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타결에도 '요지부동' 환율…1300원대 진입 언제쯤[계좌부활전]

지난달 31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됐습니다. 핵심 쟁점이던 3500억달러 대미투자 방식을 연간 최대 200억달러로 틀어막으며 '선방'했다는 평가입니다.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은 '역사적 성과'까지 거뒀다는 게 중론이고요.
 
그런데 원달러 환율은 안녕하지 못한 분위기입니다. 그동안 환율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도 대미투자 불확실성 때문에 '고공행진'을 거듭했습니다. 지난달 23일 한때 1441.5원을 기록하며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부과 발표 이후 최고치에 달했습니다.
 
미국이 원하는 대로 3500억달러를 현금으로 즉시 투자한다면 제2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죠. 미국의 요구 조건을 모두 받으면 환율이 1600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연간 200억달러 한도의 10년 이상 분할 투자로 리스크를 줄였고, 외환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금 납입 연기도 가능한 조건으로 합의했습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29일 오후 원달러 환율은 빠르게 하락해 주간거래 종가보다 11.2원 내린 1419.6원까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환율은 하락폭을 반납하고 다시 1420~143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달러 강세가 그 이유로 꼽힙니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입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연합뉴스

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의장은 29일(현지시간) 금리 0.25%p인하 후 열린 회견에서 "12월 추가 인하는 기정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페드워치를 보면 시장의 12월 추가 금리 인하 예상치는 23일 91.1%에서 이 발언 이후 66.6%로 급감했습니다.
 
정책금리 전망에 민감한 미국채 2년물 금리는 지난달 17일 3.38%에서 3.6%로 오히려 0.2%p 넘게 상승했고요. 6개 주요 통화국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0에 근접하며 최근 3개월 중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도 강달러를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됩니다.
 
일본은 한때 3%를 넘었던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데, 미국 관세의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며 동결을 결정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금리 인상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금리 동결은 엔화 약세(환율 상승)로 이어졌습니다. 엔달러 환율은 다카이치 총리가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지난달 6일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150엔을 돌파했고, 최근 154엔까지 넘어섰습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 수준이고요. 당시 원달러 환율은 1460원대였습니다.
 
엔화 약세는 달러인덱스, 즉 달러로 이어졌습니다. 메리츠증권 이승훈 연구원은 "미국과 일본의 결정은 공히 달러 강세로 귀결되면서 한미 타결에도 환율을 1420원대에 머물도록 한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환율이 연말까지 1300원대 진입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대미투자라는 불확실성이 사라졌고, 미국과 일본이 기존 금리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입니다. 미국은 노동시장 둔화 우려가 여전하고, 일본은 물가 상승이 다시 시작된 탓인데요.
 
다만 연간 200억달러를 조달해야 하는 대미투자 여파에 대한 평가는 조금 엇갈립니다.
 
연합뉴스

KB증권 오재영 연구원은 "연간 200억달러를 상한으로 정부가 보증형태로 조달할 수 있는 규모임은 당초 예상보다 상당 부분 부담을 완화할 것"이라며 "3분기 국내총생산(GDP) 호조와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에 환율은 불확실성 완화가 부각되면서 1300원대 진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상상인증권 최예찬 연구원은 "외화보유액을 활용해 연 2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를 수행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최 연구원은 이어 "2010년 이후 데이터를 기준으로 할 때 한국은행의 연간 준비자산이 100억달러 변동할 경우 원달러 환율은 평균 약 47원 움직이는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2026년 적정 원달러 환율 1330원에 대미투자로 인한 프리미엄을 반영할 경우 2026년 평균 환율은 약 1441원"이라고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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