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자산이 오른다 =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
"모든 자산이 오른다는 건, 아무것도 오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거죠."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경제적 본능'에 출연해 최근의 전 세계 자산 급등 현상을 이렇게 정의했다. 환율은 1400원대를 유지하고,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금·비트코인·부동산까지 일제히 오르는 기현상 뒤에는 '디베이스먼트(화폐가치 절하)'가 작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달러 인덱스가 100 이하로 떨어져 달러 가치 자체는 약세임에도, 원화가 더 많이 절하되며 실질 환율은 1580원 수준에 해당한다"며 "이는 단순한 달러 강세가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가 설계한 새로운 환율전쟁의 한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관세 전쟁 다음은 환율 전쟁, 마지막 카드는 스테이블코인 전쟁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이른바 '마이란 보고서'의 큰 그림은 세 단계로 구성된다. ① 관세전쟁을 통해 글로벌 제조기지를 미국으로 끌어오고, ② 약달러를 유도해 미국 내 제조 가동률을 높이며, ③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통해 미 국채 매입을 늘리는 '디지털 달러 패권'을 완성하는 구도다.김 교수는 "트럼프의 전략은 미국식 유동성 잔치, 즉 선거용 경기부양"이라며 "달러 가치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려 모든 자산을 오르게 만들고, 유권자들에게 '부자가 된 착시'를 주는 디베이스먼트 정치가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26년까지는 랠리 전망, 그러나 위험하다
김 교수는 2026년까지 이어질 이번 랠리를 "위험한 유동성 장세"로 규정했다. "경기가 안 좋기 때문에 오히려 자산이 오르는 겁니다. 실물경제는 수축하지만, 유동성은 자산시장으로 몰리면서 버블을 키운다. 2026년까지는 우상향 흐름이 유지되겠지만, 중간에 '국채 발작'이나 '스테이블코인 발작' 같은 급락 구간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설명이다.그는 특히 "트럼프가 파월 연준 의장을 대체할 인물을 통해 무리한 금리 인하를 강행하면, 그 시점의 인플레이션이 발작의 신호가 될 수 있다"며 "우상향 장세 속에서도 조정은 곧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인플레가 급등하는 순간에는 그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조언했다.
지경학적 불안을 반영한 금값의 상승
유동성이 풀리면 모든 자산이 오르지만, 금값이 특히 가파르게 오르는 이유는 '지정학적 분절화' 때문이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러시아·중국의 금 매입이 늘고,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금으로 쏠리고 있다. APEC 정상회담 기간에는 일시적으로 평화 무드가 연출되겠지만, 회담이 끝나면 다시 금값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시대의 특성을 구분하기… 지금은 피봇의 시대
김 교수는 "2020~21년은 완화의 시대, 22~24년은 긴축의 시대, 25~26년은 피벗의 시대"라고 정의하면서 "이제는 돈의 방향이 바뀌었다. 금리를 인하하고, 스테이블코인이 본격화되는 피벗 국면에서는 자산 보유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유동성이 풀린 주식시장의 경우 "2026년까지는 우상향하겠지만, 그 이후는 유동성의 방향이 꺾일 수 있다"며 "지금의 상승은 '모두가 부자가 되는 착시'에 불과함을 잊지 말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