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석 특별검사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전·현직 법무부 장관의 언행을 비교하는 작업에 나섰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은 같은 법률가 출신이었지만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한 전 대표는 사태 초기부터 12·3 비상계엄을 "위법하다"고 평가하며 즉시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박 전 장관은 계엄의 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해제보단 유지를 전제로 하고 후속 조치를 법무부에 지시했다.
계엄 선포 30분만에 "위법하다"고 본 한동훈
2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내란특검은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포 전후 한 전 대표와 박 전 장관의 언행을 대조하며 박 전 장관의 구속영장 재청구 사유를 보강하고 있다.윤석열 전 대통령이 오후 10시28분 계엄을 선포하자 한 전 대표는 오후 11시5분쯤 국민의힘 당사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입장을 발표했다. 당시 한 전 대표는 "요건에도 맞지 않는 위법한, 위헌적인 비상계엄 선포"라며 "반드시 저희가 위법, 위헌적인 비상계엄을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은 한 전 대표가 이러한 입장을 발표한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법률가 출신인 한 전 대표는 헌법 지식을 토대로 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요건이 갖춰졌는지 분석했을 것이다. 그리고 약 30분 만에 윤 전 대통령이 담화문에서 언급한 '반국가세력이 체제 전복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 아님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역시 법률가 출신인 박 전 장관은 한 전 대표보다 일찍 담화문을 접했다. 그가 대통령실에 도착한 것은 오후 8시30분쯤이다. 함께 있었던 다른 국무위원 진술에 따르면 박 전 장관은 이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담화문 내용 일부를 들었다.
게다가 박 전 장관은 국방부 및 행정안전부 등 주요 부처 장관과 함께 있었다. 한 전 대표보다 정국 상황을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즉 박 전 장관에게는 계엄의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었던 충분한 시간과 여건이 주어졌던 셈이다.
담화문 더 일찍 접하고 국방·행안 장관도 곁에 있었던 박성재
그러나 박 전 장관은 오후 11시쯤부터 법무부에 계엄 상황의 유지를 전제로 한 지시를 하달한다. △검찰국에 계엄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하도록 지시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을 점검하도록 지시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출국금지팀 대기를 지시한 것이다.한 전 대표가 즉시 계엄을 해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의원들의 표결 참여를 독려한 것과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박 전 장관과 다른 행보를 보인 국무위원도 있다.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전 0시5분쯤 간부회의를 소집했다. 그는 회의에서 "비상계엄에 따른 조치는 따르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비슷한 시각 박 전 장관도 법무부 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었다. 당시 자리에 있었던 법무부 간부의 증언에 따르면, 자정 무렵 회의 참석자 중 한 명이 "포고령이 떴다"고 말하자 간부들이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언론에 보도된 포고령 내용을 읽었다고 한다.
이윽고 한 간부는 박 전 장관에게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포고령 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박 전 장관은 법무실장에게 포고령에 대한 법리 검토만 지시했을 뿐, 검찰국 등에 내린 지시를 철회하거나 최 전 장관과 같은 당부는 없었다는 게 참석자 증언이다.
전날 박 전 장관을 다시 소환한 특검은 추가로 확보한 진술과 물증을 분석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