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5주기(오는 25일)를 맞아 고인이 생전에 수집한 문화예술품인 '이건희 컬렉션'의 해외 순회 전시가 처음 이뤄진다. 이는 지난 2021년 유족들이 고인의 유지를 기려 문화 예술품 등 기부를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삼성 일가는 이 선대회장이 남긴 26조 원대 유산 가운데 60% 가량을 세금과 기부 형식으로 사회에 환원하기로 2021년 결정했다.
당시 국민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된 고인의 수집 문화예술품, 이건희 컬렉션은 2만 3천여점에 달한다. 국보 14건, 보물 46건 등 지정문화재가 포함된 역대 최대 규모의 기증이었다.
구체적으로 고미술품 2만 1600점은 국립중앙박물관, 국내외 작가들의 근대 작품 1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됐으며 한국근대미술작품 143점은 제주와 강원, 전남, 대구 등 지역 미술관에 자리했다. 해당 작품들은 그해부터 전국 주요 전시관에서 총 35회에 걸친 순회전을 통해 350만명의 관람객들을 불러 모았다.
이처럼 국내에서 뜨거운 관심이 쏠렸던 이건희 컬렉션은 다음 달부터 해외로 진출한다. 내년 2월까지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 박물관, 3~7월에는 미국 시카고박물관을 거쳐 9월부터 2027년 1월까지는 영국 대영박물관에 전시된다. 미술계에서는 이 전시로 박수근, 이중섭 작가의 작품을 비롯한 많은 문화예술품들이 세계적 관심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감지된다.
삼성 일가의 이건희 컬렉션 기증은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 선대회장의 생전 철학과 맞물려 이뤄졌다고 한다. 이 선대회장은 2004년 리움미술관 개관식에서 "비록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지라도 이는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족들은 문화예술품 기증과 함께 의료공헌에도 1조 원을 기부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소아암, 희귀질환 환아의 치료와 선진 의료지원 체계 구축을 위해 기부된 3천억 원을 토대로 160여개 기관에서 1천명이 넘는 의료진이 참여하는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이 출범하기도 했다. 해당 사업단은 현재까지 진단·치료·연구 관련 86개의 추진 과제를 진행했으며, 환아 2만 2천여명이 지원을 받았다.
감염병 대응과 관련 인프라 구축을 위한 나머지 7천억 원 가운데 5천억 원은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활용되고 있으며, 2천억 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연구 시설 등에 투입됐다.
전날 경기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콘서트홀에서는 이 선대회장을 추모하기 위한 음악회가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리움미술관 홍라희 명예관장, 신라호텔 이부진 사장, 삼성물산 이부진 사장 등 삼성 일가와 사장단, 임직원 등 9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 선대회장의 기일 하루 전날인 오는 24일에는 경기 수원 선영에서 5주기 추도식이 열릴 예정이다.