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캄보디아로 그들을 보냈나' 2030 또래들의 시각은

[길거리 인터뷰]
"쉽게 돈벌려는 태도" vs "청년 고용절벽 봐야"
일부선 "개인과 사회 모두에 책임" 지적

지난 21일 오후 서울시 중구 명동거리. 권유빈 인턴기자

캄보디아에서 고문 끝에 사망한 20대 한국인 대학생의 유해가 사건 발생 74일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뿐 아니라 캄보디에서 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 발이 묶인 사람이 1천명이상이란 추정도 나온다. 그들 중 상당수는 범죄조직의 피해자이지만 한편으론 누군가의 돈을 빼앗는데 말단에서 역할을 한 범죄자 이기도 하다.

CBS 노컷뉴스 인턴기자들은 21일 오후 서울 동대문·중구·관악구 일대에서 2030세대 청년 20명을 만나 이번 사건에 대한 인식을 물었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범죄에 발을 디뎠다는 비판적 시간이 많은 가운데 응답자 중 절반인 10명은 오히려 사회 구조에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7명은 개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봤고, 3명은 사회와 개인 모두에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일자리 문제…해외취업 교육 부재" 

해외 불법취업을 사회 문제라고 답한 청년들은 주로 한국 사회의 일자리 문제를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꼽았다. 이날 이번 사태의 원인을 사회 문제라고 답변한 10명 중 9명이 양질의 처우와 연봉이 보장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해외 불법취업을 '감행' 하게 됐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취업준비생 남모씨(25)는 한국 청년의 고용시장에서 열악한 위치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남 씨는 "경기 침체와 열악한 근로 조건이 널리 퍼진 한국 사회에서 청년이 발 딛고 안정적으로 살아가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해외 불법취업도 '한번에 성공하겠다'보다는 근로 소득만으로 일정 궤도의 삶에 도달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조민선씨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한국은 노동시장의 진입장벽이 높다. 첫 직장을 갖기 어렵다 보니 두려움을 갖는 것 같다"고 전했다. 취업준비생 양모씨(24)도 "취업난이 심각해서 고수익 알바에 넘어간 것 같다"고 해석했다.

대학에서 스포츠지도학을 전공한 전국(24)씨도 "우리 사회에서 한 번 선택한 경로를 벗어나려면 큰 위험을 감수해야하는 것 같다"면서 "본래 정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해외 불법취업도) 줄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일자리 문제라고 답변한 청년 사이에서도 세부 원인에 대해 입장이 갈렸다. 조씨는 신입보다는 경력 직원을 선호하는 고용시장 경직성을 문제로 지적했다. "외국 회사도 경력직을 선호하는 분위기는 (국내와) 비슷하다고 알고 있다"며 "해외 불법취업이 해결되려면 젊은 세대의 고용시장 진입이 수월해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취업준비생 이모씨(27)도 "국내 시간제 일자리도 부족한 상황이니 단기간에 돈을 벌 수 있는 해외 취업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반면, 취업해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운 고용시장 불안정성이 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IT 개발자 김진덕(31)씨는 이번 해외 불법취업 사태를 지켜보며 이전 직장에서 정리해고를 당했던 경험을 먼저 떠올렸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하고 C언어, 자바스크립트(JavaScript), 스프링 프레임워크(Spring framework)등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룰 수 있는데도 직장을 나와야했다. 김 씨는 해외에서 불법 취업한 청년들도 본인과 비슷한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사회에 필요한 인력이 돼야 한다는 불안감이 그들을 캄보디아로 이끌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동 대학가. 권유빈 인턴기자

해외 불법취업 사태를 두고 청년들은 정부의 사전 예방과 교육 부재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해외 취업이 불법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정보를 사전에 충분히 전달했다면, 청년이 해외 불법취업을 시도하는 규모도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진덕씨는 "해외 불법취업 청년들은 위험을 몰라서 간 경우도 많을 것"이라며 "사회가 경고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불안한 청년들이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가 사전에 충분히 제공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중앙대 건축공학과에 재학 중인 전종엽(27)씨는 "사건을 보며 '왜 이런 일을 미리 막지 못했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청년에게 재도전 기회가 부족한 상황에서 위험을 경고하지 않은 사회의 책임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경제 관념과 위험 인식 교육이 부재한 탓에 청년들이 범죄에 취약해진다"며 "정부가 정보 제공과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씨도 "고용 플랫폼에 올라오는 채용 정보의 위험성을 관리·감독하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국가가 보다 적극적으로 경고 체계를 만들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모씨(27)는 "보이스피싱도 홍보를 강화하니 인식이 달라졌다"며 "불법취업도 초기 단계부터 경고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했다면 규모가 줄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학원 준비생 이시현(26)씨 역시 "단순 처벌보다 위험에 대한 체계적 홍보와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며 "사전에 사회적 안전장치가 있었다면 이런 사태는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 앞. 양지훈 인턴기자

"딱 봐도 사기 같은데…결과는 자기 책임"

일부 청년들은 "사회가 아무리 각박해도 선택의 결과는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구로구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윤모씨(26)는 "딱 봐도 사기 같았는데 그런 곳에 덜컥 간 건 이해가 안 된다"며 "건실하게 취업 준비하는 사람도 많은데, 결국은 쉽게 돈 벌려는 마음 아니냐"고 말했다.

동일한 연령대의 취업준비생 김모씨 역시 "속은 사람도 있지만, 알고도 간 이들도 있다"며 "정부가 방치한 건 문제지만 일확천금을 노린 개인 책임이 더 크다"고 했다. 이커머스 사업자  권모씨(24)도 "SNS에는 한탕 성공담이 넘친다. 그런 걸 보고 흔들리는 건 이해해도, 판단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며 "요즘은 쉽고 빠르게 돈 벌기 원하는 태도가 가장 위험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3D 업종으로 충분히 돈을 벌 수 있는데 굳이 위험한 해외 불법취업을 택했다는 건 생각이 짧았다"는 서유주 씨(33·법무법인 행정직)는 "나도 몽골에서 비슷한 제안을 받았지만 절대 가지 않았다"며 단호히 말했다. 일본에서 일하고 있는 김지원 씨(32) 역시 "사회 구조가 어렵다고 해도, 결국 자기 삶은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다만 단순한 비난보다는 '다시 일어설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학생 김모씨(24)는 "개인의 잘못이 분명하지만, 처벌 이후 재사회화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과 사회 모두 문제"

일부 청년들은 개인의 일탈과 사회 구조의 한계를 동시에 지적했다. 대학생 백모씨(23) 역시 "돈이 급했겠지만,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결국 부도덕한 선택이지만, 그만큼 사회가 청년을 막다른 길로 몰아넣은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취업준비생 김모씨(25)는 "정보를 얻을 방법이 전혀 없었다면 사회의 책임이지만, 취업 경로가 있었다면 개인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청년층이 위험한 일자리에 눈을 돌리게 된 배경에는 '정보의 불균형'과 '불안정한 고용 구조'가 겹쳐 있다는 것이다.

고시준비생 이모 씨(24)는 "대박을 좇는 사회 분위기도 문제지만, 결국 행동으로 옮긴 건 개인의 책임"이라며 "속은 사람은 피해자로 보호하되, 사회 전반의 인식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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