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日 만나 모두 성과냈지만…남은 난제도 수두룩

연합뉴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어진 이재명 대통령의 정상외교 주간이 2일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의 양자회담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됐다.
 
다자회의의 의장국으로서 정상국가 대한민국의 APEC 복귀를 알리는 한편,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과의 양자회담이나 대규모 투자를 비롯한 경제인들과의 회동이라는 적지 않은 성과를 얻어냈다는 평가지만 향후 숙제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싱가포르로 슈퍼위크 마무리…美·日·中 모두 '성과'

이재명 대통령과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가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공식오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웡 총리와 취임 후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 정상은 올해 양국 수교 50주년, 대한민국 독립 80주년, 싱가포르 독립 60주년인 점과 과거 경제성장기에 함께 '아시아의 호랑이' 등으로 불린 점 등 공통점을 언급하며 협력 강화에 나섰다.
 
특히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고 안보, 경제, 인적교류, 역내 평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공조와 협력을 확대해 가기로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외교 슈퍼위크' 기간 동안 미국 정상을 시작으로, 캐나다, 뉴질랜드, 태국, 베트남, 호주, 일본, 필리핀, 칠레, 인도네시아, 중국, 싱가포르 등과 양자회담을 가지며 외교 전선에 본격 뛰어들었다.
 
그 중 빅 3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일본, 중국과는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성사 가능성이 낮다고 여겨졌던 한미 관세협상의 후속협의를 마무리했다.
 
합의 내용 또한 미국 측의 투자금 3500억 달러 '전액 현금 선불' 등의 요구에 맞서 현금 2천억 달러와 조선업협력 1500억 달러로 현금 부담을 낮췄고, 투입 방식 또한 연 200억 달러 이하로 상한을 정함으로써 외환시장의 부담을 줄였다.
 
아울러 이 대통령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의해 핵추진 잠수함을 미국으로부터 승인 받으면서 안보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미 양국이 이번주초 발표할 관세·안보 분야 '공동 팩트시트'에도  핵추진 잠수함 건조 관련 합의사항이 담길 예정이다.
 
일본과는 전임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달리 강경 우파 내지는 극우라는 평가를 받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를 만나 협력 무드를 조성했다는 점에서 첫 단추를 잘 채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APEC 의장국 자격으로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솔직하게 아주 좋은 느낌을 받았다. 걱정이 다 사라졌다"고 털어놓으며 향후 셔틀외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중국과는 그간의 한미 동맹, 한미일 협력 관계 중심의 외교에도 다시 교류를 재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70조원 규모의 통화스와프 체결, 경제협력 공동계획, 서비스무역, 실버경제, 혁신창업, 감 수출 등 양해각서(MOU) 체결은 대규모 신생협력은 아니지만, 경제 활성화의 일환으로 분류된다.
 
'보이스피싱·온라인 사기 범죄 대응 공조 MOU'의 경우에는 캄보디아 내 한인 납치·감금 사태가 촉발한 초국가적 대응 필요성에 양국이 동의해 신속하게 행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교류의 활성화라는 평가를 받는다.
 

APEC의장으로 '경주선언' 이끌어…경제효과도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이 2005년 이후 20년만에 의장국을 맡은 APEC 각종 행사에서도 이 대통령은 외교력을 발휘해 '경주 선언'을 이끌어냈다.
 
이번 APEC의 3대 중점 과제는 연결·혁신·번영이었는데, 여기에 무역·투자·디지털·혁신 등 주요 논점을 담아냈다는 평가다. 특히 세션 내내 언급된 인공지능(AI),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에 대한 회원국들의 지지를 얻어냈다는 점이 크다.
 
이번 공동 선언문에는 문화창조산업도 반영돼, APEC 정상회의 선언에 관련 내용이 처음 담기게 됐다는 점도 의미를 지닌다.
 
이번 선언은 APEC 21개국 대표자의 만장일치로 채택이 됐는데, 이는 그간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며 자유 무역의 가치를 공동 선언에 담는 것을 반대했던 걸 넘어선 결과이기도 하다.
 
APEC을 계기로 이번 기간 눈길을 끈 또 하나의 분야는 전세계 경제인들 간의 교류의 장으로서의 역할이다. 전세계의 대표적 기업인 1700여명이 경주에 모여 최고경영자(CEO) 서밋 등을 비롯해 각종 행사장에서 만나 투자와 협력 등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젠슨 황 엔비디아(NVIDIA) CEO를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과 만나 대한민국을 'AI 3대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정부는 이번 행사 기간 엔비디아가 한국에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을 공급한다는 내용을 직접 발표했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통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조달 확대에도 나서기로 했다.
 

핵잠·한한령·과거사 모두 '나중'으로…향후 흐름이 관건

남은 과제는 이번 외교를 통해 얻은 결과물을 풀어내는 일이다.
 
우선 핵추진잠수함의 공급 방식을 둘러싼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 한국 측은 핵잠의 연료 부분에 대한 지원만을 미국에 요청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있는 필리조선소에서 이를 건조하자며 미국에서의 제작을 언급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서로의 입장이 정리되는 대로 소상히 설명드릴 기회를 가져보겠다"며 말을 아꼈는데, 한미는 안보와 무역 분야를 모두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 Sheet)를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한국의 핵추진잠수함은 인접국인 중국으로서도 부담이 되는 이슈다. 이를 비롯해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혐중 시위 문제로 인해 중국의 한한령이 해제되지 않고 있는 점은 한중 간에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일본과는 협력의 발판은 마련했지만 과거사 등 민감한 현안을 어떻게 꺼내들지가 관건이다. 결국 미중일 모두 추후 논의 과정이 더 중요한 셈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나 한일, 한중 외교는 회담 결과에서 보듯 잘 됐고, 미중까지도 한국에서 충돌이 완화되는 제스처가 보여졌다"면서도 "이번 외교의 성과는 외향상으로는 괜찮지만 뜯고 들어가보면 굉장히 골치 아픈 얘기이기 때문에 향후 어떤 흐름을 어떻게 끌어갈지가 정부의 과제"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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