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재명 대통령과 대장동 재판

지난 4월 29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4년이 넘는 시간 끝에 대장동 주범들에 대한 배임과 뇌물공여 등의 1심 재판결과가 나왔다. 유동규,김만배,정민용 등 핵심 피고인들에 선고 결과가 각각 8년과 6년이란 점에 비춰보면 중형이 틀림없다. 재판부는 대장동 범죄가 민간과 유착된 부패범죄라고 규정했다. 대장동 주범들에 대한 중형 선고를 두고 형량 시비가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시시비비의 범주를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하다.
 
유동규와 김만배 피고인 등에 대한 대장동 재판에 주목한 이유는 이 범죄에 대한 성격 규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책임 여부와 직간접적 연루 의혹 때문이다. 현재 검찰은 이 대통령에 대해 별도의 배임범죄로 기소한 상태이고, 이 사건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헌법상 소추문제로 재판이 중지돼 있는 상태이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황진환 기자

아직 대법 판결까지 멀었지만 여야는 1심 결과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 연루된 민간업자들이 중형 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 이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재개돼야 한다"고 이미 정치 쟁점화에 나섰다. 반면 여당은 "재판 결과 이 대통령과는 무관한 것으로 판명됐다"며 "공소 취소해야 한다"고 맞선다.
 
이같은 판결에 대한 정치적 논쟁은 판결문상 양형 참작 부분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1심 재판부는 유동규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피고인이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주요 사항 모두를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고 성남시 수뇌부가 주요결정을 하는데 있어 민간업자들과 조율하는 등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주로 담당한 측면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반면 불리한 정상으로는 "비록 피고인이 중간관리자였지만 단순히 지시 사항만 수행한 역할에 그친 것이 아니라 대장동 개발사업에 관한 공사의 실질 책임자로서 민간업자들과 사이에 조율한 내용을 승인받아 그대로 진행함으로써 배임행위를 주도한 것으로 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재판부가 유동규를 '중간관리자'라고 칭했다가, 또 "배임행위를 주도했다"고 하는 등 그 성격을 이중적으로 평가하면서 논쟁 불씨를 낳고 있는 것 같다. 
 
사건의 성격을 놓고 여야와 진영이 나뉘어 다투는 싸움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의 책임여부에 대한 논쟁은 판결의 다른 부분에서 더 심플하게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재판부는 유동규와 대장동 일당 간의 유착 형성과정을 설명하면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당시 성남시장은 유동규.정진상 등과 민간업자의 유착관계가 어느 정도 형성됐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수용방식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4월 29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법리적으로 이 판단은 의미심장하다. 배임죄에서 경영자의 죄책을 따질 때 핵심은 '고의성'이다. 그 고의성에 따라 배임 혐의는 '유죄'가 될 수 있고, 또는 '경영상의 단순 판단 실수나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는 단순한 경영상의 판단 실수나 경제적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은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장동 사건을 성남 시정 정책에서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라고 봐야한다. 즉 경영상 판단의 문제로 성남시 시정 판단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재명 당시 시장이 민간 일당을 봐주기 위해 '고의적으로 유착됐는가, 그렇지 않은가'가 핵심이란 말이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이 시장이 유착 상황을 알지 못했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배임의 핵심 쟁점에서 1심 재판부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책임 여부에 대해 사실상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무죄 심증의 판단을 한 것이다. 물론 이 대통령이 이 재판에서 기소대상이 아니므로 혐의 유무를 명시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없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더욱이 현 재판부는 이 대통령의 연루의혹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아도 관계없다. 어차피 별도의 재판부에서 판단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사건이 대장동 본류 사건인만큼 재판부는 당시 이 대통령의 역할과 의혹에 대해 따져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이번 재판결과로 이 대통령의 배임혐의 유무에 대해 정치적 논쟁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무분별한 정치공세로 변질돼 현직 대통령의 발목을 잡으려는 의도는 자제돼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사법부의 독립성에 대한 시민의 불신이 커진 상태이다. 대장동 사건에 대한 민간 유착 행위는 법의 철퇴를 받았다. 그러나 1심 재판부가 이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 사실상의 판단을 내렸는데도 소추문제로까지 확대하는 것은 실효성 없는 정치공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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