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묵의 여왕' 홍효 작가의 개인전 '멈춘 시선'

갤러리 PaL에서 11월 1일까지
1년 반동안 준비한 모두 60여점의 작품 선보여
"예술은 결국 삶을 닮은 호흡이며, 삶은 예술을 닮은 기다림"

홍효, '멈춘 시선', 장지에 혼합재료, 130.3x97cm(2025). 작가 제공
"나는 일상의 틈에서, 멈춰 선 시선 속에서 삶의 결을 느낀다. 붓을 드는 일은 세상을 거스르려는 행위가 아니라, 그저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숨을 따라가려는 일이다. 삶과 예술은 서로를 비추며, 경쟁이 아닌 공존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나의 작업은 늘 '사는 일'과 '그리는 일' 사이에서 태어난다. 그 경계는 때로 흔들리고, 또 하나로 섞인다. 그곳에서 나는 오늘의 나를 그리고, 지나간 시간을 어루만진다.예술은 결국 삶을 닮은 호흡이며, 삶은 예술을 닮은 기다림이다. "
작가노트

홍효 작가의 개인전 '멈춘 시선'이 서울 강남구 갤러리 PaL에서 11월 1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모두 60여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그림을 '움직임이자 동시에 멈춤'이라고 표현하는 작가의 독특한 시선들이 씨앗처럼 펼쳐진다.

홍효, '멈춘 시선', 캔버스에 혼합재료, 130.3x193.9cm(2025). 작가 제공
특히 1층에 전시돼 있는 장지와 종이에 잉크와 혼합재료를 사용해 그린 소품들이 눈에 띈다.

그림일기같이 작가가 그때, 그때의 감정을 기록한 드로잉을 완성한 작품들이다.

"제 자화상이, 그러니까 존재 자체에 대한 어떤 확실함, 아니면은 흐릿함, 아니면 불확실성, 이런 느낌으로 저는 그린 거예요. 자화상은 눈을 똑바로 마주 보고 있는 게 없어요. 주로 다 눈을 감고 있어요. 세상을 보는 시각이 그런 저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다른 작가들은 자기 존재 자체를 굉장히 부각시키고 눈을 똑바로 뜬 그런 자화상을 그리는데 저는 다 눈을 감고 있고 약간 삶을 관조하고 싶은 그런 마음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

자화상과 가족, 친구 등의 모습을 그린 인물을 담은 작품들과 작가가 키우는 식물 등을 담은 연작이 조화롭게 펼쳐져 있다.

특히 1층에 전시돼 있는 장지와 종이에 잉크와 혼합재료를 사용해 그린 소품들이 눈에 띈다. 그림일기같이 작가가 그 때 그 떄의 감정을 기록한 드로잉을 완성한 작품들이다. 자화상과 가족, 친구 등의 모습을 그린 인물을 담은 작품들과 작가가 키우는 식물 등을 담은 연작이 조화롭게 펼쳐져 있다. 곽인숙 기자
작업실에 삼면 거울을 놓고 항상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며 성찰한다는 작가의 작품에는 유독 자화상이 많다.

"왜냐하면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보다 혼자 작업하는 시간이 많으니까 아무래도 다른 사람보다 저를 통해서 사람들을 읽는 거죠. "

편안히 자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은 불면을 담았다는 작가의 자화상. 곽인숙 기자
캔버스에 직접 실로 바느질해 넣은 작품들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캔버스에 직접 실로 바느질해 넣은 작품들도 눈여겨 볼 만 하다. 곽인숙 기자
"나를 소중해 하듯이 남들도 이렇게 같이 소중하게 여기는 그런 조화로움, 어우러짐을 저는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

각각의 다른 작품 속에서 전반적으로 따스함이 느껴지는 이유다.

홍효, '하이얀', 캔버스에 아크릴, 110x135.5cm(2024). 작가 제공
소리를 실루엣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자연의 결과 숨을 먹 작업으로 부드럽게 드로잉한 작품들도 펼쳐져 있다.

동국대학교 미술학부와 성신여대 미술교육대학원을 졸업한 홍효 작가는 남편의 미국 유학으로 작업을 멈췄다가, 대표적인 한국화가 김선두 화백(중앙대 한국화과 명예교수)이 지도하는 전통문화재단 평생교육원 수묵드로잉 작가양성과정을 계기로 다시 붓을 들게 됐다. 홍 작가는 6회의 개인전과 10여회의 단체전에 참여하고, 제23회 나혜석 미술대전에서 특선을 수상했다.

홍효, '멈춘 시선', 종이에 혼합재료, 65x50 cm(2025). 작가 제공
앞서 김선두 화백은 제자인 홍효 작가를 '발묵(潑墨, 먹물이 번지어 퍼지게 하는 산수화법)'의 여왕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발묵의 여왕'답게 이번 전시에서도 꽃잎에 스미는 모습 등에서 홍 작가 특유의 발묵을 볼 수 있다.

"제가 화초를 키우는 이유도 '시간성'을 제가 느끼고 싶어서예요. 매일매일 하루 일과가 막 이렇게 돌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되게 허무해지는 게 내가 지금 일하려고 태어났나 이러는데 그림을 그리다 보면 계속 '시간성'을 어떻게든 표현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진짜 살아 있는 게 느껴지긴 해요. 물론 그림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것도 있지만 진짜 그림을 그리면서 고통스럽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그러니까 계속 그리고 싶고 즐겁게 하려고 해요."

아이들을 화초 키우듯 키우려는 의미로 그렸다는 작가가 그린 자화상. 곽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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