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권 잔혹사' 카카오…'김범수 무죄'로 불확실성 걷히나[영상]

尹정권 당시 사정기관, 카카오 집중조사·수사
30여건 수사와 조사 진행…임직원 수백명 조사
1심 재판부 '반전 무죄' 선고…檢 별건 수사 질타도
"별건 수사로 진실 왜곡할 수 있어" 공개 지적
AI 전환 뒤쳐졌던 카카오…네이버 등에 밀렸단 지적
사법리스크 해소로 신사업 추진 등 속도 붙을 듯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공모 의혹을 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1일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뒤 법원을 떠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그룹은 유독 윤석열 전 대통령 정권 당시 각종 사법리스크가 불거지며 갖은 고초를 겪었다.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에 2년8개월 동안 수사·재판에 시달리면서, 리더십 공백으로 인공지능(AI) 전환 등 주요 국면에서 힘에 부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센터장의 1심 무죄 판결로 그룹을 옥죄던 사법리스크를 일단 벗게 된 카카오는 향후 쇄신과 신사업 추진 등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尹정권 사정기관, 카카오 집중 조사·수사…김범수, 암 수술도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른바 '카카오 잔혹사'는 윤석열 정권에서 시작됐다.

2023년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경쟁 이후 금융감독원은 카카오를 겨냥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전광석화 같은 수사가 진행됐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례적으로 "위법 수단이 확인되면 최대 권한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공개 저격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김 센터장은 SM 인수 과정에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 주가를 의도적으로 높게 설정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그는 보석 허가를 받기까지 100일 동안 구치소에서 수감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도중 건강 악화로 수차례 암 수술을 받으며 어려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김 센터장이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징역 1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기준에 따르면, 징역 15년은 양형 기준상 최고형에 해당한다.

이밖에 카카오그룹 전반을 대상으로 한 조사와 수사도 이어졌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이 카카오모빌리티를 콕 집어 "독점적이고 부도덕하다"고 공개 발언한 이후, 사정기관은 카카오 계열사를 집중 겨냥했다. 카카오는 윤 정부 동안 검찰과 경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부터 30여건의 조사와 수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 수백명이 소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 '반전 무죄' 선고…검찰 별건수사 질타하기도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김 센터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 분위기는 반전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전날 김 센터장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시세를 조종하려 했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주식회사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를 고려한 것은 맞지만 반드시 인수해야 할 만한 상황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매수 비율, 물량 주문 등을 종합해도 시세를 조종하기 위한 주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김 위원장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무죄 선고와 동시에 이례적으로 검찰이 별건·압박수사를 했다며 공개 질타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핵심 증거로 제시한 전직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 이모씨의 진술에 대해 일관성이 낮고 신빙성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건과 별다른 관련성 없는 별건을 강도 높게 수사해 피의자나 관련자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진술을 얻어내는 방식은 이 사건에서처럼 진실을 왜곡하는 부당한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며 "수사 주체가 어디가 되든 이제는 지양됐으면 한다"고 의견을 냈다. 검찰이 이 전 부문장에 대해 카카오엔터 바람픽처스 인수 관련 수사를 진행하면서, 그의 진술을 김 센터장 사건의 핵심 증거로 활용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연합뉴스

AI 전환 등 뒤쳐졌던 카카오, 사법리스크 해소로 신사업 '박차'

카카오는 그동안 정부의 전방위적인 조사와 수사에 AI 전환 및 신사업 추진에 좀처럼 동력을 싣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사내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과감한 투자와 혁신이 지지부진해 경쟁사인 네이버에 밀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일례로 카카오는 다른 IT 기업에 비해 자체 AI 기술 개발에 집중하지 못해,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5곳에 선정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카카오 측도 선고 직후 입장문에서 "2년 8개월간 이어진 수사와 재판으로 카카오 그룹은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급격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힘들었던 점은 뼈아프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센터장과 카카오가 이번에 사법리스크를 일부 해소하면서, 그룹은 쇄신과 신사업 추진 등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가장 큰 경영 불확실성으로 꼽혔던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해소됐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형 이상 형을 선고받았다면,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지분 27.16%) 적격성을 상실할 수 있다. 은행법상 금융회사의 대주주가 금융 관련 법령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5년 동안 대주주 자격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AI 전환과 신사업 추진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 센터장은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 있으면서 그룹의 중장기 전략과 혁신을 총괄하고 있다. 김 센터장이 2022년 제시한 '비욘드 코리아' 비전은 올해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30% 이상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지만, 수사와 재판으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한 바 있다.

카카오의 조직 효율화와 쇄신도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카카오는 현재 카카오 정신아 대표를 중심으로 비핵심 계열사를 정리하며 강도 높은 쇄신을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는 정 대표 취임 직후 132개였던 계열사를 이번 연말까지 80여개로 축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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