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협상 타결 임박? APEC 노딜 가능성도

[APEC 2025 협력과 경쟁①]협상 3개월째 '중대변곡점'
투자금 3500억 달러의 현금 비중·분할 방식이 최대 관건
김용범·김정관 일주일 새 2번째 방미…러트닉과 회동
투자 방식 두고 3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한미간 신경전
美 "전액 현금" 맞서 韓 "분할"…8년, 10년 등 다양히 제기
韓 달러 조달 연 200억~300억 달러…美 "250억" vs 韓 "150억"
"상당한 시간" 전망에도 李-트럼프 회담서 서명 가능성도

연합뉴스

▶ 글 싣는 순서
①한미협상 타결 임박? APEC 노딜 가능성도
(계속)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맞물려 있는 가장 큰 관심사는 현재 최대 외교 현안인 한미 관세협상이다.
 
지난 7월 한미 양국이 합의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를 두고 양국은 3개월째 씨름을 벌이는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액 선불' 요구에 우리 측은 현금 투자 비중 조정과 분할 지급 등의 방안을 제시하며 APEC을 합의안 도출의 발판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일주일 새 2차례나 방미했지만…김용범 "핵심 쟁점 아직 팽팽"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4일 일주일 새 2차례나 이뤄진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

김 실장은 이날 귀국길 인천국제공항에서 "쟁점에 대해서 일부 진전은 있었다"면서도 "핵심 쟁점에 대해 아직도 양국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협상 상황을 전했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상황인 만큼, 이번 협의가 잘 진행될 경우 경주에서 합의가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일었지만, 아직까지 험로가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왼쪽)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한미 관세협상 추가 논의를 마치고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실장은 지난 22일 김 장관과의 동반 출국길 당시 "쟁점에 대해서는 양국간에 의견이 많이 좁혀져 있다"고 말한데 이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의 회담 뒤에도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뚜렷한 돌파구는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추가로 대면 협상할 시간은 없고, APEC은 코앞이고 그래서 날은 좀 저물고 있다. APEC 계기 타결을 기대한다면 갈 길이 멀고 그런 상황"이라면서도 "협상이라는 것이 막판에 또 급진전되기도 하기 때문에 끝까지 노력을 하겠다"고 APEC 전 타결 가능성을 열어뒀다.
 

美 "전액 현금" 맞서 韓 "분할"…연간 250억 달러 vs 150억 달러

이들이 지난 16일 동반 출국에 이어 22일 또 다시 방미길에 오른 것은 양측이 막판 치열하게 논의 중인 대미 투자펀드 세부 실행 방안의 실마리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한미 양국은 관세 인상률을 두고 좀처럼 실마리를 풀지 못했지만, 지난 7월 31일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이 미국에 대한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를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극적 합의를 이뤄냈다.

큰 틀에서의 합의가 마무리된 만큼 후속 협의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돈으로 500조원이 넘는 투자금을 '전액 선불'로 '직접 투자'하라며 한국을 압박하면서 난관이 시작됐다.

한국의 연간 달러화 조달 능력은 200억~300억 달러 선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처럼 투자펀드를 전액 선불로 조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동안 이를 두고 한미 양측이 팽팽한 신경전을 펼쳐왔는데, 최근 미국이 이같은 한국의 조달 여력을 감안해 기존의 입장을 일부 선회한 상황이다.
 
김정관 장관은 지난 20일 미국이 전액 현금 투자를 고수하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거기까지는 아니다"라며 협상의 초점이 전액 선불에서 다른 쪽으로 옮겨갔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은 △3500억 달러 중 얼마만큼을 현금으로 투자할지 △일시불이 아닌 분할지급으로 할지△분할지급 시 기간과 연간 투자금은 얼마로 할지 등이다.
 
정부 측은 분할 지급에 접점이 마련된다면, 지급 기간을 최대 10년으로 늘려 연간 부담을 최소화하고, 보유 외환 유출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반면 미국 측은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하는 협상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에 최대한 원하는 투자액을 이끌어냄으로써 치적으로 삼고 싶어 하는 측면이 상당하다.
 
미국 측은 투자 총액의 절반 이상이 현금투자로 진행되기를 원하고 있다. 때문에 투자기간이 8~10년으로 늘어날 경우, 연간 250억 달러 수준을 투자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식으로든 2천억 달러 이상의 현금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 측은 최대 10년을 기준으로 할 때 전체 투자액 중 현금 비중이 절반을 넘지 않도록 연간 150억 달러 선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금 낮추면 배분 더 가져가겠다는 美…통화스와프는 실효성 미정

류영주 기자

현금과 관련된 부분은 연간 투자규모 뿐 아니라 투자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 배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초 미국 측은 3500억 달러의 전액 현금 투자를 요구하면서, 투자로 인한 수익에 대해서는 원금 회수 전에는 한국이 90%, 미국이 10%를 가져가되, 원금 회수가 끝나면 역으로 수익에 대해 미국이 90%, 한국이 10%를 가져가는 방식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미국 측이 현금 투자의 비중을 낮추는 대신 수익 배분 비율을, 원금 회수 전 50% 대 50%, 원금 회수 후 미국 90% 대 한국 10%로 조정하자는 내용을 요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국이 일본과 관세협상을 타결하면서 도입한 것과 같은 방식인데, 한국은 경제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합의가 이뤄질 경우, 국내 외환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는데 필요한 한미 통화스와프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다만 현금 투자 비중이 예상보다 낮아질 경우에는 통화스와프의 필요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체결이 이뤄지지 않거나, 규모가 작아질 수 있다.
 

관세합의 APEC 전? 후?…李-트럼프 공동서명 가능성 남아있다

이같이 다양한 쟁점을 두고 한미 양측이 논의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APEC 전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공개된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결국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도달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도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메이커'(peace maker)라고 부르며 화기애애하게 마무리됐던 양 대통령 간 지난 8월 1차 한미 정상회담을 감안할 때, APEC을 앞두고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2차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합의에 이를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양국 정상의 관세협상 합의문 서명 가능성에 대해 김 실장은 "통상 분야가 만약 양국 간 이익이 합치되는 방향으로 마무리될 수 있으면 그런 결과도 예상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통상협상 합의문 채택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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