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학생가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제주 모 중학교 교사. 교육 당국 진상조사와 경찰 수사가 5개월째 지지부진한 가운데 교권보호위원회가 학생가족의 민원을 교육활동 침해행위라고 판단했다. 지속적인 민원 제기로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했다고 본 것이다.
"교육활동 침해" 특별교육 8시간 처분
28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제주시교육지원청은 지난 13일 지역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중학교 교사 사망 사건' 당시 악성민원을 제기한 의혹을 받는 학생가족 A씨 사안을 심의했다. 변호사 등 외부위원 7명이 참석한 교권보호위원회는 유족과 동료 교사, A씨 등을 불러 조사했다.
교원지위법상 교육활동을 하고 있는 교원에 대해 교육활동침해 행위를 한 학생과 학부모 등 보호자에 대해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일종의 처벌에 해당하는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A씨는 올해 5월 16일 B 교사가 퇴근한 이후 10여 차례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제주도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후 일요일인 18일에 B 교사에게 연락했다. 다음 날인 19일에는 제주시교육지원청에도 같은 민원을 제기했다. 반복적인 민원 제기와 연락이 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A씨는 B 교사에게 '학생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아주세요' '선생님이 싫다고 학교를 안 갔다'고 문자를 보냈다. 교보위는 "담임교원의 학생지도에 대한 개입 중단 요구이자, 학생의 등교 거부 이유를 다양하게 고려해야 하는데 교원에게만 책임을 전가했다"고 밝혔다.
B 교사는 민원 해결을 위해 지난 5월 16일과 20일 A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19일부터 21일까지 학교에서 A씨의 방문을 기다렸지만 A씨는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5월 22일 B 교사는 학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엔 '학생가족과의 갈등으로 힘들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교보위는 "A씨가 제기한 민원과 A씨가 보낸 문자 메시지를 고려할 때 교원의 교육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로 판단된다. 이로 인해 교원은 담임교원의 통상업무 수행(생활지도와 흡연 예방, 출결 관리)에 어려움을 느꼈으리라 판단된다"며 A씨에게 특별교육 이수 8시간을 처분했다.
5개월째 진상조사…각종 논란과 구설수
경찰은 제주동부경찰서장을 중심으로 여청, 형사인력이 투입된 12명의 전담팀을 꾸려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B 교사의 사망 직전인 올해 5월부터 학생이 학교에 나오지 않고 흡연하는 문제로 학생 가족인 A씨와 갈등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협박 등 범죄 혐의점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특히 최근 B 교사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 심리부검을 의뢰했다. 국과수 직원이 B 교사 유가족을 만나는 등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도교육청도 경찰 수사와 별도로 진상조사반을 꾸려 조사하고 있다. 조사반은 수사 분야를 제외하고 유족이 제기한 내용과 관련된 사실관계와 민원대응 과정 전반을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진상조사 과정에서 도교육청의 대응이 B 교사 유가족에게 상처만 주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주당 진선민 의원은 지난 22일 도교육청을 상대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사건 이후) 김광수 교육감의 공감태도가 부족했고, 일부 발언은 숨진 교사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진상조사 결과 발표도 미루고 있다"며 유족과 교직원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도교육청이 국정감사에 앞서 국회에 제출한 경위서도 논란이다. 경위서에는 B 교사가 사망 직전 스스로 병가 사용을 미룬 것으로 돼있지만, 실제 통화 녹취파일에는 교감이 A씨가 제기한 민원을 해결한 후 병가를 쓰라고 권유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왜곡된 경위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도의회 교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고의숙 교육의원은 "도교육청이 유족으로부터 받은 병가 관련 녹음파일과 별개로 국회에는 학교 측 경위서만 제출했다. 경위서 내용이 맞는지 맞지 않는지를 확인하고 국회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