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봐주는 게 참교육? 성인지 감수성 실종된 '우주메리미'

25일 방송한 SBS 금토드라마 '우주메리미'에서는 불법촬영범을 남성이 대신 응징하고 '처음인 것 같아서 봐준다'라며 대리 용서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주메리미' 캡처

SBS 금토드라마 '우주메리미'가 불법촬영 범죄를 뒤떨어진 성인지 감수성을 바탕으로 경솔하게 다뤄 시청자들의 비판이 거세게 나오고 있다.

25일 방송한 '우주메리미' 6화에서는 가정의학과 전문의 윤진경(신슬기)이 러닝 중 쓰러진 응급 환자에게 CPR(심폐 소생 등 사고 현장에서 즉시 조치를 취하는 것)을 하는 이야기가 전개됐다.

러닝 중이었던 윤진경은 노출 있는 상의를 입은 상태였는데, CPR에 열중하던 그의 가슴 부위를 휴대전화로 불법촬영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를 본 백상현(배나라)이 본인이 자신의 옷을 벗어 윤진경에게 걸친 후  직접 CPR을 하겠다며 나섰다.

뭐 하는 거냐고 묻는 윤진경에게 백상현은 "좀 가리시라고요"라고 말했다. 이후 백상현은 불법촬영한 남성을 만나 신체적 위협을 가하고 불법촬영한 사진을 휴대전화 갤러리에서 지운 후 "니들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서 그냥 봐주는데 다음에는 얄짤없어"라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불법촬영범이 윤진경의 가슴에 초점을 맞춰 촬영하는 구도부터가 지나치게 적나라한 점, 불법촬영 자체가 문제임에도 마치 윤진경의 옷차림이 불법촬영을 조장했다는 식의 대사가 나온 점, 불법촬영범이 피해자에게 사죄하지 않고 남성인 백상현으로부터 물리적 응징을 당하는데 이때 '처음인 것 같아서 봐준다'라고 대리 용서하는 점 등에서, 에피소드 전체가 불쾌하다는 시청자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응급 상황에 처한 환자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문 의료인인 윤진경을 제치고 비전문가인 백상현이 대신하는 것도 억지스럽고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나온다. 무거운 범죄인 불법촬영이란 소재를 가지고 남성 캐릭터의 멋짐을 부각하거나, 남녀 캐릭터가 엮이는 중요한 연결고리로 삼는 전개 또한 성인지 감수성을 전혀 찾아보기 힘들다는 비판이 거세다.

방송 후 SBS는 윤진경과 백상현 역 배우들의 실제 이름을 써 "신슬기 도촬한 금수저 몰카범;; 배나라의 시원한 참교육"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쇼츠를 올려 사안의 심각함을 인지하지 못한 채 경솔한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영상은 비공개 처리됐다.

'우주메리미'는 최고급 신혼집 경품을 사수하려는 두 남녀의 위장 신혼기를 그린 드라마다. 이번 불법촬영 에피소드 이후, 방송 초반부터 성인지 감수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전개가 계속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한 유메리(정소민)가 모텔에 혼자 묵었을 때 모텔 주인이 유메리를 성추행/폭행할 의도가 있는 것처럼 긴장감 있게 보여주고, 남자 주인공인 김우주(최우식)가 모텔 주인의 뺨을 치는 장면 역시 김우주가 유메리를 걱정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불필요한 설정을 넣었다고 꼬집는 반응이 나온 바 있다.

결혼 한 달을 앞두고 바람난 김우주(서범준)가 50억 원대 타운하우스를 노리고 헤어진 전 연인인 유메리 집에 무단 침입하거나 괴롭히는 것도 폭력적인 상황을 깊이 고민하지 않고 반복한다는 데서 뭇매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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