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 김세영·'부산의 등대' 남정훈, 제25회 만화의 날 공로상 수상

'제25회 만화의 날' 공로상 수상작가 김세영·남정훈 작가. 한국만화가협회 제공

한국 만화계의 두 거장이 '만화의 날' 공로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만화의 날 준비위원회(위원장 신일숙)는 오는 11월 3일 열리는 '제25회 만화의 날' 기념식에서 김세영 작가와 남정훈 작가를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29일 밝혔다.

1973년 데뷔한 김세영 작가는 약 200편에 달하는 방대한 스토리를 써내며 한국 만화사에 굵직한 궤적을 남겼다. 허영만 화백과 함께한 '오! 한강', '미스터 Q', '타짜' 시리즈를 비롯해 '벽', '갬블시티', '레인보우 체이서' 등 다수의 걸작을 통해 스토리 작가의 독립성과 서사적 완성도를 입증했다.

스토리 작가의 개념조차 희미했던 시절, 그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곧 창작의 주체'임을 증명하며 한국 만화의 서사 구조를 한 단계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번 수상은 그가 일궈낸 공적뿐 아니라 오랫동안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던 스토리 작가들의 가치를 재조명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김세영 작가는 수상 소감에서 "1973년, 특별한 계획 없이 방황하던 시절 두 친구의 제안으로 시작된 우연한 인연이 나를 만화의 길로 이끌었다"며 "이 상은 무명 시절 함께 버텨온 모든 스토리 작가들의 것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그는 긴 투병 중에도 창작을 이어가며 "이 공로상이 내 만화 인생의 마무리가 아닌 새로운 출발이 되길 바란다. 53년 전 데뷔작 '새로운 노래'처럼 다시 노래하겠다"고 전했다.

함께 공로상을 수상한 남정훈 작가는 부산MBC 어린이 연재만화로 데뷔한 이후 웹툰 '스몰', '마스코 마스코' 등을 통해 꾸준한 활동을 이어온 부산 만화계의 핵심 인물이다. 특히 부산글로벌웹툰페스티벌 총감독으로 9년째 지역 만화 발전의 중심을 이끌며 지역 만화 생태계를 구축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출판 만화 산업이 쇠퇴하던 시기에도 부산을 지키며 흩어진 지역 작가들을 모아 부산경남만화가연대를 창립했고, 부산예술대학교 겸임교수로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남 작가는 "부산글로벌웹툰페스티벌을 함께 만들어온 지역 작가들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한 분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이 상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며 "앞으로도 지역 만화가 도시 문화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길을 계속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신일숙 위원장은 "김세영 작가는 한국 만화 스토리의 지평을 연 선구자이자 수많은 후배 작가에게 영감을 준 스승이며, 남정훈 작가는 지역 만화 생태계를 지켜낸 든든한 등대"라고 평가했다. 이어 "두 사람의 수상은 만화 산업 성장의 이면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분야와 지역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화의 날'은 1996년 11월 3일 여의도 광장에서 만화가들이 '만화심의 철폐'를 외치며 결의대회를 연 날을 기념해 2001년 공식 기념일로 제정됐다. 올해로 25회를 맞은 기념식은 서울 청년공간 JU 다리소극장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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