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불거진 보유세, 내년 하반기나 돼야 윤곽 나올 듯

10.15 대책 발표하면서 엄포놨던 '보유세 강화', 여론 반발에 물러선 대통령실·여당
야당 공세에 내년 6.3 지방선거 전까지 '증세' 거론하기 쉽지 않을 듯
준비작업 감안하면 애초 올해 안에 정부가 세제개편안 마련하기도 어려워
시간 끌기에 시장 불안은 커지고, 정책 약발은 떨어지고…참여연대 "좌고우면 말고 보유세 강화하라" 지적도

연합뉴스

정부가 보유세 인상 카드를 집었지만, 여론에 밀린 여당이 주춤하며 테이블 위에 올려놓지는 못하게 됐다. 보유세 논란이 내년 지방선거 최대 변수로 부각되면서 최소 내년 하반기 이후로 보유세 인상 논의가 지체될 전망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21일 부동산 세제 개편 논의의 진행 상황을 묻는 질문에 "오늘 국무회의를 비롯해서 아직 정부 입장에서 세제 개편과 관련된 이야기는 공식적으로 등장한 바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며 "아직 좀 이른 이야기"라고 잘라말했다.

불과 엿새 전인 지난 15일,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며 '부동산 세제 합리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연구용역과 관계부처 TF 논의 등을 통해 보유세, 거래세 조정 등을 검토하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안정화 대책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규제지역과 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했는데도 수도권 집값을 잡지 못하면,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세제를 건드려 수요를 직접 누르겠다고 경고한 셈이다.

같은 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부동산 안정과 주거 복지를 위한 정책은 세제와 공급 모두를 포괄해야 한다"며 세제 개편이 부동산 정책 구상 안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다음날인 16일에는 세제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의 수장 구윤철 경제부총리도 "보유세는 낮고 양도세는 높다 보니 매물이 적다"며 "보유 부담이 크면 집을 팔게 되면서 유동성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하며 보유세 인상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주택시장안정화TF 명단 발표 및 '10·15' 대책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정부의 강도 높은 주택 거래 규제에 대한 여론이 심상치 않자 여당부터 한발 물러섰다. 21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기자들에게 "연말까지는 좀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지금 후속 관련한 세제 등은 전혀 고려하거나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미 야당은 부동산 정책을 승부처로 삼은 터다. 정부 대책을 '청년·서민 주택완박(완전박탈)'로 규정하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직접 '부동산 정책 정상화 특위' 위원장을 맡아 정부 대책에 대한 반발 여론을 최대한 불러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

보유세 강화는 곧 '증세'로 이어지는 만큼, 실제 세부담이 늘어나는 측에서는 정부를 상대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불만을 무릅쓰고 눈에 띄게 서울 집값을 잡아낼 보장이 없는 마당에, 여당으로서는 내년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밑지는 장사'나 다름없는 보유세 강화 카드를 뽑아들기 어렵다.

복잡하게 맞물린 세제 개편 작업을 단기간에 마무리할 수 없는 물리적 한계도 있다. 기재부 강영규 대변인은 지난 20일 "국정감사 중이라 연구용역이 시작돼도 11월에야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며 "연구용역에는 최소 몇 개월이 걸리므로 내년쯤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가 미리 보유세 강화 방안을 준비해놓고 여론을 살피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연구용역을 마쳐도 정부의 부동산 관련 세제 방향을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마무리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보유세를 건드리는 일은 대부분 법 개정 사항 아니냐"며 "선거도 선거지만, 당장은 국회로서도 국정감사를 마치고 예산안 처리로 연말까지 바빠서 법 개정을 돌아볼 여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광현 국세청장,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구 경제부총리,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장. 박종민 기자

이 때문에 빨라도 매년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는 시점인 내년 7월 초쯤에야 보유세 강화 방안이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전망이다. 게다가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기준일이 선거 직전인 6월 1일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내년까지도 정부가 보유세를 직접 건드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정부가 세제 개편을 이미 예고한 가운데 당정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며 차일피일 시간이 흐르는 동안 부작용도 우려된다. 일각에서는 너무 빨리 세제 개편을 예고해 시장의 불안을 안겼다는 불만도 나오지만, 정작 세제 개편 방향이 이미 누설된만큼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21일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부동산 세제 개편은 좌고우면하고 국민의힘과 오세훈 시장의 공급부족론과 재건축 활성화 담론에 부화뇌동하고 있다"며 "똘똘한 한 채 등 고가 1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세제 혜택 개편, 양도세 감면 기준을 보유에서 거주로 전환 및 실거주 요건 강화 등 실효적인 세제 개편과 금융 대출 규제 강화 정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면서 여론 눈치보기에 급급하지 말고 보유세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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