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잡아주려, 개선안 줬더니 '슬쩍'한 원청에 "기술유용" 첫 제재

공정위, 자동차 부품 체 카펙발레오에 시정명령, 과징금 4억 1천만 원 부과
"하도급업체가 자발적으로 제안한 기술정보, 독립적 가치 지닌 기술자료로 인정"
"해당 자료의 무단 사용에 제재 가한 첫 사례"

연합뉴스

불량 가능성이 높은 원청업체의 제품을 개선하기 위해 하도급업체가 역제안한 기술자료를 훔친 원청에 처음으로 하도급법상 기술유용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카펙발레오가 중소기업으로부터 제공받은 기술제안 자료를 사전 협의 없이 도면에 무단 반영하고 제3자에게 제공한 행위에 대해 하도급법상 기술유용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 1천만 원을 부과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하도급업체가 자발적으로 제안한 기술정보(ECR)를 독립적 가치를 지닌 '기술자료'로 인정하고, 해당 자료의 무단 사용에 대해 법적 제재를 가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정위는 이번 결정이 향후 중소기업 기술자료의 법적 보호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토크컨버터 등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카펙발레오는 지난 2019년쯤 하도급업체에게 기존 대여도면의 치수를 일부 변경한 초도품 생산을 요청했다.

하도급업체는 해당 변경이 제품 불량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발견, 기술적 개선안을 역제안한다. 해당 기술 개선안은 기술사양변경의뢰서(Engineering Change Request, ECR)란 문서로 카펙발레오에 제출됐고, 해당 자료에는 부품 치수, 형상 변경 사유, 기술적 영향 등이 담겼다. 공정위는 이 개선안이 부품 불량률 감소 및 양산성 향상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카펙발레오는 이 같은 제안값을 하도급업체와 협의 없이 자사 도면에 무단으로 반영한 사실이 이번 조사에서 적발됐다. 게다가 해당 도면을 경쟁업체 등 제3자에게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와 같은 행위가 하도급법상 금지된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수급사업자가 자발적으로 제안한 기술자료도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점을 처음으로 명확히 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기술탈취 등 중소기업의 경쟁 기반을 훼손하는 불공정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카펙발레오가 총 6개 하도급업체로부터 제조공정도, 관리계획서 등 양산부품승인절차(PPAP) 관련 기술자료 198건을 요구하면서도, 정당한 사유나 서면 없이 자료를 요구한 사실도 함께 적발했다. 하도급법은 기술자료 요구 시 요구 목적과 권리 귀속 관계 등을 명시한 서면 제공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중소기업 기술 보호를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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