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가계부채 위험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면서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이 총재는 전했다.
그는 금리 동결 배경과 관련해 "수도권 주택시장이 다시 과열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며 "정부가 추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는데 통화정책 면에서도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기조를 지속하겠지만, 금융안정 리스크가 커지면서 위원 한 분이 인하에서 동결 가능성 쪽으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신성환 금통위원은 지난 8월 28일에 이어 이날도 기준금리를 연 2.25%로 0.25%포인트(p)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신 위원은 "주택시장 관련 금융안정 상황이 우려되지만, 경제성장률(GDP) 갭률이 상당 폭 마이너스(-) 수준을 지속하는 현 상황에서 가급적 빠른 시점에 금리를 인하하고 경기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보면서 금리 결정을 이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총재는 다음 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제 생각에 많은 변수가 있어 어떤 결정을 할지 불확실성이 크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총재는 최근 높아진 원/달러 환율 수준을 두고 "한 달 사이 35원 정도 올랐는데, 4분의 1 정도는 달러 강세 영향, 4분의 3은 위안화와 엔화 약세, 관세 문제와 3천500억달러 대미 투자금 조달 걱정 등의 영향이었다"고 분석했다.
향후 환율 전망과 관련해선 "관세 협상 불확실성이 좋은 쪽으로 사라지면 환율이 내려갈 것"이라며 "변동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또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소득 수준을 고려하거나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기에 너무 높은 수준"이라며 "과거 쌓였던 유동성이 이동하면서 일부 자산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동산 자산 가격이 올라 불평등도도 높이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경제성장률이나 잠재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고통이 따르더라도 구조 개혁을 계속 해야 한다"며 "월세 받는 사람들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정책도 조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통화정책의 발목을 잡는 집값 문제에 대해선 "금리로 부동산 가격을 완벽히 조절할 수 없다.인플레이션 타겟팅(목표 수준 달성)처럼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부동산 가격이 높으면 계속 (금리를 동결한 채로) 기다린다는 것은 아니다.경기도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물가는 우리가 주도권을 잡고 정책을 하지만, 부동산 가격은 정부 정책을 할 때 통화정책으로 부추기는 쪽으로 가지 않겠다는 스탠스"라고 설명했다.
또 "금리 인하로 부동산 시장이 더 과열될지 판단하겠지만, 금리 인하를 안 했을 때 경기가 훨씬 더 나빠질지도 같이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금방 꺾어질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고 유심히 보고 있다"며 "모든 정책이 일관성 있게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상황과 관련해 "국제 비교로 보면 아직 크게 높은 수준은 아니다. 버블을 걱정할 수준은 전혀 아니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어 "인공지능(AI) 섹터는 전 세계적으로 버블이다 아니다 논란이 많아서 조정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