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특검 vs 공수처 갈등 배경은…내일 오동운 소환

해병특검, 내일 오동운 부른다…소환 앞두고 공수처와 '기싸움'
공수처 직권남용, 직무유기 수사 본격화…두 수사기관 '갈등' 지속될 듯
공수처 수사관 채용 관련해서도 '잡음'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공수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순직해병 특검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간 불편한 기류가 고조되고 있다. 두 수사기관의 갈등은 오동운 공수처장 소환 조사를 앞두고 수면 위로 드러나기도 했다. 특검팀은 공수처가 앞서 고(故) 채상병 순직 사건 관련 수사를 하면서 수사팀의 압력을 넣고, 직무유기 등을 저질렀다고 의심한다. 반면 공수처는 "성실하게 수사했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를 향한 특검팀의 수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양측의 신경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병특검, 내일 오동운 부른다…소환 앞두고 공수처와 '기싸움'

법조계에 따르면 순직해병 특검팀은 다음 달 1일 오전 9시 30분 오동운 공수처장을 소환한다. 당초 소환 날짜는 31일이었으나 일정이 변경된 것이다. 오 처장 측이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처장 소환을 앞두고 특검팀과 공수처는 상당한 신경전을 벌였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오 처장에 대해 이번 주 중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지난 28일 브리핑에서 "관련 인물들에 대한 출석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상황이 사전에, 또는 실시간으로 외부에 알려지는 것에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특검팀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오 처장 소환 일정을 알렸다.

이에 공수처는 언론 공지를 통해 '공수처장이 출석 일정을 공식 통보받은 바 없고 일정 역시 확정되지 않았다'며 공식 부인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출석 일정 조율 과정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며 반박했다. 아울러 특검팀은  "그간 사건의 주요 피의자·당사자에 대해 조사 일정을 공개해왔다"며 "지금까지 해온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싸움은 수사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 특검팀과 수사 대상이 된 공수처의 현재 구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채상병 순직 사건 관련 수사를 방해한 의혹(직권남용 혐의), 공수처법을 어기고 위증 사건 수사를 늦췄다는 의혹(직무유기 혐의) 등 크게 두 갈래로 공수처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한 상태다.

특검팀은 최근 수사 방해 의혹과 관련해 김선규,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를 직권남용 혐의로 입건했다. 두 사람이 공수처의 채상병 사건 수사 당시 수사팀에 압력을 행사하거나 고의로 사건을 지연시켰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김 전 부장검사가 지난해 초 "4월 총선 전에 채 상병 사건 관련자를 소환하지 말라"고 지시하거나, 총선 뒤 '채상병 특검법'의 국회 통과가 임박한 시점에 "관계자 조사를 서두르라"고 지시했다는 등의 진술을 특검팀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전 부장검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대한 통신영장 청구에 반대하며 "영장을 청구하면 사표 쓰겠다"고 말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김 전 부장검사와 송 전 부장검사는 이른바 '친윤'(친윤석열) 검사들이기도 하다. 김 전 부장검사는 평검사였던 2013년 대검이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팀'을 이끈 윤 전 대통령(당시 여주지청장)에 대해 항명을 이유로 중징계를 추진하자 내부망에 글을 올려 징계 철회를 요구했다. 송 전 부장검사는 2009년 대구지검, 2011년 대검 중수부에서 윤 전 대통령과 함께 근무했다.

직무유기 혐의로는 오 처장과 이재승 차장, 박석일 전 수사3부장이 입건된 상태다. 해당 수사는 송창진 전 공수처 수사2부장의 위증 혐의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특검팀은 지난 8월 공수처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증거를 분석하던 중 공수처가 송 전 부장 고발 건을 대검찰청에 통보하지 않는 등 위법행위를 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법상 공수처장은 소속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관련 자료와 함께 이를 대검에 통보해야 한다.

송 전 부장은 지난해 국회에서 "해병대 수사 외압 건에 이종호 전 블랙인베스트 대표가 연루된 사실을 몰랐다"고 말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위증 혐의로 고발당했다. 송 전 부장은 공수처 임용 이전에 이 전 대표의 변호인을 맡은 전력이 있다.

공수처 직권남용, 직무유기 수사 본격화…두 기관 '갈등' 지속 예상

[공수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특검팀은 고발이 들어왔고 범죄 정황이 확인된 만큼 수사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방해 의혹은 특검 수사 범위에 명확히 포함된 사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수처는 채상병 사건과 관련해 "성실하게 수사에 임했다"고 반박한다. 오히려 특검팀이 성과를 내기 위해 공수처 때리기에 나섰다는 의심도 일각에서 흐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 특성상 수사 기간이 정해져 있고, 구성원 인력도 제한돼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안다"면서도 "특검의 수사를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아쉬운 점이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의 공수처 전현직 관계자 조사는 줄줄이 예정돼 있기에 두 수사기관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양측은 수사관 채용과 관련해서도 잡음이 발생하기도 했다. 공수처가 최근 신규 채용한 포렌식 전문 수사관이 공수처의 수사방해 의혹을 수사 중인 특검팀의 현직 수사관인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공수처는 채용과 관련해 특검팀 수사를 마친 이후 출근하는 것으로 통보됐다며 적절한 후보자도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이해 충돌 논란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민영 순직해병 특검보는 "해당 수사관은 일단 11월 말까지 특검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얘기가 됐다"며 "남은 수사 기간 공수처 사건 관련한 자료에 접근할 수 없도록 조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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