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욕설에 반말까지…" 음주난동 판사들 사건의 전말

판사 근무시간 음주난동 노래방 가보니
업주 "술 잔뜩 취해서 욕하고 소리쳐"
주류 판매 금지에도…"술 사들고 와"
경찰 "하대하고 욕설…체포하려 했다"

판사들의 음주난동이 벌어진 노래방. 고상현 기자

"술에 잔뜩 취해서 욕하고 소리치는데…."
 
지난 28일 제주시청 맞은편 대학로에 있는 한 노래방. 업주는 지난해 6월 28일 대낮에 벌어졌던 음주소동에 대해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같이 말했다. 업주는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비틀거리고 눈이 풀려 있어서 무슨 술을 그렇게 마셨나 싶었다"고 했다.
 
이곳은 제주지법 오창훈 부장판사와 강란주 부장판사, 여경은 부장판사(현 수원지법 평택지원)가 제주지방법원 인근 식당에서 점심에 술을 곁들인 식사를 하고 근무시간에 처음으로 찾은 노래방이다. 당시 점심식사는 남편을 따라 해외로 떠나는 법원 행정관을 송별하기 위한 자리다.
 
점심식사가 이뤄진 식당은 제주법원으로부터 직선거리로 150m다. 식당에서 이들 판사가 향한 노래방은 직선거리로 1㎞ 떨어진 곳에 있다. 15분 정도 걸어야 갈 수 있는 거리다.
 
청소년도 출입이 가능한 노래연습장으로 주류 판매가 금지되고 마실 수도 없는 곳이다. 가게 입구에서부터 '주류반입금지' '10시 이후 청소년 출입금지'라고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하지만 이들 판사는 캔 맥주를 사가지고 노래방에 들어오려다 업주로부터 제지 당하자 음주난동을 부렸다고 한다.
 
업주는 "맥주를 손에 들고 와서는 노래를 부르고 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는 술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CCTV로 찍고 있다'고 주의를 주면서 나가달라고 했는데, 막무가내였다.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오려고 해서 팔로 막았는데, 반말에 욕하고 소리치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주류반입금지' 노래방 안내 문구. 고상현 기자

10분여간 이어진 업주와 판사들 간 실랑이 과정에서 고성과 욕설이 터져 나오자 노래방 안에서 노래 부르고 있던 대학생들이 밖으로 나와서 "사장님 무슨 일이냐"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고 한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대학생들이 경찰 112에 신고하면서 경찰관들이 출동하기까지 했다.
 
특히 일부 판사는 출동한 경찰관에게도 위압적인 태도를 보이며 욕설까지 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대낮에는 노래방 업무방해 관련 신고가 잘 들어오지 않는다. 뭐지 싶어서 현장에 출동해보니 술에 잔뜩 취한 사람들이 왜 왔느냐는 식으로 굉장히 무례하게 행동했다"고 기억했다.
 
"판사라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경찰관을 하대하면서 욕설까지 하니깐 업무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하려고까지 했다. 하지만 업주가 사건 처리를 원하지 않아서 그냥 현장만 정리하고 돌아갔다. 최근에 음주소동 관련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판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 사달을 겪고도 오창훈 부장판사와 강란주 부장판사는 인근 다른 노래방으로 가서 노래를 불렀다. 여경은 부장판사만 이들과 함께 가지 않고 법원으로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흥권 제주법원장은 최근 판사들의 근무시간 음주소동에 대해 "소속 법관의 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법원장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 해당 법관들에게 재발 방지를 노력해달라고 엄중 주의 촉구했다"고 밝혔다. 음주난동에도 징계가 아닌 단순 훈계만 이뤄졌다.

부장판사들의 근무시간 음주난동은 CBS노컷뉴스 단독보도로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공분을 사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도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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