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선거 범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되면 10년 동안 선거에서 투표할 수 없도록 한 공직선거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공직선거법 18조 1항 3호 관련 부분에 대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지난 23일 재판관 5(합헌)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공직선거법에는 선거사범에 대해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확정받으면 이후 5년,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를 확정받으면 10년간 선거권을 제한하도록 규정돼 있다.
다수인 5명의 재판관은 지난 2018년 1월 관련 조항에 대한 헌재 결정을 들어 "선거권 제한 조항은 선거의 공정성을 해친 바 있는 선거범에 대한 제재로서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기간이 개별화돼 있어 법원이 선고형을 정할 때 이런 제재를 참작할 수 있는 점, 우리나라 공직선거의 빈도 등을 감안할 때 제한 기간이 지나치게 장기간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에 비춰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선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이런 선례 판단은 이 사건에서도 타당하며 달리 판단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상환(헌재소장)·김복형·정계선·마은혁 재판관은 "개별 선거범죄의 차별성에 대한 세심한 주목과 평가를 거치지 않은 채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선거범' 모두를 획일적이고 일률적으로 취급하는 점에서 선거권에 대한 제한이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헌법의 요구에 위배된다"고 했다.
이어 "선거권 제한 조항이 설정하고 있는 10년의 기간은 복수의 선거 주기를 포괄하는 매우 장기에 해당하고, 이는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핵심적 권리인 선거권을 지속적·누적적으로 박탈한다"며 "선거권 박탈은 피선거권 박탈과 선거운동 금지와도 연동돼 사실상 정치적 기본권의 행사가 10년 동안 전반적으로 배제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이 조항은 지난 2018년 1월에는 재판관 4(합헌)대 5 의견으로 위헌 의견이 다수였는데, 위헌 정족수(6명)에 미치지 못해 합헌으로 결정 난 바 있다. 이번에는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나온 것이다.
전광훈 목사는 2018년 8월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아 10년간 선거권이 박탈돼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2021년 7월 사랑제일교회 예배에서 20대 대선 특정 예비후보에 대한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9월 벌금 200만원이 확정됐다.
전 목사는 이 사건 1심 진행 중 "공직선거법 조항이 선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직무상 행위를 이용한 사전선거운동 금지'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85조 3항에 대해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으로 결정했다.
헌재는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종교단체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한 것에 해당하는지는 행위자가 종교단체 안에서 차지한 지위에 기해 취급하는 직무 내용, 직무상 행위를 하는 시기, 장소, 방법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관찰해 판단할 수 있다"며 해당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종교단체 내에서 직무상 행위를 하는 사람이 자신의 영향력을 기초로 공직선거에서 특정인이나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나 반대를 끌어내게 되면 구성원이 그 영향력에 따라 왜곡된 정치적 의사를 형성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로 인해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사전선거운동 금지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254조 2항에 대해서도 "선거의 과열 경쟁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하고 후보자 간의 실질적인 기회균등을 보장하기 위해 선거운동 기간을 제한하는 것이어서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수단의 적합성 또한 인정된다"며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기간의 제한이 없이 선거운동을 무한정 허용하게 되면 후보자 간의 경쟁이 과열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또 집회의 장소와 규모에 따라서는 집회의 방법으로 하는 선거운동이 주변 교통의 혼잡과 소음 등을 발생시켜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고, 평온한 주거환경을 침해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