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대장동 개발 비리' 본류 사건이라 불리는 대장동 민간업자들에 대한 1심 선고가 31일 내려진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21년 10월 기소된 이후 190여 차례 재판이 진행됐다. 법관 인사로 공판 갱신 절차만 세 차례 이뤄졌는데 수사·공판 기록만 25만 쪽에 달한다.
대장동 민간업자들에 대한 유무죄 외에도 재판부가 당시 성남시장으로 최종 의사결정권이 있었던 이재명 대통령이 사건에 관여됐다고 판단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재판 시작 4년·결심 공판 4개월 만에 1심 선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 등에 대한 1심 판결을 선고한다. 재판 시작 4년, 결심 공판 4개월 만이다. 수사·공판 기록은 25만 쪽에 달한다.지난 6월 3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김씨에게 징역 12년, 유 전 본부장에게 징역 7년과 벌금 17억400만 원을 구형했다. 아울러 두 사람에게 각각 6111억960만 원, 8억5200만 원을 추징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정영학씨에게는 징역 10년과 추징금 646억9844만 원, 남 변호사에게는 징역 7년과 추징금 1010억9109만 원, 정민용 변호사에게는 징역 5년과 벌금 74억4천만 원·추징금 37억2천만 원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 사업으로 민간업자들은 천문학적인 이익을 취득했고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에게 전가됐다"며 "궁극적으로 개발 사업의 공정성, 투명성에 대한 국민 신뢰가 훼손돼 피고인들에 대해 엄정한 법의 심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최후 진술에서 "이재명의 정치적 성공을 위해 많은 범죄에 연루가 됐다"고 말했다.
재판부, '최종 결정권자' 李대통령 관여 여부 논할지 주목
이들 민간업자들에 대한 유·무죄 판단과 함께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재판부가 해당 사건에 이재명 대통령이 관여됐다고 판단할지다. 당시 성남시장으로 최종 결정권자였던 만큼 이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피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지만, 이 대통령에 대한 증인신문이 없었다는 점에서 굳이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경지역 법원 한 부장판사는 "사법개혁 등으로 사법부와 여당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른바 '더 센' 사법개혁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굳이 갈등 요인을 늘릴 필요는 없다는 관측이다.
앞서 해당 재판에서 이 대통령은 다섯 차례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모두 불출석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국민 의문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나오길 기대했으나 안 나오면 이대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당시 검찰은 법원이 강제 구인 등에 나서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는데, 그에 대해 사법부도 사실상 법 적용을 거부해 매우 유감"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 측근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모든 질문에 대한 증언을 거부했다.
대장동 사건 관련 재판서 남욱 이어 정민용 변호사 진술 번복…영향 가능성도
대장동 사건 관련 재판인 윤석열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사건 등에 증인으로 출석한 남욱·정민용 변호사가 잇따라 과거 검찰 등에서 한 진술 등을 번복한 점이 선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 변호사는 최근 윤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재판에서 이 대통령이 대장동 개발업자들과 관련이 있다는 취지의 과거 발언에 대해 "50번 넘게 검찰 조사를 받으며 이야기를 들었냐는 반복적인 질문을 받았고 하지 않은 내용은 방어했지만 들었다는 진술은 '그런가 보다'라고 답해 조서에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현금 9천만 원을 전달했고 그 돈이 이 대통령 최측근들에게 간 것으로 알고 있다. '형들'인 것으로 생각했다"고 증언했던 남 변호사는 지난달 정진상 전 실장의 대장동 배임 사건 공판 증인으로 나와 "당시 '형들'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고 번복했다. 이들이 검찰 공소 제기의 근거가 됐던 또 다른 주요 진술도 바꾸면서 대장동 본류 사건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한편 대장동 민간업자들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진행된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사건은 2021년 12월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8월부터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알게 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해 민간사업자들이 부당 이득을 보게 한 혐의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에서 정 전 실장과 함께 별도 재판을 받아 왔다. 해당 재판부가 헌법 84조를 근거로 공판 기일을 변경하고 추후 지정하기로 하면서 이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중지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