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한국의 외교 무대를 넘어 이른바 'K일상'을 알리는 무대로 확장했다.
글로벌 빅테크 최고경영자(CEO)와 백악관 대변인 등 세계적 인사들이 한국의 치킨과 소맥(소주+맥주), 화장품에 푹 빠지며 '일상 속 한국'을 체험했고, 이들의 SNS 게시물은 곧바로 전 세계에 퍼지며 자발적 홍보 효과를 냈다.
젠슨 황 "K치킨은 세계 최고"…'소맥 러브샷'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15년 만의 방한에서 'K푸드 전도사'로 떠올랐다.
황 CEO는 지난달 30일 저녁 서울 삼성동 깐부치킨에서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과 만나 치킨과 소맥을 곁들인 회동을 가졌다.
그들이 마신 술은 하이트진로의 테라 맥주와 참이슬 소주를 섞은 '테슬라' 조합으로, 황 CEO가 직접 "'소맥'은 가성비가 매우 좋다"고 말한 장면이 포착됐다.
이후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AI 서밋에서도 그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치킨은 세계 최고다"라며 "미국에서도 가장 맛있는 치킨은 한국 브랜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가 미국에서도 한국식 치킨을 먹는다"고 덧붙였다.
그의 한마디에 주가도 반응했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상장사 교촌에프앤비 주가가 다음날인 31일 개장 직후 한때 10% 이상 급등했다.
이재용·정의선 회장과의 '소맥 러브샷' 장면은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히 퍼지며 '치맥 외교'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김밥·홍삼·바나나우유까지…"한국에 푹 빠져"
젠슨 황 CEO는 지난 30일 회동을 기다리던 시민들에게 김밥과 바나나우유를 비롯해, 자신이 먹던 치킨을 직접 나눠주는 모습으로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그는 시민들과 셀카를 찍으며 "한국 사람들은 정말 따뜻하다"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이 자리에서 한 팬이 정관장 '에브리타임' 홍삼 스틱을 건네자, 황 CEO는 "이게 뭐죠? 제 건강에 좋은 건가요?"라고 묻더니 "와우!"라며 감탄하기도 했다. 그가 홍삼 스틱을 챙겨가는 장면이 SNS를 통해 확산되며 '젠슨 황도 반한 K홍삼'이라는 해시태그(#KRedGinseng)가 생겨날 정도였다.
업계는 이를 '자연 발생형 한류 마케팅'의 대표 사례로 꼽는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홍삼과 김밥, 바나나우유는 한국인에게 일상적인 간식이지만, 세계적인 CEO에게는 신선한 문화 체험"이라며 "이런 장면이야말로 진짜 K라이프스타일의 확산"이라고 말했다.
美 대변인은 올영 쇼핑 인증…'K뷰티' 확산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수행원으로 온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27)은 'K뷰티 쇼핑 인증샷'으로 화제를 모았다.
레빗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South Korea skincare finds(한국 화장품 발견)'이라는 글과 하트 이모티콘을 올리며, 자신이 구매한 한국 화장품 13종의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 속에는 마스크팩, 세럼, 립밤, 선크림 등 다양한 국내 브랜드 제품이 놓여 있었고, 일부에는 '올리브영 단독 기획' 문구가 보였다.
그가 경주 황남동의 올리브영 매장에서 쇼핑을 마치고 나오는 모습이 포착된 영상이 유튜브에 퍼지면서, '백악관 대변인도 올영 간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레빗은 미국 역사상 최연소 백악관 대변인으로, 그의 SNS 팔로워 수는 30만 명에 달한다. 그가 올린 사진은 미국 뷰티 인플루언서 계정들로 빠르게 확산되며, '레빗 픽(Lewitt Pick)'으로 불리는 한국 화장품 리스트가 형성됐다.
이외에도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을 찾은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역시 한국 화장품을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다카이치 총리의 취향을 고려해 한국의 김과 화장품을 선물했다.
마찬가지로 경주를 찾은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역시 안동소주 하이볼을 '원샷'으로 비운 뒤 "너무 부드러웠다"며 "소 굿(so good)"을 연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