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산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중 양국 무역 대표가 말레이시아에서 이틀 동안 회담 사전 준비를 했다.
26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양국 무역 대표단의 회담을 마무리한 뒤 취재진을 만나 다가오는 미중 정상회담을 위한 "매우 성공적인" 프레임워크가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양국이 농산물 구매와 틱톡, 펜타닐(일명 좀비마약), 무역, 희토류를 비롯한 전반적인 양자 관계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회담이 "건설적이고 광범위하며 심도 있었다"면서 "(양국) 정상이 매우 긍정적인 프레임에서 만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진전을 이뤘다"고 했다.
다만 베선트 장관은 미중 양국의 무역 전쟁 '휴전' 연장 여부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오는 30일 부산에서 개최 예정인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또다른 미국 협상 대표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역시 취재진과 만나 미중 정상이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가질 수 있는 단계로 무역 협상이 나아가고 있으며 양국 관리들이 무역 합의 제안의 최종 세부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어 대표는 "모든 주제에 대해 광범위한 협의였다. (무역 전쟁) 휴전 연장에 대해서도 논의했고, 희토류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면서 "우리는 정상들에게 검토를 요청할 만한 내용을 제시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지난 4월부터 서로 고율 관세와 무역 통제 조치를 주고받으며 대치해온 미중은 스위스 제네바(5월)와 영국 런던(6월), 스웨덴 스톡홀름(7월), 스페인 마드리드(9월)로 장소를 바꿔가며 고위급 무역 회담을 열고 쟁점을 논의해왔다.
다섯 번째인 이번 고위급 무역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부산 정상회담'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이틀에 걸쳐 이어졌다.
미국 측에선 베선트 장관과 그리어 대표가, 중국은 '경제 실세'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와 리청강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차관), 랴오민 재정부 부부장 등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말레이시아로 이동 중인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안에서 기자들에게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 "(시 주석과) 논의할 것들이 많다. 과거 체결된 다양한 무역 협정들, 일부는 파기됐고, 일부는 그렇지 않은데, 논의할 것이 매우 많다"며 "좋은 회담이 될 것 같다"고 낙관적인 자세를 보였다.
또 "그들(중국)은 양보해야 한다. 우리도 그럴(양보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갈등을 키워온 양국 관계는 몇 차례의 고위급 무역 협상으로 '관세 휴전'을 선언하고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지만, 최근 입항 수수료 문제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미국의 100% 추가 관세 위협 등으로 다시 '긴장 모드'에 들어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