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사 매출 1천억 돌파, 급성장한 파타고니아 비결은?[기후로운 경제생활]

품질로 사고 철학으로 남는다, 충성 고객 만든 힘
"새 옷보다 수선" 브랜드 상관없는 무료 퀄리티랩 운영
창업주 지분 전액 기부, 이익을 지구로 돌려
환경팀, 설악산·4대강 등 현장서 10년째 연대 중
단기 손실 감수, 장기 신뢰로 버티는 경영


◆ 홍종호> CBS 경제연구실 기후로운 경제생활 시작합니다. 파타고니아 코리아의 김광현 환경팀장 나와 계세요. 팀장님 안녕하세요.

◇ 김광현> 네. 안녕하십니까?

◆ 홍종호> 저희 경제연구실의 기후로운 경제생활이 그동안 유튜브 시청자분들만 뵙다가 라디오 청취자분들께 처음 인사드리게 됐습니다. 첫 번째 인터뷰의 주인공이 되셨는데요. 소감이 어떠세요?

◇ 김광현> 너무 영광이라고 생각하고요. 라디오 청취자분틀께 파타고니아에서 첫 인터뷰로 인사드리게 돼서 너무 반갑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 홍종호> 좋습니다. 먼저 이 이야기해 볼게요. 파타고니아 한국지사가 국내 매출 1천억 원을 달성했다고 하는데요. 젊은 세대에서는 아마 파타고니아를 모르는 분들이 없을 겁니다. 몇 년 사이에 인지도도 굉장히 높아졌고 그것이 매출이나 성과로도 나타나고 있는데요. 배경에는 어떤 게 있다고 보시나요?

◇ 김광현> 배경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저희가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비즈니스를 한 지 10년이 조금 넘어가는데, 10년이 조금 넘어간 시점에서 1천억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그 기간을 거치며 고객분들께서는 파타고니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제품의 품질이라고 생각하고 있으세요. 파타고니아 제품의 품질을 경험하시면서 품질이 정말 뛰어나다며 점점 알아주시고 그렇게 소문이 난 배경이 있고요.

그리고 트렌드의 영향도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파타고니아의 특정 제품들이 지난 몇 년 사이에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이 되면서 브랜드가 많이 알려지고, 특정 제품들이 매출을 견인한 부분들도 분명히 있어요. 또 하나는 파타고니아가 환경 보호를 위해서 사업을 한다는 사업 목표와 미션을 가지고 있는데요. 저희가 우리나라에서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 보호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고객분들께서 이해하시고 받아들여 주셔서 그것이 매출이나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홍종호> 품질을 제일 우선시한다고 하셨는데 회사 입장에서 품질을 고려할 때 어떤 것을 생각하십니까? 예를 들어 질기다거나 오래 쓸 수 있다는 측면인가요? 아니면 색깔이 예쁘다든가, 하는 겁니까?

◇ 김광현> 품질이라는 걸 정의한다면 고객마다 각자의 생각이 다를 수 있어요. 그래서 외부적으로는 주관적인 품질을 객관화하기 위해서 반드시 받아야 하고 통과해야 하는 인증이 마련되어 있죠. 그런 인증들이 있는지 확인하면서 객관적인 부분의 품질 검토를 할 수 있고요.

예를 들어 블루사인이라고 하는 글로벌 인증이 있는데요. 이 인증은 원단이나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염색이나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얼마큼 환경적인 영향을 줄였는지를 평가하는 인증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섬유 관련 인증이 여러 가지 있는데 일단 글로벌 인증에 대한 부분이 담보가 돼야 하고요. 또 하나는 저희 내부적으로 품질에 대한 기준이 있는데요. 저희는 자연 속에서 활동할 때 입을 수 있는 아웃도어 의류 기업이니까요. 거기서 기능성이라든지 내구성 같은 부분에 있어서 자체적인 테스트가 있습니다.

◆ 홍종호> 팀장님 말씀을 들어보면 결국 소비자들이 파타고니아 제품을 봤을 때 환경 보호를 정말 열심히 실천하고 이 옷을 입으면 내가 함께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요. 내구성과 이런 환경 관련된 것들이 구매에 있어서 중요한 일부 요소로 작용한다는 겁니까? 회사에서 그런 판단을 하세요?

◇ 김광현> 소비자 분석을 해보면 소비자분들은 대단히 냉정하시거든요. 저희 옷이 그렇게 낮은 가격이 아니라서요. 예를 들어 가을, 겨울 재킷은 30만 원이 넘어가는 제품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30만 원이 넘어가는 옷을 결제할 때 어떤 기준으로 옷을 구매하는가 에서요. 환경 보호나 기업이 지향하는 사회적인 가치는 구매 결정의 순간에는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구매하는 순간에는 정말 현실적인 기준이 우선해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제품이 내가 원하는 디자인인가, 브랜드가 유명한가, 제품의 색깔이 마음에 드는가 등의 다양한 기준들이 있죠. 정말 현실적인 기준들이 사람들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옷을 제대로 잘 만드는 게 대단히 중요한 거죠. 그리고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파악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파타고니아가 지향하는 자연 속의 활동에서 옷이 정말 원하는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가도 대단히 중요하고요.

그러면 파타고니아가 지향하는 환경 보호 같은 부분들은 어디에 영향을 미치냐, 하면요. 제품을 대단히 현실적인 기준으로 구매한 이후에 브랜드에 대해서 알게 되거나,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들으면서요. 단순히 좋은 제품인 줄 알고서 혹은 유행하는 제품인 줄 알고 구매했는데 알고 보니 브랜드에서 이런 일도 하는구나 하면서요. 객이 브랜드에 대해서 더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고 충성 고객으로 전환되는 부분에서 그런 가치가 기여합니다.

◆ 홍종호> 내가 구매하는 게 좋은 일에도 기여하는구나 싶은 걸 강화시키는 겁니까?

◇ 김광현> 네. 그리고 신뢰 같은 게 조금 생기는 거죠.

◆ 홍종호> 그래요. 어쨌든 영리 기업이고요. 팀장님도 환경팀장이잖아요. 사실 기업에서 보편화된 직책은 아닐 것 같은데요. 환경이라는 것이 파타고니아에서 얼마나 중요한 겁니까? 돈 버는 게 목적인 것은 맞죠?

◇ 김광현> 네. 이런 질문들을 많이 해주시는데요. 저희가 살고 있는 경제 시스템 아래에서 기업의 목적을 어디에 두는가가 중요한 것 같은데요. 일반적으로 기업의 목적을 이윤의 최대화 혹은 극대화, 돈을 많이 벌어서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경향이 강한 사회 속에서 저희가 살고 있죠.

◆ 홍종호> 너무 보편적이죠. 모든 경제학 교과서에 다 그렇게 쓰여 있습니다.

◇ 김광현> 파타고니아 같은 경우는 환경 보호라는 가치를 기업의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고, 영리 활동은 우리가 지향하는 환경 보호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관점에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 홍종호> 처음 손익분기점 달성했을 때, 회사에서 이제 빨리 미션을 진행하자는 식의 얘기가 나왔다고 하는데요. 아마도 여기에서 미션은 환경 보전 미션인 것 같은데요. 이런 것들이 회사 내 모든 임직원에게 보편화돼 있고, 공유하는 가치입니까? 굉장히 궁금하네요.

◇ 김광현> 저희가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기 전부터도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환경 보호를 실현해 낼까 하는 미션에 대한 고민이나 내부 논의는 계속해서 있었고요. 환경 미션은 저희가 지향하고 단순히 구호로 그치지 않고 직원들에게도 다 공유되어 있습니다.

◆ 홍종호> 그런 직원들이 들어오는 겁니까? 아니면 그런 직원만 뽑습니까?

◇ 김광현> 둘 다인 것 같은데요. 색깔과 철학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여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지원하고, 그런 사람들 가운데서 잘 실현해 낼 수 있는 사람들을 채용하고요. 단순히 그런 사람들을 뽑는다고 해서 잘 굴러가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회사에 들어와서 내가 정말로 그런 가치를 실현하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홍종호> 네. 그리고 퀄리티랩이라는 게 있다고요? 딱 들어서는 뭔지 잘 모르겠거든요. 회사 내에 시스템으로 구축돼 있다고 하는데 설명 좀 해주세요.

◇ 김광현> 파타고니아 퀄리티랩은 작년에 삼성동 파르나스몰 지하에 연 매장의 이름입니다. 파르나스몰은 코엑스몰과 붙어있는데요. 그런데 이 매장은 단순히 제품을 많이 파는 공간이 아니라, 제품을 수선해 주는 공간이 매장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곳입니다.

◆ 홍종호> 그래요? 그러면 수선은 파타고니아 제품만 수선해 줘요? 아니면 모든 제품, 모든 옷을 다 수선해 줍니까?

◇ 김광현> 모든 옷, 브랜드 상관없이 가져오시면 수선해 드립니다.

◆ 홍종호> 얼마나 요금을 받습니까?

◇ 김광현> 요금은 원칙적으로는 무료로 하고요. 그런데 조금 돈이 들어가는 수선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은 실비를 조금 받습니다. 매장을 연 이유는, 일단 환경 보호라는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서 다양한 활동이 있을 수 있어요. 기업 차원에서 첫 번째로는 옷을 생산하는 기업이니까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의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해서입니다.

◆ 홍종호> 전 주기적인 관점이죠.

◇ 김광현> 전 공급망 내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친환경 소재로 전환하는 부분이 첫 번째고요. 두 번째는 재무적인 차원에서 환경 보호를 어떻게 해낼 것인가인데, 특히 재무적인 이익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죠. 그래서 3~4년 전에 파타고니아 창업자와 가족들이 회사가 가지고 있던 모든 지분을 비영리 조직에 기부했어요. 비영리 조직은 저희 회사의 모든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수익을 배당금 형태로 가지고 가서 전 세계 환경 보호 운동의 예산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 홍종호> 퀄리티랩은 파타고니아 한국 지사에서 만든 아이디어인가요? 아니면 전 세계적으로 하는 겁니까?

◇ 김광현> 퀄리티랩은 제품 생산 과정 안에서의 환경 영향을 줄이는 것, 그리고 재무적인 이익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또 하나는 어떻게 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을까입니다. 특정한 환경 문제에 대한 캠페인을 하기도 하고요. 또 저희가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소비문화의 전환인데요. 의류 소비도 그렇고 필요 없는 제품들을 너무 많이 사고 있어요. 과소비가 궁극적으로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요. 저희는 옷을 팔고 있긴 하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새 옷을 사는 것보다 있는 옷을 오래 입는 것이 환경 보호를 위한 가장 쉬운 실천이라고 이야기해 왔습니다.

◆ 홍종호> 국내 지사에서 만든 건가요?

◇ 김광현> 전 세계적으로 해온 캠페인이죠. 옷을 수선해 주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하고 있고요. 퀄리티랩은 전 세계적인 흐름 안에서 한국 지사가 아이디어를 내서 매장을 전면적으로 수선 시설로 갖추겠다고 한 겁니다.

◆ 홍종호> 아까 매장이 어딘지도 말씀하셨는데요. 방송이 나가면 지금보다 더 많은 분이 옷을 가져와서 수선해달라고 하고 인건비도 많이 나가서 힘들 텐데, 괜찮으세요?

◇ 김광현> 안 그래도 브랜드에 상관없이 무료 수선이라는 게 소문이 많이 나서요. 처음에는 현장 접수를 해드렸는데 이제는 감당이 안 돼서 예약 접수만으로 바꿨습니다. 그래서 파타고니아 코리아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하시고 오셔야 수선을 해드릴 수 있습니다.

◆ 홍종호> 저희 방송에서도 과거에 한 번 다뤘습니다만 패스트 패션이라는 게 대유행이잖아요. 빠르게 옷 만들어서 잠깐 입고 버리고, 버린 옷이 국내에서 적정 처리가 안 되니까 해외로 내보내고요. 이런 거대한 패션 산업의 흐름과 비교해 보면 파타고니아는 거의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데요. 이에 대한 회사 내의 전략이나 방향성 같은 건 분명한 건가요?

◇ 김광현> 네. 분명하게 있습니다. 비즈니스의 근본적인 방향성은 초반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자본 이익의 최대화로 강하게 나아가고 있잖아요. 파타고니아도 어쨌든 기업이기 때문에 한쪽 발은 영리 활동, 건강한 비즈니스 경영 쪽에 담그고 있고요. 다른 한쪽으로는 지구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서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이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여러 가지 전략이나 계획들을 분명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 홍종호> 국내외의 의류 산업 내에서 또는 더 나아가서 다른 부문에서 거의 ESG의 극단에 있는 파타고니아를 배우고 싶다고 하거나요. 과연 치열한 글로벌 경쟁 시장 환경에서 이러한 것들이 가능한 것인가를 궁금해하고 벤치마킹하려고 하는 흐름이 있나요?

◇ 김광현> 분명히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회사의 실무 팀장인데요. 제가 개인적으로 지난 몇 년 사이에 파타고니아 사례를 듣고 배우고 싶다는 주요 기업이나 대학의 특강 요청을 굉장히 많이 받았습니다.

◆ 홍종호> 의류 산업이 아닌 다른 산업도 있고요?

◇ 김광현> 다른 산업도 포함해서요. 지금까지 제가 진행한 특강 수만 100회가 넘고 계속 들어오고 있어요. 이 외에도 미디어 인터뷰라든가 아니면 개인적으로 실무 하는 분끼리 미팅 요청도 있고요. 그리고 대단히 고무적인 건 대학생들이 스스로 조직해서 공부하는 학회에서 파타고니아 사례를 공부하고 싶다는 요청도 부쩍 늘었어요. 그런 것들로 봤을 때 파타고니아의 사례에 대한 관심도는 지난 몇 년 사이에 대단히 높아진 것 같습니다.

◆ 홍종호> 저희 방송이 기후를 주제로 만드는 방송인데요. 날씨가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얼마 전까지는 너무 더웠는데 갑자기 외투를 꺼내 입게 되었잖아요. 급격한 기후의 변화, 극단적인 기상 현상 같은 것들이 의류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파타고니아는 어느 정도로 주목하고 있는지 말씀 좀 해주세요.

◇ 김광현> 네. 지역별로는 다를 수 있지만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이기 때문에요.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의류를 구매하는 패턴이나 사이클이 다 깨져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기후가 안정적이었으니까 어느 시점이 되면 따뜻한 옷이 나가고, 여름이 되면 반팔을 준비하고 했어요. 저희가 시즌을 구분해서 계획하고 준비할 수 있었는데요. 올해도 그렇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봄과 가을이 극단적으로 짧아지고 여름은 너무 혹독하게 더워졌고, 겨울은 추워졌어요. 이러면서 사람들의 의류 소비 패턴이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지고 있어요. 그렇게 변화하는 소비 패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고요. 또 저희는 자연 활동할 때 입는 옷을 생산하는 기업이니까요. 극한의 더위나 추위와 같은 날씨 속에서 사람들이 좀 더 쾌적하고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은 어떤 제품이어야 할까, 옷에 어떤 기능을 더해야 할까 하는 부분들도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 홍종호> 네. 그러면 국내에서 파타고니아보다 매출, 규모가 큰 경쟁 아웃도어 회사들도 적지 않을 텐데요. 제가 상상하기로는 시즌이 바뀔 때마다 대목이라며 신제품을 내야 소비가 몰리지 않을까 하는 판단을 할 것 같아요. 이런 흐름에 대해서 파타고니아 내에서는 어떤 식의 대응을 하고 있습니까?

◇ 김광현> 저희 회사에는 트렌드를 놓치지는 않지만, 트렌드를 쫓지 않는다는 철학이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저희도 봄, 여름 혹은 가을, 겨울 시즌에 맞춰서 신제품을 출시하고 제품들을 전환합니다. 다른 기업들이 하는 방식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어요. 하지만 특정 제품이 잘 팔린다고 해서 그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한다던가, 유행과 트렌드를 만들기 위해서 대규모의 광고를 집행한다던가, 이런 일들은 하지 않고 있고요. 계획해 놓은 것 아래에서 우리의 길을 잘 가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저희 혼자서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요. 다른 브랜드에서 어떤 제품들을 출시했고 시장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고객들은 어떤 제품을 구매하는지 등과 같은 현실적인 분석이나 파악도 분명하게 하고 있습니다.

◆ 홍종호> 단기적으로는 매출 손실이 있을 수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파타고니아의 경영과 재무 성과에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하십니까?

◇ 김광현> 그렇죠. 그런 신념이 확고하게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환경적인 가치와 재무적인 가치가 충돌했을 때가 있죠. 지향해온 가치를 우선 선택했을 때 단기적으로는 재무적인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의 비즈니스에 궁극적인 도움이 된다는 경험적 신념이 분명하게 있는 것 같습니다.

◆ 홍종호> 전 세계적으로 파타고니아 매장에서 그동안의 과거 데이터가 쭉 나올 테니까요. 내부적으로 분석과 평가를 해보고서 괜찮은 전략이라고 평가한다는 얘기죠?

◇ 김광현> 네.

◆ 홍종호> 그래요. 제가 팀장님 개인에 대해서도 좀 궁금한 게 있어요. 잠깐 말씀하셨지만, 어떻게 해서 파타고니아를 선택하신 건지요. 요새는 취업하는 게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많은 곳에 입사 원서를 냈다가 되신 건지요. 아니면 이런 회사를 타겟해서 환경 같은 것을 반드시 직업과 연계시켜 커리어를 만들어내고 싶으셨던 건지요.

◇ 김광현> 저는 환경 보호에 관심이 있던 사람은 아니고요. 어렸을 때부터 산에 다니는 걸 되게 좋아했었습니다. 20대 후반에 암벽 등반을 시작하게 되면서 너무 좋아하게 돼서, 몇 년 동안 직업 없이 암벽 등반만 하면서 30대 초반을 보냈었어요.

◆ 홍종호> 실내에서 하는 거 말고 실제로 산에서요?

◇ 김광현> 네. 절벽에서요. 우리나라에서만 암벽 등반을 했던 건 아니고 돈을 모아서 해외로 암벽 등반을 많이 다니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돈을 벌지 않으니까, 경제적으로 대단히 곤궁해져서 뭘 하면서 먹고살아야 할까하는 고민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러다가 파타고니아라는 회사를 알게 되었고, 파타고니아의 창업자인 이본 쉬나드가 쓴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이라는 책이 있어요. 그 책을 우연히 보았는데 제가 꿈꾸고 막연하게 생각해 왔던 좋은 기업의 모습이 이 안에 너무 잘 정리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언젠가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서 여기서 일하게 됐습니다.

◆ 홍종호> 파타고니아 한국 지사 창립 멤버입니까?

◇ 김광현> 창립은 아니고, 창립하고 1년 정도 후에 들어왔습니다.

◆ 홍종호> 암벽 등반 전문가이고 어떻게 살아왔다는 걸 이력서에 다 쓰셨겠네요. 그랬더니 바로 뽑아주던가요?

◇ 김광현> 아니요. 바로 뽑히지는 않았고, 이야기가 긴데요. 우여곡절이 좀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에는 제품을 교육하는 포지션으로 입사했었어요. 파타고니아에서 일을 하면서 이 조직이 환경 보호를 정말로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했고요. 그리고 마침 우리나라에 환경팀이라는 조직이 생기게 되면서 환경팀으로 바꿔 일하면서 현장을 다니기 시작했거든요. 여기서 현장은 우리나라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개발과 보전이 맞부딪히고 있는 갈등의 현장입니다. 갈등의 현장을 쭉 다니면서 정말 아름다운 자연이 어떻게 파괴되어 가는지, 파괴라는 단어는 좀 그렇지만요.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변해가는지, 지역 주민분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보았고, 그걸 막기 위해서 헌신적으로 싸우는 활동가들도 보았습니다. 이런 경험을 몇 년 동안 하면서 큰 공부를 하게 된 것 같아요.

◆ 홍종호> 그러면 환경운동 현장을 다니면서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거예요?

◇ 김광현> 예. 그게 제 일입니다.

◆ 홍종호> 회사에서 그렇게 하라고 격려를 하나요?

◇ 김광현> 격려가 아니고 그게 제 일입니다.

◆ 홍종호> 아예 일로 일체화돼 있군요?

◇ 김광현> 네. 현장에 가서요.

◆ 홍종호> 그러면 가서 파타고니아에서 왔다고 얘기해요?

◇ 김광현> 네. 제가 7~8년 전부터 다니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파타고니아에서 왔다고 하면 그게 뭐냐고 물어보시는 거예요. 기업에서 왔다고 하면 경계하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게다가 미국 기업이라고 하면요. 그런데 지금은 파타고니아에서 왔다고 하면, 파타고니아 알고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 홍종호> 인지도가 그만큼 올라갔군요.

◇ 김광현> 인지도보다는, 저희가 매출의 1%를 우리나라 전국의 지역 환경단체에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데요. 그걸 10년째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지역의 현장 이슈에 대응하고 있는 조직이 지원의 우선이 됩니다. 그렇게 지원을 계속하면서 현장에도 자주 가서 소통하고요. 지원이 일회성으로 끊이지 않고 7~8년 동안 계속해서 이어지고 여러 가지 활동이 쌓여서 조금이나마 신뢰가 생긴 거죠.

◆ 홍종호> 그러면 예를 들어 국립공원 케이블카 반대 운동이라든지, 4대강 보호와 같은 현장에 다니신다는 얘기군요.

◇ 김광현> 맞습니다. 국립공원의 케이블카 문제, 설악산이나 지리산 같은 곳들, 그리고 낙동강이나 영산강, 금강 보호로 인한 문제들이 있고요. 작년에 신규 댐이나 신공항과 관련한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단순히 기사로만 파악하는 게 아니라, 가서 현장을 보고 주민이나 지역의 활동가들을 만나보면서 파타고니아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제가 하고 있는 일입니다.

◆ 홍종호> 저도 파타고니아에 얽힌 일화가 하나 있는데요. 작년에 제주도로 강의하러 갈 기회가 있었는데, 갔더니 점잖은 분들이 수백 명 오시는 자리였어요. 그런데 양복 재킷을 안 가져간 거예요. 양복 재킷을 매우 싸게 파는 곳이 있다고 해서 가보니 패스트 패션이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사서 입을 건지, 아니면 한라산 가려고 가져간 파타고니아 옷을 입을지 고민했어요.

◇ 김광현> 네. 감사합니다.

◆ 홍종호>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제 평생 처음으로 파타고니아 아웃도어 옷을 입고 강연장에 올라갔어요. ESG와 관련된 강의이기 때문에 제가 실천하는 의미로 그걸 열심히 하는 기업의 옷을 입고 왔다고 말씀드렸어요. 재킷을 잊어버리고 안 가져가서 그랬던 건데, 듣는 분들의 집중도가 상당히 높아지더라고요. 저런 브랜드가 있고 강사가 실천을 위해서 그 옷까지 입고 왔구나하는 반응을 보이셨어요. 하여튼 그런 재밌는 기억이 있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파타고니아 코리아의 단기적인 목표,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한국에서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 말씀을 좀 듣고 싶습니다.

◇ 김광현> 단기적으로는 저희가 매출 1천억 원을 넘어가면서 건강한 경영의 기반을 다지는 것을 목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성장을 지향하는 기업이 아니라서요. 물론 건강한 경영을 위해서 어느 정도의 성장은 필요합니다. 파타고니아 비즈니스가 지향하는 건강한 경영을 위해 어떻게 성장해야 할지, 그리고 패스트 패션과 같은 트렌드에 강하게 좌우되는 한국 의류 시장 안에서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를 계속해서 고민하고 답을 찾아나가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고요.

장기적인 목표로는요. 파타고니아가 미국 사람들이 만든 미국 기업이다 보니 제가 본 책이나 철학들이 영어로 이루어져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안에서 그런 말들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이 필요한지 고민할 것이고요.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전국 환경 운동에 있어 든든한 지원군이자 연대 조직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환경 문제를 알리고 적극적으로 전환과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 또한 회사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이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파타고니아가 미국에서 해왔던 일을 단순히 소개하는 조직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정말 실현되고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조직이 되는 게 파타고니아의 장기적인 목표입니다. 제 개인의 목표가 아니고 경영진들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오늘 말씀드렸던 파타고니아 사례가 우리나라 기업의 사례로 생겼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파타고니아 사례는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어려울 거라 전망하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런데 파타고니아는 미국에서도 그런 시선을 계속해서 받아왔습니다. 계속해서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경영을 하며 경쟁이 치열한 기업 사회 안에서 생존해 내야겠죠.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구호로 그치지 않고 정말 파타고니아다운 일을 하면서, 건강하게 경영할 수 있는 기업이 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이자 꿈입니다.

◆ 홍종호>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파타고니아 코리아의 김광현 환경팀장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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