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관세 협상 타결을 위한 장관급 화상회의를 이어갔으나, 현금 투자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통상 당국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주말 이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화상회의를 열고, 대미 투자 패키지 실행 방안을 중심으로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현금 투자 비중과 금액 등을 놓고 논의 중"이라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후속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 22일(현지시간)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함께 워싱턴을 방문해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구성 방안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성과 없이 귀국했다.
이후에도 오는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양국이 막판 합의점을 찾기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한·미는 대미 투자 규모와 투자 기간을 두고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협상에서 10년간 매년 70억달러(약 10조원)씩 총 700억달러(약 100조원)의 현금 투자를 제시했지만, 미국은 8년간 매년 250억달러(약 36조원)씩 총 2000억달러(약 287조원)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정상이 직접 만나 관세 협상을 타결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왔지만, 분위기는 한층 신중해진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동행 중인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 무역 협상이 29일까지 마무리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은 아닌 것 같다"며 "처리해야 할 세부 사항이 많고, 매우 복잡한 협상"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6일 공개된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투자 방식, 투자금, 일정, 손실 분담 및 투자 이익 배분 방식 등이 모두 쟁점으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양국은 29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막판 협상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용범 정책실장과 김 장관이 정상회담 직전 러트닉 장관과 최종 협의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확정된 일정은 아직 없다"면서도 "관세 협의는 정상회담 직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