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복귀할 귀한 몸?' 절대 사리지 않은 폰세, 한화를 깨운 '아파도 에이스다' 투혼, 포효

'에이스의 포효' 한화 폰세가 24일 삼성과 PO 5차전 5회를 마친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역대 최고 외국인 투수로 꼽힐 만했다. KBO 리그를 평정하고 내년 메이저 리그(MLB) 복귀를 노리는 귀한 몸이지만 팀을 위해 강한 타구에 맞는 아픔에도 투구를 이어가는 투혼으로 마침내 승리까지 따냈다.

한화 에이스 코디 폰세(31)는 24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삼성과 플레이오프(PO) 5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삼진을 9개나 잡아냈다. 5피안타 2볼넷 1실점(비자책)으로 팀의 11-2 대승을 이끌었다.

승리 투수가 된 폰세는 경기 최우수 선수(MVP)에 올랐다. 폰세는 1차전까지 2승을 거두며 한화의 한국 시리즈(KS) 진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사실 폰세는 지난 18일 1차전에서 자존심을 구겼다. 6이닝을 소화하며 삼진 8개를 솎아냈지만 4회까지 6실점(5자책)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최고 구속 157km를 찍었으나 실투가 적잖았고, 타격감이 절정에 오른 삼성 타자들이 놓치지 않았다.

다만 폰세는 타선 지원으로 패전을 면했고, 오히려 승리 투수까지 됐다. 역대 PO 최다 실점 승리, 그러나 정규 리그 17승(1패) 평균자책점(ERA) 1.89 252탈삼진에 승률(0.944)까지 4관왕을 감안하면 달갑지 않은 기록이었다.

폰세는 4차전에서 확실하게 명예를 회복했다. 이날 폰세는 최고 구속 157km의 강속구와 이와 비슷하게 들어오다 절묘하게 떨어지는 체인지업, 130km 중반의 커브 등을 완벽한 제구로 구사했다.

출발은 불안했다. 폰세는 1회 2사에서 구자욱, 르윈 디아즈에 안타, 김영웅에게 볼넷을 내주며 만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1차전 홈런을 허용한 김태훈을 체인지업으로만 3개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2회는 수비진 실수로 실점했다. 폰세는 선두 타자 이재현에게 뜬공을 유도했지만 우익수 김태연이 포구 판단을 잘못하면서 2루타를 내줬다. 그래도 폰세는 아웃 카운트 2개를 올렸고, 2사 3루에서 김지찬을 삼진으로 잡아내 이닝을 마치는 듯했다. 그러나 포수 최재훈이 공을 빠뜨렸고, 그 사이 3루 주자 이재현이 홈을 밟아 실점했다. 김지찬은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1루로 출루했지만 폰세가 견제구로 이닝을 마쳤다.

3회 강습 타구에 대해 미안함을 드러낸 삼성 디아즈와 한화 폰세가 포옹해주고 있다. 한화 이글스


특히 3회는 가슴 철렁한 장면이 나왔다. 폰세가 1사 1루에서 디아즈의 강한 타구에 왼쪽 가슴을 맞은 것. 고통에도 폰세는 몸에 맞고 흐른 공을 잡아 1루로 송구해 아웃을 만들었다. 디아즈가 마운드로 다가와 사과하고, 한화 스태프가 상태를 확인한 가운데 폰세는 투구를 이어갈 뜻을 밝혔다.  

이후 폰세는 4차전에서 3점 홈런 2방을 날린 김영웅에게 고의 4구 지시를 받았다. 내키지 않은 듯 미소를 지은 폰세는 그러나 김태훈을 포수 땅볼로 잡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타구 강타 이후 폰세는 오히려 불타올랐다. 4회 무사 1루에서 폰세는 강민호와 대타 전병우를 잇따라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김지찬도 내야 땅볼로 처리했다. 5회에는 김성윤을 외야 뜬공, 구자욱과 디아즈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특히 폰세는 디아즈를 상대로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이닝을 마친 뒤 포효 세리머니로 한화 팬들의 열광적인 함성을 이끌어냈다. 5-1로 앞섰지만 4차전을 생각하면 불안했던 한화는 이에 힘을 얻은 듯 5회말 2점을 뽑아내며 승기를 잡았다.

24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 리그 포스트 시즌 플레이오프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승리 투수가 된 폰세를 문동주가 안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후 폰세는 3회 상황에 대해 "공에 맞고 어떻게든 1루 주자를 아웃시켜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사실 타구에 맞았을 때 아팠지만, 내 역할이 있기에 어떻게든 아웃을 위해 끝까지 해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디아즈를 오히려 위로하는 대인배다운 모습도 보였다. 폰세는 "디아즈가 오길래 '괜찮냐'고 내가 먼저 물어봤다"면서 "고의적으로 상해를 입히고 싶은 선수는 없는데 디아즈가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어 "동업자 정신이고, 야구인으로서 서로를 존중해주는 모습이었다"면서 "서로 계속 '괜찮냐'고 물었고, 격려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한화 김경문 감독도 경기 후 폰세의 투혼을 높이 평가했다. 김 감독은 "깜짝 놀랄 만큼 폰세가 타구에 맞았는데 5회까지 던져준 게 승리의 요인이 됐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5회 이후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세리머니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1차전에서 자신의 뒤를 이어 2이닝을 완벽하게 막은 문동주에게 시범을 보이려는 것. 당시 문동주는 7회를 마친 뒤 두 팔을 벌려 세리머니를 펼쳤다.

폰세는 "크게 제스처를 하며 포효한 것은 문동주에게 본보기로 보여주기 위해서"라면서 "문동주가 포효하는 법을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보여줬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어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팀에 에너지를 주고 싶었다"고도 강조했다. 이어 인터뷰실에 들어온 문동주는 "KS가 남았으니 내가 폰세에게 한 수 가르쳐주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제 한화는 정규 리그 1위 LG와 KS에서 26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이에 폰세는 "LG를 상대로 개인 승리는 없지만 중요하지 않다"면서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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