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재 포럼, "본질에서 벗어난 한국교회 '공적 교회'로 거듭나야"




[앵커]
한국교회의 현실을 성찰하고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가락재 코이노니아'가 최근 종교개혁 주간을 맞아 첫 공개 포럼을 개최했습니다.

한국교회의 위기를 다층적으로 진단하고 회복의 길을 모색하는 자리였는데, 첫 포럼에선 한국교회가 본질에서 벗어나 질적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을 지나며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자성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가운데, 진지한 성찰의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가락재포럼 참가자들은 "오늘날 교회의 위기는 양적 위기가 아닌 질적 위기"라며 "교세 감소가 아닌, 교회가 존재 목적과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 근본적인 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7일, 경기도 가평군 가락재 영성원에서 진행된 '제1회 가락재 포럼'. 이번 포럼에선 교회는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의 질서를 드러내고 희망을 제시해야 하나, 현실은 복음의 신뢰성을 약화시키고, 복음을 특권적 신분확보나 개인 내세 보장으로 축소해버렸다는 점이 지적됐다.

특히, 이번 포럼에선 한국교회 전체를 하나의 '생태계'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습니다.

대형교회와 작은 교회, 대안적 공동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상호 보완하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진정한 회복을 이룰 수 있단 겁니다.

[정광일 목사 / 가락재 코이노니아 공동대표]
"제도권이 있고 재야가 있잖아요. 제도권이 끊임없이 새로운 생명력을 야성에서 얻을 수 있다고 봐요. 재야와 제도, 야성과 기존 교회가 서로 보완하고, 서로를 인정해 주고, 서로를 필요로 해주고…"

발제자로 나선 양혁승 전 연세대 교수는 십자가 구원 교리에 대한 확신만을 믿음으로 여기는 인식 왜곡이 한국교회에 만연하다며, 그 결과 신앙과 삶이 괴리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권위주의적 체계와 소비주의 신앙의 확산, 배타적 선민의식, 개교회주의 등을 극복 과제로 제시하며 교회가 경쟁과 자기 확장을 멈추고 '처음 사랑'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양혁승 장로 / 전 연세대 교수]
"사유하지 않는 습관, 질문하지 않는 신앙,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 조직 관행은 우리가 아무리 새로운 길을 가려 해도 방향을 바꾸지 못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중력처럼 작용합니다. 작지만 진실한 교회들이 서로 연결되는 생태계를 이루어 갈 때 한국교회는 무너진 터 위에서 새로운 기초를 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발제자로 나선 양혁승 장로는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기득권 위협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사회 불의에 대해 침묵하는 이중적 태도를 비판하며, 일부 목회자와 교회가 극단적 정치 이념과 결탁하여 복음을 왜곡하는 현실 역시 심각한 위기의 한 모습임을 꼬집었다.

참가자들은 교회가 공동체성과 사회적 책임을 회복해 '공적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또, "교회 존립과 생존에 집중해 교인들에게 도전을 주는 목회를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성도들을 종교 상품의 소비자가 아닌, 신앙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경균 목사 / 한국교회생태계연구네트워크 대표]
"종교개혁의 전통과 정신은 성직자 중심의 교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백성인 성도들의 은사와 열정을 교회와 사회에서 값지게 활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우리가 이 하나님의 백성인 성도들을 교회 아닌 사회의 어떤 구석에서 쓸 수 있도록…"

[김창순 목사/ 미가교회]
"(목사님들과 대화를 해보면) 한국교회 성도들을 만나보면 참 착하답니다. 그런데 힘은 없답니다. 세상을 변혁할 에너지가, 힘이 지금의 한국교회 성도들에게는 없답니다. 교회가 체질이 바뀌어야 될 것 같습니다. 지금 시행하고 있는 교육과 양육과 프로그램이 본질적으로 바뀌어야 될 것 같습니다. 그것을 위해 예배의 횟수도 줄여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락재 코이노니아는 "작은 변화들이 누적돼 한국교회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며 지금 당장 변화를 향해 나아가자고 당부했습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논찬자로 나선 김창순 목사는 "영성은 하나님 안에서의 인간 주체성과 창조성을 회복하는 삶의 태도"라며, 이것이 교회의 위기 극복과 방향 설정에 핵심적이라고 보았다.

[영상기자 정용현] [영상편집 김영찬]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