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협상 선방한 한국…타결 후 또 말 바뀐 미국?[박지환의 뉴스톡]



[앵커]
난항을 거듭하던 한미 관세 협상이 어젯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전격적으로 타결됐는데요.

한국은 총 2천억 달러를 연간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현금으로 미국에 투자하고, 대신 미국은 자동차 관세 등을 15%로 낮춘 게 핵심입니다.

미국의 막무가내 요구에도 연간 투자액을 제한하는 등 한국 정부가 선방했다는 평가가 대체적인데, 외환시장 안정성에 문제가 없도록 세밀한 후속 관리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자세한 내용 박희원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박 기자, 우선 어제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 내용 중에 핵심을 꼽아주시죠.

[기자]
지난 7월 미국의 관세를 내리기로 큰 틀에서 합의를 한 뒤 두 달 동안 이어진 후속 협상에서 가장 큰 쟁점은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 패키지의 구성, 운영 방식이었는데요.

이 가운데 2천억 달러를 미국에 현금 투자하는 대신, 이미 15%로 깎은 상호관세는 유지하고, 자동차 등 여러 품목별 관세도 낮춘 게 이번 협상의 골자입니다.

경주에서 다시 만난 한미 정상. 연합뉴스

대미 현금 투자액 2천억달러는 그 액수가 큰 만큼, 외환시장에 미칠 충격을 막기 위해 연간 투자 한도를 2백억 달러로 정했고요,

나머지 1500억은 한미 조선업 협력, 일명 마스가 프로젝트에 쓰이게 되는데 이 부분은 우리 기업이 투자를 주도합니다.

미국은 원래 3500억달러 전액 현금 투자를 요구하다가, 8년간 250억달러씩 투자하라고 했는데, 정부는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고 연간 최대 200억 달러 분납으로 투자금 상한선을 낮췄습니다.

이번 협상 타결로 미국은 25%선에 머물러 있던 한국 차와 부품 관세도 일본과 유럽 수준인 15%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설명 들어보시죠.
자동차에 대해 관세를 25%에서 일본·EU와 동일한 수준으로 인하하여 불리하지 않은 경쟁 여건을 확보하였습니다

연합뉴스

[앵커]
자동차 관세가 급선무긴 했지만 또다른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도 만만찮게 부담이 컸잖아요, 근데 반도체를 두고는 양국 간에 메시지가 엇갈리는 듯 하네요?

[기자]
네. 반도체에 대해선 경쟁국인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도록 합의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입니다.

차 부품에 대해선 15% 관세가 적용될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말한 것과는 다르죠,

그래서 어제 브리핑 직후에도 반도체가 불안하다는 시선이 많았는데, 러트닉 상무장관이 오늘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한미 간 거래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SNS에 밝히면서 또다시 8월 상황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한미 양국이 협상 결과를 두고 다른 해석을 내놓는 듯한 상황인 거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 8월엔 3500억달러 대미 투자 금액과 방식을 놓고 현금 투자다, 보증이 대부분이다 이런 식으로 각자 다른 해석을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반나절 만에 미국이 다른 말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겁니다.

"한국이 시장을 100% 개방하기로 합의했다"고 한 러트닉 장관의 발언도 조금씩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어제 김 실장은 쌀, 소고기를 포함한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막았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러면 전문가들이나 기업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정부는 일단 외환시장 안정성과 상업적 합리성을 지켜냈다고 강조를 했는데요

[기자]
어제 김용범 실장의 브리핑을 보면 통화스와프를 얻어내진 못했지만 안전장치를 최대한 마련해보려고 노력한 게 보입니다.

먼저 우려를 많이 샀던 외환시장 안정성을 살펴보면요, 전문가들 대부분 연간 200억달러까지는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고들 보지만 장기적으론 환율이 상향 고착화될 수 있다는 걱정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외환보유액은 4220억달러로, 이걸 운용해서 얻는 수익이 있으니 200억달러까진 투자할 수 있지만, 어쨌든 달러가 미국으로 계속 빠져나가는 것인 만큼 고질적인 원화 약세 구조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일단 눈앞의 불확실성은 대폭 줄어든 만큼 재계는 일제히 환영한다는 반응이고요.

특히 고율 관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던 현대차그룹은 "협상 타결에 이르기까지 헌신적으로 노력해 주신 정부에 감사드린다"고 공식 입장을 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외환시장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했던 상업적 합리성은 지켜낸 건가요?

[기자]
삼중, 사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긴 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에만 투자를 추진할 수 있다는 문구를 양해각서에 명시하기로 했다거나 원리금 전액을 상환받지 못할 것으로 보이면 수익 배분 비율을 조정하기로 양해한 점, 미국이 일방적으로 투자처를 정하는 게 아니라 투자위원회를 가동해 프로젝트를 걸러내는 방안 등이 안전 장치로 꼽힙니다.

또 우산형 특수목적회사라고 해서, 특정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실패하더라도 전체 대미 투자 패키지엔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한 것도 안전 장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상업적 합리성을 어떻게 정의할 건지, 원리금 상환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건지 등 모호한 부분도 적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외신도 "한미 간에 아직 공동 성명이 발표되지 않은 것은 양측이 세부 사항을 여전히 조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을 내기도 했는데요,

우리 전문가들도 비슷한 시각입니다.

조성대 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입니다.
결국은 문서화되는 부분들이 좀 중요하다, 그래야 일본과의 차이 이런 부분도 좀더 제대로 평가 비교할 수 있습니다.

[앵커]
미국와 무역 합의를 체결한 일본의 경우 팩트 시트가 공개됐고 관세 인하를 적용받고 있잖아요, 우리는 언제쯤 적용받게 되는 겁니까?

[기자]
어제 합의에 따른 관세인하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합의를 이행하려면 우리가 관련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김용범 실장은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달 1일에 소급적용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관세 인하 시점은 이르면 11월 1일, 또는 12월 1일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박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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