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자신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만날 것을 지속적으로 제의했으나, 결국 북미정상회동은 성사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김 위원장과 이번에 회담 일정을 잡지 못했지만, 앞으로도 북한과 대화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언급하며 "우리는 정말 시간을 맞추지를 못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제의한 북미정상회동이 이번 한국방문 계기에 이뤄지기 어렵게 됐음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한반도가 공식적으로 전쟁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볼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매우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미국 대선기간 때부터 이미 김 위원장에게 러브콜을 보내온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 아시아 순방에 나서면서, 또 지난 24일 말레이사아에서 일본으로 출발하면서 한국 방문 계기에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거듭 밝혀왔다.
이 과정에서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라고 거듭 평가하며 대북제재의 완화 방까지 논의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제의에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 23일 극초음속 미사일, 28일 전략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제의를 사실상 거절하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최선희 외무상이 지난 27일부터 러시아와 벨라루스 방문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서 주목되는 것은 이번 회동의 불발 원인을 단순히 '서로 시간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앞으로 대화재개 노력을 계속 하겠다는 점을 밝힌 대목이다. 북미정상회담의 불씨를 이어나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전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동과 관련해 "이번이냐 다음이냐, 판문점이냐 평양이냐 하는 몇 가지 전략적 지점을 고민할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는데, 결국 김 위원장은 '다음'을 기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 직전에 전략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며 '핵 전투태세'를 강조하면서도 김 위원장이 시험발사를 참관하지 않는 등 수위조절을 한 것도 향후 회담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이번 회동에 호응하지 않은 데는 시간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북미정상회담의 문턱을 높여 더 많을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전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북미가 첫 정상회담을 열었던 지난 2018년과 비교할 경우 북한은 지금 러시아와 군사동맹을 맺고 중국과의 관계도 강화한 만큼 "조금 더 청구서를 키우고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고 분석한 바 있다.
북한은 내년 1월 9차 당 대회 등 중요한 내부 행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이 과정에서 대미전략을 새롭게 가다듬으면서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에도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