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한미관세협상은 끝나지 않았다

트럼프 굿즈 전시품 관람하는 한미 정상. 연합뉴스

타결될 것 같지 않았던 한미 관세 협상이 29일 양국 정상회담에서 합의를 이뤘다. 이번 합의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일단 제거됐다는 점에서 타결 자체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 보면 마냥 환영할 수도 없다. 현금 투자 총액 규모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7월 미국과 1차 합의한 뒤 총 투자액 3500억 달러 가운데 최대 5% 정도만 현금 투자고 나머지 95%는 대출이나 보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많아야 175억 달러 정도만 현금으로 투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서는 현금 투자 규모가 무려 2000억 달러로 열 배 이상 늘었다.
 
최근 10년 간의 대미 무역 흑자는 2596억 달러인데, 이것의 상당 부분을 다시 미국에 '토해내는' 셈이다.
 
이 액수는 또 한국의 외환보유액 4220억 달러의 절반에 해당하는 큰 투자액이기도 하다.
 
거칠게 얘기하면 지난 10년 간의 미국 수출이 헛장사가 되고 국내 경제도 흔들릴 수 있다.
 
정부는 2000억 달러를 한번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1년에 200억 달러 한도로 10년에 걸쳐 투자하기로 해서 환율 시장에 미칠 충격을 제거했다고 말했다.

또한 200억 달러도 미국 국채나 주식 등 외화 자산에서 나오는 이자 및 배당 등의 수익과 정부보증채의 해외 발행으로 조달하려는만큼 국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외환보유액으로 쌓여야 할 수익이 고스란히 미국으로 빠져나가고 해외 발행 채권도 결국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는 점에서  작지 않은 부담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29일 오후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를 마친 뒤 함께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측 인사들의 '다른 소리'도 신경 쓰인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30일  귀국하면서 '2000억 달러 투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한다'거나 '반도체 문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았다'는 등의 한국 정부 설명과는 다른 주장을 내놨다. 완전한 합의문이 나오거나 나온다하더라도 그 이행 방식 등을 놓고 한미간 줄다리기는 계속될 것임을 예고하는 듯하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이 애초부터 한국에 불리한 협상이었던만큼 내주는 것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 따져 보고 요구해야 한다. 통상 뿐만 아니라 외교안보, 국방 분야까지 망라해 끊임없이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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