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인상' 미뤘지만…'갭투자 논란'에 정책 신뢰 흔들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류영주 기자

정부가 '수요 억제'를 핵심으로 한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투자 다변화' 방침을 내세우며 집값 잡기에 나섰다. 보유세 인상 등 세제 개편은 당장 추진하지 않기로 하면서 논란도 진화했다. 그러나 정책 설계를 주도하는 고위직의 갭투자 의혹이 불거지며 "정책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급만으론 부족"…서울 전역 규제 확대 배경

20일부터 시행된 10·15 부동산 대책은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고강도 대출 규제를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동안 강남 3구와 용산구에 한정됐던 규제가 서울 전역과 과천·분당 등 수도권 주요 지역까지 확대된 셈이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는 은행 대출 한도가 제한되고, 전세를 끼고 집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사실상 금지됐다.
 
이번 대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투자 심리 전반이 확산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 전반에 뚜렷한 상승 압력이 형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보다 정교하고 선제적인 시장 대응이 필요한 때"라며 "지금 시장은 공급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비상한 국면"이라고 정책 취지를 강조했다.
 
서울 도봉·강북·노원구 등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배경에 대해선 "새로운 가격 상승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며 '풍선 효과'를 방지하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책 설계 과정에서 국토교통부가 여당 강북 지역 의원들과 협의했다"고도 밝혔다.
 
정부는 결과적으로 집값 하락 효과와 함께 무주택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10·15 대책 발표 직후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 등 주요 도시에서 60% 가까이가 규제 확대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유세 논란 일단 봉합…"투자 다변화 추진"

김남준 대변인이 2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대책에는 '부동산 세제 합리화 방안'이 포함돼 보유세 인상과 거래세 인하 가능성이 거론됐다. 그러나 지방선거에 불리하다는 여당 의원들의 반발이 커지자 정부·여당은 "장기적으론 불가피하지만 당장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보유세 인상을 시사한 이유는 "시장에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였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한다. 궁극적으로 부동산 중심의 자산 구조를 벗어나 생산적 투자로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이재명 정부에서는 부동산이 유일무이한 투자 수단이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며 "주식시장 등 투자 다변화를 통한 경제 선순환 구조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튿날인 21일 국무회의에서 코스피 신고점 경신을 언급하며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 추세가 더욱 굳건히 뿌리내리려면 일관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통해 사회 전체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용한 정책 수단과 역량을 집중 투입해 경고등이 켜진 비생산적 투기 수요를 철저하게 억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급 지연·갭투자 의혹…정책 불신 키워

연합뉴스

여권에선 이번 대책을 두고 "공급 확대 전 불가피한 정지 작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등 수도권 전역에 주택 공급을 늘리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집값 상승세부터 진정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9·7 대책에서 약속한 '5년 내 135만 호 착공'의 구체적 로드맵부터 내놓는 게 우선이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고강도 규제책만으로는 효과가 단기에 그칠 수 있고, 실수요자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정책을 주도한 인사들의 다주택 보유와 갭투자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책 신뢰도에도 금이 갔다. 

이상경 국토부 1차관은 지난해 7월 배우자 명의로 경기 성남 '판교푸르지오그랑블'을 33억5천만원에 매입한 뒤, 세입자를 구해 잔금을 치렀다. 현재 시세는 40억 원에 달하며, 단순 시세차익만 6억 원이 넘는다.
 
이 차관 측은 "실거주 목적으로 매수했으나 기존 주택 매도가 늦어 부득이하게 전세를 놓았다"며 갭투자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공직자가 국민에게는 갭투자를 금지하면서 스스로는 예외를 뒀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악의적 프레임"이라며 "윤석열 정부 관료들의 자산 증식 추이까지 함께 비교해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