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글로벌 문화 콘텐츠 중, 유독 K팝이 이토록 강력하고 포용적인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서로 다른 삶의 배경을 가진 이들이 단지 K팝이라는 매개체만으로 하나가 될 수 있는 이유는, K팝 콘텐츠의 특별한 융합 원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K팝 가수 최초로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기조연설자로 나선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알엠(RM)이 K팝을 '비빔밥' 비유하며 "음악, 춤, 퍼포먼스, 비주얼 스타일, 뮤직비디오, 스토리텔링 콘텐츠, 소셜 미디어 등 전 과정을 아우르는, 360도 토털 패키지"라고 말했다.
29일 오후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2025 APEC CEO 서밋'이 열렸다. RM은 개막일인 이날 오후, 여섯 번째 세션 '문화' 부문에서 'APEC 지역의 문화 창조 산업과 K-컬처의 소프트 파워'라는 주제로 연설했다.
"방탄소년단 리더 RM"이라고 자기소개한 RM은 "오늘 저는 창작자의 시각에서, K팝이 어떻게 국경을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그 정성적인 연결의 의미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리려고 한다.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글로벌 리더들께 미래의 창조적 문화 생태계를 위한 깊은 관심과 협력을 부탁드리고자 한다"라고 운을 뗐다.
RM은 6명의 방탄소년단을 만난 것, 음악에 집중하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해 준 방시혁 프로듀서를 만난 것, 방탄소년단 음악을 '삶의 언어'로 받아들여주는 전 세계의 '아미'(공식 팬덤명)를 만난 것을 거론하며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미의 국경을 초월한 지지와 열정은 저에게 완전히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그 덕분에 저는 빌보드 뮤직 어워드, 그래미 어워드와 같은 글로벌 시상식뿐 아니라, UN 총회, 백악관, 그리고 오늘 이 APEC 무대와 같은 상징적인 곳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라고 돌아봤다.
미국 진출 초기만 해도 "영어권 지역에서 한국어로 만들어진 노래를 듣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문화의 장벽이 얼마나 높은 것인지 온몸으로 체감했다"라는 RM은 "하지만 오늘 저는 그 장벽을 넘어, 이 자리에서 여러분을 만나고 있다. 이 거대한 장벽을 무너뜨린 핵심 동력은 아미였다"라며 "아미의 '국경 없는 포용성'과 '강력한 연대'는 저에게 끊임없는 창조성의 영감을 준다"라고 설명했다.
RM은 "K팝은 힙합, 알앤비(R&B), EDM 등 서구의 음악 요소를 거부하지 않고 수용하면서도, 한국 고유의 미학, 정서, 그리고 제작 시스템을 융합했다. 마치 비빔밥처럼, 서로 다른 요소들이 각자의 고유한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함께 어우러져 새로운 결과물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다양성을 존중하고, 세계의 문화를 폭넓게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화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다양한 목소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창조적인 에너지가 폭발한. 이것이 바로 국경 없는 ARMY의 연대를 탄생시킨 근본적인 매력이자, K팝이 사랑받는 이유라고 생각한다"라고 부연했다.
RM은 "문화란 막힘없이 흘러서 어딘가에 전달되고, 때로는 조화롭게 합쳐져서 K팝처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이 시대의 창작자이자 아티스트로서, 이 자리를 빌려 APEC 리더들께 부탁드린다. 전 세계의 창작자들이 그들의 창의성을 꽃피울 수 있는 경제적 지원과,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 달라"라고 부탁했다.
그는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는 경제적 관점뿐 아니라 문화적 관점에서도 반드시 다뤄져야 한다. 문화와 예술은 마음을 움직이는 강력한 동인이자, 다양성과 포용성을 가장 쉽고 빠르게 전달하는 매개체"라며 "창작자들이 마음껏 창의성을 꽃피울 때, 국경을 넘어서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이들의 콘텐츠는 모든 종류의 '다름'을 넘어서, 진실된 이해와 포용의 길을 열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연대의 힘을 길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능숙한 영어 실력을 갖춘 RM은 그동안 유엔(UN) 총회와 미국 백악관 등 국제적인 무대에서 연설한 경험이 있다. RM은 'APEC CEO 서밋' 기조연설자로 나선 최초의 K팝 가수가 됐다.
기조연설을 하기 전 RM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함께 개회식에 참석했고, 행사장에 마련된 하이브 홍보 부스를 관람하기도 했다.
하이브는 APEC CEO 서밋이 열리는 오늘(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 동안 경주 예술의전당 3층에 홍보 부스를 운영한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된 하이브의 성장 과정, 전 세계 6개 지역 본사를 거점으로 확장 중인 하이브의 비전을 소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많은 하이브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 활약상을 영상으로 만날 수 있고, K팝 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도구인 응원봉도 전시돼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의 민간 경제 포럼인 'APEC CEO 서밋'의 올해 주제는 '3B'(Beyond, Business, Bridge)다. 정부와 기업이 협력(브리지)해 혁신의 주체인 기업(비즈니스)이 더 나은 미래(비욘드)를 만들어 간다는 의미다. 29일은 '브리지', 30일은 '비즈니스', 31일은 '비욘드'로 각각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