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이미지를 원본 삼아 회화나 조각처럼 유일성을 지닌 전통 미술 작품을 표현한다. 디지털 이미지를 인쇄한 뒤 그 위에 아크릴 물감을 칠하거나 디지털 이미지를 조소 작품으로 만들기도 한다.
전시명 '프로토타입'은 본래 대량 생산 전 단계에 시험 제작되는 시제품을 뜻하며 수정되거나 변형이 가능하다. 작가는 시제품을 제작하듯 비슷한 이미지를 계속해서 호출되고 변형될 수 있는 유동적인 데이터베이스로 해석한다.
작가는 현대의 시각문화 속에서 이미지가 소비되고 유통되는 방식에 주목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이미지는 실체 없는 상태로 복제, 소비되며 인쇄물이나 전시 공간 같은 유통을 위한 물리적 매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각 섹션은 독립된 비선형적 동선을 구축하면서도 십자 복도를 매개로 서로 연결돼 관객이 각기 다른 경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하나의 섹션을 관람한 관객은 다시 시작 지점으로 돌아와 다음 경로로 관람을 이어나가며 이미지의 호출, 변형, 유통이 끊임없이 이뤄지는 디지털 환경을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1섹션 첫 작품으로 높이 2.8m에 이르는 대형 조각상 '프로토타입' 세 점이 놓여 있고, 조각상 뒤로는 전면 거울이 설치돼 있다.
'줄리앙' 흉상에서 시작해 대리석, 석고상, 회화로 이어지는 이미지의 변형은 오늘날 디지털 환경에서의 이미지 소비 구조와 겹쳐지며 '원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옥승철 작가는 "점차 시리즈와 작업 방식이 다양해지는 시점에서 지금까지의 작업을 한 번 정리하는 계기로 삼고자 했다"며 "대중적으로 알려진 회화 작업 외 조각 등 다양한 작업 방식을 보다 구체적으로 선보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