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경 국토 차관, 33억 아파트 실거주용 맞나…3가지 의문점

33억 아파트 7월 계약→10월 전세→12월 잔금 '전형적인 갭투자'
이 차관 측 "매도 쉽지 않아"…지역 공인중개사들 "시황 나쁘지 않아"
기존 주택 6월 7일 매도→6월 29일 차관 임명→기존 주택에 전세 계약

'갭투자 논란' 이상경 국토차관, 대국민 사과문 발표. 국토교통부 유튜브 캡처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자신의 발언과 부인의 갭투자 논란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차관은 "제 배우자가 실거주를 위해 아파트를 구입했다"고 밝혔지만 사실과 달라 보인다.

이 차관의 배우자는 세입자가 없던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보유한 현금만으로도 잔금을 치룰 수 있는 상황에 전세 세입자를 구했다. 거주 중이던 아파트 단지는 매달 거래가 이뤄지고 실거래가는 상승해왔다. 또한 기존 아파트의 매도 시점도 의구심을 자아낸다.

33억 백현동 아파트, 전세를 끼고 잔금을 치르는 전형적인 갭투자

이상경 국토부 1차관 재산공개 내역. 전자관보 캡처

이 차관의 배우자는 2024년 7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아파트(117㎡)를 33억 5천만원에 매입하면서 같은 해 10월 14억8천만원에 전세 계약도 체결했다. 소유권 이전은 같은 해 12월 마쳤는데 그 사이인 10월 전세 계약을 체결하면서 전세를 끼고 잔금을 치르는 전형적인 갭투자 방식으로 거래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해당 아파트 시세는 40억원 안팎으로 형성돼 있어 약 6억5천만원의 시세 차익이 발생한 상태다.

이 차관 측은 전세 계약을 맺은 사유에 대해 CBS노컷뉴스에 "백현동 집 계약 이후, 집주인의 건강상의 이유로 잔금이 치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입주시점을 맞추기가 어려웠다"며 "백현동 집주인이 24년 말에 나가게 됐는데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던 상황이라 부득이하게 2년간 전세 세입자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이 차관 부부의 재정 상황을 보면 "집이 안 팔려서"라는 해명은 설득력을 잃는다.

이상경 차관 부부는 약 28억 9177만원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다. 전자관보 캡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재산 목록에 따르면 이 차관 부부는 예금만 28억9177만원을 보유하고 있다. 배우자가 33억 5천만원짜리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아파트를 구매하고도 이 정도 현금이 남아있는 것이다.

평수를 늘리기 위한 이사가 목적이었다면, 29억원의 예금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기존 주택을 매도하지 않아도 새 아파트에 바로 입주할 수 있었다. 기존 주택도 11억원대 가치를 지닌 상황에서 유동성 부족으로 전세를 줄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토부 관계자도 앞서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현금에 구애 받으시는 분들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매도가 쉽지 않은 상황" vs "매물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차관 측은 기존 주택 매도가 늦은 것에 대해 "일시적 2주택 상황에 매도하려고 집을 내놓았으나 매도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차관 부부가 당시 팔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경기 성남시 수정구 아파트 매매회전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차관 측의 해명은 당시 부동산 시장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 수정구 소재 아파트 매매회전률. 2024년 7월 1일~2024년 12월31일 기준. 국토부 실거래 분석 재구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판교밸리호반써밋의 매매회전률은 3.13%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거래가 있었던 성남시 수정구 64곳의 아파트 중 매매건수 9위를 기록했고, 768세대 중 24건이 거래됐다.

매매회전률 3.13%는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 같은 지역의 대표 단지인 산성역포레스티아(1.74%), 산성역헤리스톤(0.72%), 위례더힐55(1.74%)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당시 거래가 활발한 편에 속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해당 지역 소재 공인중개사들도 CBS노컷뉴스에 "당시 시황은 나쁘지 않았다"며 "매물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증언했다.

차관 임명 직전에 기존 주택 매도


이 차관 부부는 거주중이던 판교밸리호반써밋 아파트를 2025년 6월 7일 11억4500만원에 매도했다. 이상경 당시 가천대 교수가 국토교통부 1차관으로 임명된 날은 6월 29일로 매도 시점과 불과 22일 차이가 난다.

이 차관 부부는 기존 주택을 매도했음에도 다시 전세 계약을 체결해 이사하지 않고 거주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 주택을 계속 보유할 경우 '다주택자'라는 부담이 생길 수 있어 차관 임명을 앞두고 아파트를 서둘러 매도한 것처럼 보인다.

판교밸리호반써밋 실거래 분석 차트. 2025년 10월 현재 11억 9500만원에 실거래됐다. 아실 제공

이 차관 부부는 거주 중이던 아파트를 매도하면서 약 5억원에 가까운 시세차익도 얻었다. 그렇지만 판매하지 않고 계속 보유했다면 올해 10월 기준 11억 9500만원까지 상승해 더 큰 차익을 볼 수 있었다.

일시적 2주택자 제도에 따라 3년 이내에만 기존 주택을 정리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신규 주택을 매입한 시점부터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기존 주택을 매도한 까닭은 공직 임명과 관계가 있어 보인다.

이 차관 측은 매도한 주택에 다시 전세 계약을 체결한 까닭에 대해 "집을 파고 사는 시점을 정확하게 맞추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33억원대 백현동 아파트의 전세가 끝나는 시점에 입주가 가능하도록 기존 주택에 전세 계약을 맺은 것은 확인된다. 다만, 공직 임명 이후인 지난 7월에 이같이 계약해 차후 제기될 수도 있었던 갭투자 의혹에 대한 방어용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고개숙인 '갭투자 논란' 이상경 국토차관. 국토교통부 유튜브 캡처

한편, 이 차관을 둘러싼 논란이 잇따르자 여야 일에서는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 비위를 상하게 그따위 소리를 하면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이 좋다"며 "대통령은 무조건 책임을 물어서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도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차관에 대한 사퇴촉구결의안 채택을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이 차관은 직을 내려놓겠다는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이 차관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제 자신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겠다"며 "앞으로 부동산 정책의 담당자로서 주택 시장이 조기에 안정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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