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안 나오는 이유? 로운·박서함 눈물 참으라고…" '탁류' 감독 해석[왓더OTT]

[인터뷰]
디즈니+ 시리즈 '탁류' 추창민 감독
"박서함, 초반 뻔뻔해지기 어려워했지만…로운, 박정표에게 형이라고"
"애정 가는 인물은 무덕 가장 인간다웠죠, 시즌2 욕심나지만…"

디즈니+ 시리즈 '탁류'는 조선의 돈과 물자가 모여드는 경강(한강)을 배경으로, 혼탁한 세상 속에서도 사람답게 살고자 서로 다른 꿈을 꾸는 인물들의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의 추창민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KBS 드라마 '추노(2010)'의 천성일 작가가 각본을 집필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인데 왕은 등장하지 않는다. 온전히 하층민의 삶에만 초점을 맞췄다. 이 부분이 마음에 깊이 와닿았단다. 

디즈니플러스(+) 첫 사극 시리즈 '탁류'를 연출한 추창민 감독은 작품 연출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귀족이나 왕을 다루는 사극 제안은 많았어요. 주로 양반 중심의 이야기를 다루니까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죠. 천성일 작가님의 대본을 보고 경강 일대에 사는 왈패들의 삶을 보니 흥미로웠어요."

추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동안 사극에서 그들을 제대로 표현한 게 많지 않았다"며 "민초들의 삶은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돼 현재와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의상 연출에 관해선 자료 조사를 통해 다양한 단서를 얻었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옷감 한 필이 매우 귀한 시기여서 머리에 띠를 두르는 방식이 다양하더라"며 "이 부분을 재미있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사실 작품 초반 선조 등장 여부를 놓고 천 작가와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추 감독은 "큰 의미가 없을 거 같아 시대상만 보여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탁류'는 추 감독의 첫 OTT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기존 드라마와 달리 인물의 대사보다 표정이나 동선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인물을 밑에서 위로 촬영하는 '앙각' 구도를 활용했다.

추창민 감독은 최윤만 촬영감독과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2011)' 이후 15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췄다. 최 촬영감독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2018)', '이태원 클라쓰(2020)', '폭싹 속았수다(2025)' 등을 촬영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추 감독은 "최윤만 촬영감독님께 인물의 표정이 잘 보이도록 '앙각'을 많이 썼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며 "배우들이 키가 컸는데 촬영감독님도 키가 큰 편에 속해 구도가 잘 맞아 다행이었다"고 웃었다.

그는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극 중 주요 무대인 마포나루터를 실제로 만들었다.

추 감독은 "육지에 짓고 물을 CG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경상북도 상주 낙동강 근처에 나루터를 짓기로 했다"며 "요즘 강은 치수가 잘 돼 있어서 평평한데 옛날 강처럼 보이게 나무를 심고 흙을 부어 높낮이를 만들었다"고 떠올렸다.

조명 연출에도 시대상에 맞게 공을 들였다. 그는 "당시에 인공조명이 많지 않아 빛이 약했다"며 "밤이면 모닥불, 촛불 정도만 있었기에 현실성에 맞춰 어둡게 연출하려 했다"고 말했다.

"박서함, 초반 뻔뻔해지기 어려워했지만…로운, 박정표에게 형이라고"

추창민 감독은 나루터 세트 설치에 대해 "장마철에는 설치물을 철거하고 원복했다. 눈에 보이는 대부분의 공간이 저희가 만든 세트"라며 "멀리 보이는 한강은 맞추기 어려워서 그 부분은 CG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추 감독은 촬영 전 극 중 인물을 명확하게 설정했다. 그는 "장시율은 현실 인물이라기보다는 판타지 속의 인물로, 역경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주인공으로 그렸다"며 "최은은 여성 서사를 중요하게 보고 '토지'의 최서희 같은 강직한 부분을 닮게 하고 싶었다. 정천은 성품과 외모 모두 이상적인 인물로 그리고자 했다"고 밝혔다.

배우 섭외 기준에 대해선 "주연과 조연은 오랜 미팅을 거쳤고, 나머지 분들은 연극 경력 중심으로 봤다. 좋은 연극을 하신 분들은 기본적으로 연기를 잘하시기 때문"이라며 "이미지가 맞으면 8개월 가까이 한솥밥을 먹고 지내야 해서 태도도 살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왈패 무리 섭외 비화도 전했다.

"박정표 씨는 연극판에서도 알아주는 배우였고, 박지환 씨와 친분이 있었어요. 왈패 무리는 사이가 좋아야 해서 박지환 씨에게 박정표 씨를, 박정표 씨에게는 안승균 씨를, 이렇게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어봤죠."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추 감독은 첫 사극 연기에 도전한 박서함을 현장에 녹아들게 하려고 세심히 신경 썼다고 밝혔다. 실제로 박서함은 촬영 당시 긴장을 많이 해 추 감독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귀띔한 바 있다.

그는 "배우는 카메라 앞에서 뻔뻔해야 하는데 박서함 배우는 아시다시피 시작 단계였다"며 "성격이 너무 착하고 100명이 되는 스태프들 앞에서 뻔뻔하기가 어려웠던 거 같다. 촬영 전 산책하며 뻔뻔해달라고 얘기를 나눴고 후반부로 갈수록 많이 풀렸다. 좋은 배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운에 대해선 "서함 배우와 달리 외향적이고 사람들과 거리낌 없이 어울리더라"며 "박정표 씨와 나이 차가 있어도 그냥 형이라고 하면서 빨리 친해졌다. 그 모습이 좋아 보였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인물 감정에 몰입한 나머지 종종 울컥한 장면이 있었다고 한다. 이에 추 감독은 "감정이 올라오면 다 쏟아버리더라. 최대한 감정을머금고 있어 달라고 부탁했다"며 "관객이 울어야지 배우가 우는 건 아니어서 눈물 흘리지 말아 달라고도 얘기했다"고 웃었다.

"애정 가는 인물은 무덕 가장 인간다웠죠, 시즌2 욕심나지만…"

추창민 감독은 극 중 무덕의 아내 작은애를 연기한 오경화에 대해 "보자마자 무조건 함께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오경화 같은 배우가 있어야 왈패 무리가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추 감독은 가장 공들인 장면으로 나루터 신을 꼽았다. 그는 "그때가 한여름이었는데 사람들이 막 뛰어가니 먼지가 펄펄 날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요즘에는 흙길이 없어서 보기 어려운데 그걸 보며 진짜 옛날 같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작품 속 애정이 가는 인물로는 무덕(박지환)을 꼽았다.

"무덕이 가장 인간답다고 생각했어요.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먹고살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하는 이 인물이 잘 표현됐으면 했죠. 저는 뛰어난 작품일수록 '악인'을 잘 그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추 감독은 역사물에 대한 개인적인 흥미도 전했다. 그는 "꼭 사극을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역사가 반복되는 지점이 재미있고, 그 시대를 바꿔서 비트는 것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시즌2 제작 가능성에 대해선 "시즌2를 염두하고 마무리한 건 아니"라며 "당초 작품은 거대한 악과 싸우는 권력 싸움이 아니라 민초가 밑바닥에서 성장해 가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야기를 만들다 보니 장시율의 복수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확장될 소재가 많아 가능성은 있지만, 디즈니 측과 배우 입장도 있고 대본도 새로 써야 하니 쉽게 결정될 수 있는 건 아닌 거 같다"며 "욕심은 나지만, 여러 고민을 해봐야 될 거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총 9부작으로 구성된 '탁류'는 전 세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시청 순위를 기록하는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서 한때 디즈니+ 월드와이드 TV쇼 부문 톱10에 오르고, 국내에서도 1위를 기록하는 등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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