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액션 장면을 찍고 나서야 결국 앓아누웠다. 그만큼 모든 걸 쏟아부은 신이었다. 그룹 SF9 출신 배우 로운은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탁류' 최종회에서 왕해(김동원)와 펼친 액션 신을 언급했다.
"작품할 때는 긴장돼서 몸이 잘 아프지 않은데 그 장면을 찍고 나니 모든 걸 다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독감으로 고생했죠."
그는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3일 정도 공들여 찍었다"며 "그 정도로 열의와 성의를 다한 장면이었고 처절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작품에서 로운은 신분의 한계로 과거 시험조차 볼 수 없는 장시율을 연기했다. 그는 방황하는 장시율의 감정에 몰입한 나머지 현장에서 여러 차례 눈물을 보여, 추창민 감독이 감정을 잡아줘야 했다. 특히 2회 초반 사흘을 굶은 장시율이 최은(신예은)의 집에 찾아가 품삯을 요구하는 장면을 두고 그렇게 화가 났단다.
로운은 "밥 한 공기도 아니고 반 공기만 달라고 하는데도 안 준다고 하니 눈물이 나더라"며 "감독님이 '여기서 울면 안 될 것 같다'고 하셔서 다시 찍었다. '나도 못 참겠다'하는 마음으로 표현했는데 잘 나온 거 같다"고 떠올렸다.
감정에 몰입한 장면은 또 있다. 4회에서 장시율이 왈패 무리에 섞여 욕설을 배우는 신에서 로운은 입모양으로 욕을 따라하는 애드리브를 선보였다.
그는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나왔다. 잘 나온 거 같았다"고 웃었다. 추 감독도 "많은 신을 찍었는데 재미있게 나왔더라"고 전했다.
액션 연기에서도 예상치 못한 순간이 있었다. 5회에서 장시율이 덕개(최영우)를 향해 뒤돌려차기를 하는 장면이다.
"연습을 많이 했는데 허리가 좋지 않아 잘 안 됐어요. 눈 딱 감고 '한 번만 돌려보자' 했는데 딱 되더라고요. 저도 놀랐어요. 제가 놀란 장면은 편집됐지만, 안 되던 동작이 하나씩 되니 액션이 재미있었어요. 짜릿했죠."
"분장하니 페이스 아이디 안 되기도…오경화 연기에 번호 물어봤죠"
로운은 이처럼 장시율에 몰입했지만, 캐스팅이 확정된 당시에는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박지환 형 결혼식 날 신예은, 박서함 형과 카페에서 모여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도무지 결론이 나지 않더라"며 "고민을 많이 하니 지환 형이 '그냥 즐기자'고 하셨다"고 떠올렸다.
이어 "감사하게도 서함 형에게는 최귀하 선배님, 예은에게는 전배수 선배님, 제게는 박지환 선배님이 계셨다"며 "막상 들어가니 촬영 현장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박지환에 대해 "초반 작품을 재미있게 끌고 가야 했는데 형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었을까 싶다. 형이 아닌 무덕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형이 제게 좋은 배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다. 보물 같은 파트너였다"고 강조했다.
로운은 하층민의 삶을 살고 있는 장시율의 외적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수염을 길게 붙여보고, 거친 질감을 살리기 위해 인체용 접착제를 발라보기도 했다.
그는 "4일에 걸쳐 4시간 동안 분장 테스트를 했었는데 (휴대폰) 페이스 아이디(얼굴 인식 기능)가 안 되더라"며 "'아, 이건 됐다'고 생각했다.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잔근육을 부각 시키기 위해 맨몸 운동도 진행했다. 로운은 "감독님이 '돌을 드는 몸'을 원하셨다"며 "길냥이들을 생각하며 잘 붙어있는 근육이 아닌 덕지덕지 붙은 근육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의상 역시 편안하고 허름한 복장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촬영할 때 잘 씻지 않고, 길바닥에 누워 있기도 했다"며 "바닥에서 앉아 형들과 점심을 나눠 먹고 그랬다. 오히려 편하더라"고 전했다.
또, 극 중 무덕의 아내 작은애 역을 맡은 오경화에 대해서도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대한민국에 연기를 잘하시는 분이 정말 많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묘하게 연기를 너무 잘하셔서 홀린 듯이 봤어요. 그래서 다음에 꼭 연기 같이 하자고 번호도 물어봤다니까요."
"연습생부터 알았던 박서함 이렇게 만날 줄…군대? 잊히는 순간도 필요"
로운은 이번 작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그룹 크나큰 출신 박서함과의 인연도 전했다. 비록 소속사는 달랐지만, 연습생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로 아이돌로 데뷔한 이후에도 같은 미용실을 다니며 서로를 지켜봤단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같이 하게 되니 사람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고 느껴졌다"며 "연기한다는 것도, 군대 갔다는 것도 알고 있었는데 복귀작이 '탁류'라서 더 반갑고 신기했다"고 웃었다.
입대를 앞둔 로운은 최근 관리의 끈을 놓으면서 인생 최고 몸무게인 85kg에 달했다. 가족도, 주변 친구들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는 "집밥을 좀 많이 먹었다. 술 마시고 다음날 어머니가 해주신 밥을 먹으니 마른걸레에 물 넣은거 마냥 염분이 다 들어가더라"며 "배우 친구가 관리는 평생 숙제라고 얘기해서 테니스를 치고 한강에서 달리며 식단 조절을 했다. 소년미를 잃고 싶지 않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공백기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로운은 "잊히는 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때에 간다고 생각해 후회하거나 미련은 없다"고 덧붙였다.
로운은 이번 작품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로 장시율과 왈패 무리가 함께 식사하는 장면을 꼽았다.
"마포 나루터에서 패악질하며 소리 지르던 왈패 무리도 결국 밥 먹을 땐 손으로 먹으며 하하 호호하는 사람이었어요. 이 작품에 절대적인 악과 선이 있을까에 대해 질문을 많이 던져줬던 거 같아요."
이어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감독님과 충분히 대화하고 배우들과도 실제로 친해지면서 대본에 있었던 것보다 더 풍부하게 뽑아낼 수 있었던 거 같다"며 "제가 이런 환경을 좋아한다는 걸 각인 시켜준 작품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총 9부작으로 구성된 '탁류'는 전 세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시청 순위를 기록하는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서 한때 디즈니+ 월드와이드 TV쇼 부문 톱10에 오르고, 국내에서도 1위를 기록하는 등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