민 기본권 제대로 보장하지 못했던 점 깊이 반성"

광주 동구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의 피고인이 사건 발생 16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연 기자회견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중형을 선고받았다가 최근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부녀에 대해 상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검찰청은 4일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에 대한 지난달 28일 광주고법의 재심 무죄 판결에 대해 재판부의 판단을 겸허히 수용해 상고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당시 검찰 수사 과정에서 '객관적 증거 없이 피고인들에게 자백을 유도하고, 자백받을 당시 진술거부권을 명확히 고지하지 않았으며, 합리적 이유 없이 수갑과 포승으로 피고인들을 결박한 상태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등 피고인들에게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는 재판부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법절차에 따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자세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해야 할 검찰이 본연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했던 점을 깊이 반성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오랜 기간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었을 피고인들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향후 피고인들에 대한 보상 절차 및 명예 회복 조치가 신속하고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대검은 또 "현재 논의 중인 검찰개혁 과정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범죄 피해자 및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형사절차 개선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백모(75)씨와 딸(41)은 2009년 7월 6일 전남 순천시 황전면 한 마을에서 막걸리에 독극물인 청산가리를 타서 아내와 이웃 주민 등 2명을 살해하고 2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근친 간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부녀가 아내이자 친모를 살해하기 위해 범행을 공모했다고 결론 내리고 기소했다.

광주 동구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사건 발생 16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피고인들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010년 2월 1심은 진술의 신빙성 등을 문제 삼아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이듬해 11월 부녀에게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해 2012년 3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10년 뒤인 2022년 1월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가 '위법 수사'를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재심이 열렸다. 광주고법 형사2부(재판장 이의영 고법판사)는 지난달 28일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 발생 16년 만에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초등학교 2학년을 중퇴해 글을 읽거나 쓰지 못하는 백씨, 지능지수 74점 정도의 경계성 지능인인 딸이 각각 장시간 조사를 받으면서 검찰의 압박을 받았다고 봤다. 또 진술거부권, 변호인 또는 신뢰관계인 동석권, 조서 열람 및 변경 청구권 등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하지 않은 검찰 수사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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