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갭투자 논란 등으로 결국 사퇴했다. 이 차관은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을 강하게 주장해온 대표적인 부동산 개혁론자로 지난 6월 입각했지만, 불과 4개월 만에 배우자의 갭투자 내역이 드러났다.
대통령실은 이 차관 임명 당시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과 개발이익 환수를 강하게 주장해온 대표적인 부동산 개혁론자"라며 "개혁적이되 실용적인 부동산 접근으로 서민들의 주거 권리를 향상시키는 다양한 정책 입안이 기대된다"고 소개했다.
이 차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경기지사를 맡았던 시절부터 정책 자문을 해왔고, 2021년 제20대 대선 당시에는 캠프에서 불로소득 방지 분야 정책 자문을 맡았다. 차관 임명 전까지는 가천대 도시계획조경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론자? 실상은 18억으로 33억 아파트 갭투자
이 차관에 대한 논란은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 '부읽남TV'에 출연해 "정부 정책을 통해 시장이 안정되면 그때 집을 사면 된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이 차관의 부동산 투자 등이 속속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졌다.
이 차관의 배우자는 지난해 7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아파트(117㎡)를 33억 5천만원에 매입하는 과정에서 14억 8천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이 차관 부부는 약 29억원에 달하는 예금을 보유하고도 갭투자 방식을 활용했다. 갭투자는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갭)만큼 적은 자본으로 부동산을 거래한 뒤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적 거래 행태다.
정부는 10·15 부동산 대책을 통해 갭투자 차단에 초점을 맞췄다. 서울 전역과 한강 이남 경기도 12곳 등은 규제지역으로 지정돼 실거주 의무가 생겨 임차인의 전세금으로 집값을 치르는 갭투자가 차단됐다.
또한 이 차관 부부는 지난 2017년 6억 4511만원에 아파트를 매수한 뒤 올해 6월 11억 4500만원에 매도하면서 약 5억원에 가까운 시세차익도 얻었다. 차익 실현 뒤에도 기존 주택에 다시 전세 계약을 체결해 이사하지 않고 거주하고 있다.
'2분간' 대국민 사과했지만…논란은 가라앉지 않아
논란이 사퇴론까지 번지자 이 차관은 23일 오전 2분간 진행된 국토교통부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고위공직자로서 국민 여러분 마음에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대국민 사과했다.
갭투자 논란과 관련해서는 "저의 배우자가 실거주를 위해 아파트를 구입했으나 국민 여러분의 눈높이에는 한참 못 미쳤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 차관 측은 갭투자 논란 당시 CBS노컷뉴스에 "실거주 목적의 매입으로 통상적인 갭투자와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은 전형적인 갭투자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정치권 내에선 이 차관의 사과 이후에도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당에서도 사퇴 주장이 나오고 대신 사과하는 마당"이라며 이 차관에 대한 사퇴촉구결의안 채택을 요구하는 등 공세를 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도 이 이 차관 사퇴를 공개 요구하기도 했다.
제일 먼저 문제를 제기한 박지원 의원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자기는 (집을) 가지고 있는 관리 출신이,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 국민의 말초 신경을 아주 비위를 상하게 그따위 소리를 하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좋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윤준병 의원도 SNS를 통해 "국민에게 박탈감을 안기고 정책 신뢰를 갉아먹는 고위 공직자들의 이율배반적 행태는 지탄받아야 마땅하다"며 "장본인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 차원에서는 부동산 정책 주무 차관을 사퇴시킬 순 없다는 입장었지만 그의 사퇴를 막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