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특검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내란목적살인 예비·음모 혐의' 성립 가능성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노 전 사령관의 수첩 속 구상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윤석열 전 대통령을 거쳐 박 전 장관 등 특정 국무위원에 대한 계엄 관련 지시사항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연결고리를 추적하고 있다.
2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은 박 전 장관에 대해 1차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하고 영장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노 전 사령관의 내란목적살인 예비·음모 혐의를 일부 구체화했다. 박 전 장관에 대한 첫 구속영장 청구는 지난 15일 새벽 기각됐지만, 특검은 해당 주 주말이었던 19일 노 전 사령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통상 살인 예비·음모죄는 살인범죄를 위한 물적 준비(예비) 또는 인적 준비(음모)까지 나아갔을 때 성립한다. 내란 목적이 추가된 살인 예비·음모 혐의 역시 단순히 수첩에 범죄 대상의 이름이나 살해 방법 등을 적는 수준을 넘어 범죄 실현을 위한 일련의 준비 행위가 이뤄졌을 때 인정될 수 있다.
앞서 경찰이 확보한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주요 정치인과 진보 성향 인사들로 구성된 수거 명단이 담겼다. 이들에 대해 'GOP(일반전초)선상에서 피격', '바닷속', '연평도 등 무인도', '민통선 이북' 등 처리 방안도 함께 명시됐다.
노 전 사령관 측은 수첩 메모에 대해 의미부여를 꺼리고 있지만, 특검은 '수거'가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기 위해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하고 '수용'하는 계획을 포괄한 용어로 사용됐다고 보고 있다.
앞선 경찰 조사에서 노 전 사령관은 "김용현이 불러주는 대로 (수거대상 명단을) 받아 적었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회 정치 활동 금지 등을 담은 포고령 준비 등을 모두 "내가 했다"고 증언했다. 비상계엄 당시 정치인 체포 명단 작성을 두고는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 필요하면 체포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검은 이들의 수거 계획이 박 전 장관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박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전 윤 전 대통령이 가장 먼저 소집한 국무위원이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이 포고령 등 계엄 관련 지시로 의심되는 문건 2장을 받는 장면이 담긴 대통령실 대접견실 폐쇄회로 (CC)TV 장면을 확보하기도 했다.
박 전 장관은 계엄 선포 후 법무부 산하 교정본부와 출입국본부에 각각 구치소 수용여력 점검과 출국금지팀 대기를 지시해 내란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의 이러한 행위가 수거 계획과 연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적힌 수거가 김 전 장관과 윤 전 대통령을 거쳐 박 전 장관의 지시까지 이어지는 등 일련의 준비 행위까지 나아갔기에 내란목적살인 예비·음모 혐의 성립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다.
최근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이후 특검은 추가 참고인 조사와 압수수색 등을 통해 '계엄 관련자 3600명 수용 가능' 문건이 작성·보고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기도 하다. 수용여력 확보를 위한 전시 가석방 제도가 박 전 장관과 교정본부장 사이에서 논의된 정황도 살펴보고 있다.
특검은 추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물 분석을 마치고 박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방침이다. 영장 청구가 받아들여지는 등 주요 혐의가 어느 정도 인정된다면, 노 전 사령관의 내란목적살인 예비·음모 혐의에 대한 수사도 연속선상에서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