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레이가 뭐길래…'의료법 개정안' 의사·한의사 갈등 고조

서영석 의원, 의료법 개정안 대표 발의…한의사도 엑스레이 사용
의협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명백한 무면허 의료행위"
한의협 "한의대 커리큘럼에 영상의학 필수과목 포함"
"진단 건수에 따라 달라지는 의료비…엑스레이 사용도 수익 구조와 맞물려"
의협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엑스레이 법안 저지 등 대응 방안 모색

스마트이미지 제공

한의사의 엑스레이(X-ray) 사용을 둘러싸고 의사와 한의사 간 직역 갈등이 불붙고 있다.

갈등은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최근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에서 촉발됐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개정안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책임자'에 관한 규정을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 개설자가 방사선 장치를 설치할 경우 보건복지부령에 따라 안전관리책임자를 선임하도록 하고 있으며, 자격은 의사·치과의사·방사선사로 제한된다.

하지만 개정안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설치한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직접 안전관리책임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의사가 개설한 의료기관에서는 한의사가 직접 안전관리책임자가 돼 엑스레이 등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서 의원은 "현행 제도로 인해 한의 의료에서 발전된 의료기술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법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의협 "한의사 요구 그대로 반영한 악법"…한의협 "오만방자"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서 열린 '한의사의 의과영역 침탈행위' 관련 기자회견. 연합뉴스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해당 법안을 "직역 단체의 요구를 그대로 반영한 악법"이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지난 16일 "한의사는 한의학적 원리에 따라 진료하는 면허를 가진 사람으로, 엑스레이 사용은 명백한 무면허 의료행위"라며 "한의계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의사·한의사·치과의사·의료기사의 구별이 왜 필요한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지난 23일 서 의원 지역구 사무소 앞에서 개정안 규탄 집회를 열었다. 정승은 대한영상의학회장은 "과학적 근거도, 임상 경험도 없이 엑스레이를 보편화라는 이름으로 허용하겠다는 것으로, 국민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매우 위험하고 비과학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엑스레이 사용을 둘러싼 법원 판결에 대한 해석에서도 양측의 입장은 엇갈렸다. 앞서 수원지법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1월 엑스레이 방식의 골밀도 측정기를 환자 진료에 사용해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한의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이 상고하지 않아 확정된 후 한의협은 엑스레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승은 학회장은 "수원지법 판결은 한의사가 방사선 기기를 진단 목적에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죄가 선고된 것"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법 해석을 왜곡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이번 판결로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이 합법임이 확인됐다"며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한의협은 "한의대 정규 커리큘럼에 영상의학이 필수과목으로 포함돼 있다"며 "엑스레이 사용을 허용하면 국민 불편 해소와 의료비 절감, 의료서비스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협을 겨냥해 "해당 법률안을 발의한 의원의 지역구 사무소까지 찾아가 시위를 벌인 행보는 본인들의 사익을 위해서 국민의 건강권을 무시하고, 국회의원까지 서슴없이 겁박하는 오만방자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행위별수가제에서 업권 다툼, 수익 구조와 맞물려"

연합뉴스

의사와 한의사 모두 '환자 안전'과 '최상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직역 간 영역 다툼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정형외과 개원의는 "엑스레이는 원래 의사의 영역으로, 한의사가 이를 사용하려는 것은 면허 범위를 넘어서는 행위"라며 "의사의 역할을 넘어서려하지 말고 각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번 갈등의 배경에 수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보건의료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행위별수가제이기 때문에 진단 건수에 따라 의료비가 달라진다"며 "진단 장비 사용을 둘러싼 업권 다툼은 결국 수익 구조와도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의협은 이날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한의사 엑스레이 법안 저지 등 의료계 현안에 대한 대의원 총의를 모아 비상대책위원회 설치를 포함해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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